제이앤피메디 “AI, 신약개발 ‘시간·비용의 벽’ 허문다”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대표되던 제약바이오 산업이 인공지능(AI)을 축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후보물질 탐색부터 전임상·임상시험, 안전성 관리까지 전 과정에 방대한 데이터 분석과 반복 검증이 요구되는 신약개발 특성상, AI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동물실험 의무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정책 기조를 내놓으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과 기술 역량을 갖춘 기업들에 글로벌 제약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생성형 AI 기반 신약개발 시장은 2024년 2억5000만 달러에서 2034년 2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임상 데이터 관리부터 규제 대응까지… 제이앤피메디의 AI 전환 전략
제이앤피메디는 AI 기반 임상시험 데이터 관리 플랫폼 ‘메이븐 클리니컬 클라우드(Maven Clinical Cloud)’와 약물감시(PV) 솔루션 ‘메이븐 세이프티(Maven Safety)’를 통해 제약·바이오 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메이븐 클리니컬 클라우드는 임상 데이터 수집·입력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와 이상 패턴을 자동으로 탐지하고, 연구자에게 실시간 수정 가이드를 제공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자동 검토·정제 과정을 거쳐 CDISC(SDTM·ADaM) 등 글로벌 임상 데이터 표준에 맞춰 변환되며, 이를 통해 FDA·EMA·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주요 규제기관 제출 요건을 충족하도록 설계됐다.
약물 이상반응 보고와 안전성 관리에 특화된 메이븐 세이프티는 FDA 최신 규제 요건을 반영한 국제 표준 기반 플랫폼이다. 데이터 암호화와 수신 확인이 가능한 AS2 프로토콜을 적용해 제출 이력 추적과 데이터 변조 방지 기능을 강화했다. 제이앤피메디의 기술력과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네이버는 지난해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글로벌 진출을 위한 협력에 나섰다.
◇ AI 활용도 올리는 제약사들
JW중외제약은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제이웨이브(JWave)’를 앞세워 후보물질 발굴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제이웨이브를 통해 도출한 대사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연구는 ‘2025년도 제2차 국가신약개발사업’ 과제로 선정됐다.
제이웨이브는 구조 기반 모델 고도화와 강화학습 알고리즘을 적용해 단기간에 유효물질(hit)을 최적화하고, 새로운 기전의 선도물질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 빅데이터 기반 약물 탐색 시스템 ‘주얼리’와 ‘클로버’를 통합해 구축한 이 플랫폼은 후보물질 탐색부터 선도물질 최적화까지 전 주기를 아우른다. 500여 종의 세포주·오가노이드·질환 동물모델 유전체 정보와 4만여 개 합성 화합물 데이터 등 방대한 바이오·화학 데이터를 기반으로 20여 개 AI 모델이 적용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임상 데이터를 전임상 단계로 환류하는 ‘역이행 연구(Reverse Translation)’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K-AI 신약개발 전임상·임상 모델개발 사업’에서 삼성서울병원이 주관하는 ‘역이행 연구 설계 AI 소프트웨어 개발’ 과제에 공동 연구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역이행 연구는 임상시험에서 얻은 데이터를 다시 전임상 단계로 돌려 신약개발의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접근 방식이다. 한미약품은 항암제와 대사질환 분야에서 축적한 연구 데이터를 제공하고, 세포 기반 실험과 동물모델 분석, 오믹스 데이터를 활용해 멀티모달 데이터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 루닛, 글로벌 제약사 신약 초기 개발 단계 진입
의료 AI 기업 루닛은 AI 바이오마커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 일본 제약사 다이이찌산쿄가 개발 중인 항암제 파이프라인 2종에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Lunit SCOPE)’를 적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글로벌 제약사가 신약 초기 개발 단계부터 루닛의 기술을 바이오마커 도구로 도입한 첫 사례다. 루닛 스코프는 디지털 병리 이미지를 정량 분석해 치료 반응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솔루션으로, 이번 협업을 통해 바이오마커 발굴뿐 아니라 중개임상, 임상시험 효율화, 환자 정밀 분류 등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될 예정이다.
AI를 중심으로 한 신약개발 경쟁은 이제 개별 기술 도입을 넘어, 데이터·알고리즘·규제 대응 역량을 결합한 종합 플랫폼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속도와 성공률’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AI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