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솔루션 韓 이전, 금융·통신 규제 산업 공략 나선다
전 세계 7,000명 보안부대 가동… 쿠팡 사태 막는 3중 방어 체계
韓 소버린 AI 기조 부합… ‘청년CRM’ 등으로 인재 양성 지원

박세진 세일즈포스코리아 대표는 “2026년은 에이전트 엔터프라이즈로의 대전환이 본격화되는 해”라며 “MIT 조사에서 95%가 실패한 AI 프로젝트의 성공 방정식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세일즈포스가 26년 전 SaaS(서비스형소프트웨어)로 소프트웨어 업계에 혁명을 일으켰듯, 이제 AI 에이전트로 기업 운영 방식의 근본적 전환을 예고했다.

박세진 세일즈포스코리아 신임 대표는 지난 18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2026년은 에이전트 엔터프라이즈로의 대전환이 본격화되는 해”라며 “MIT 조사에서 95%가 실패한 AI 프로젝트의 성공 방정식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 1년 만에 네 차례 버전업 “AI 에이전트가 기업 연결 방식 바꾼다”

세일즈포스는 2024년 10월 에이전트포스를 출시한 이후 1년여 만에 네 차례 버전을 업그레이드했다. 에이전트포스 2.0, 에이전트포스 DX, 에이전트포스 360으로 이어진 빠른 진화다. 박 대표는 “세일즈포스처럼 AI 에이전트에 올인하고 있는 회사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 반응도 빠르다. 세일즈포스는 현재 9500개 이상의 유료 고객사를 확보했으며, 4분기에는 1만20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출시 1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펩시코(PepsiCo),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 판도라(Pandora) 등 글로벌 기업들이 에이전트포스를 도입했다.

박 대표는 “26년 전 세일즈포스가 고민했던 것은 ‘어떻게 사람과 고객을 연결할 것인가’였다”며 “1999년 SaaS라는 새로운 방법으로 연결했다면, 지금은 에이전트를 통해서 완전한 고객 연결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일즈포스는 1999년 마크 베니오프 최고경영자(CEO)가 샌프란시스코 텔레그래프 힐의 작은 아파트에서 창업했으며, 올해 약 60조원의 글로벌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AI 에이전트 전략의 핵심으로 세 가지 인프라를 제시했다. 슬랙(Slack)을 에이전트 OS(운영체제)로 전환, 데이터360(Data 360) 프레임워크 구축, 인포메티카(Informatica) 인수를 통한 시맨틱 레이어(Semantic Layer) 강화다.

박 대표는 “기업들이 세일즈포스 에이전트포스뿐 아니라 제미나이, 챗GPT, 코파일럿 등으로 다양한 에이전트를 만들기 시작했다”면서 “문제는 이렇게 만든 수많은 에이전트들을 생성-관리-폐기까지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어디서 관리하느냐”라고 지적했다. 

세일즈포스는 협업 툴인 슬랙을 그 역할을 하는 에이전트 OS로 재정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크래프톤이 전사적 AI 에이전트 전환의 첫 작품으로 깃허브 오픈소스 ‘키라(KIRA)’ 에이전트를 슬랙에서 구동하고 있다.

박 대표는 “기업용 에이전트가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건 머리가 아니라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그는 “챗GPT나 클로드와 같은 소비자용 AI는 신문이나 리서치 등 퍼블릭 데이터를 이용하지만, 기업 에이전트는 기업 내부의 기술 문서, 고객 주문, 생산·물류·배송 현황 같은 데이터만을 이용해야 한다”며 “기업 데이터를 에이전트가 사용할 수 있는 지능으로 바꿔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세일즈포스는 데이터360 프레임워크를 구축했다. 보안을 관리하는 트러스트 레이어(Trust Layer)와 검색증강생성(RAG)을 만드는 아틀라스(Atlas) 엔진이 포함됐다. 최근 인수한 인포메티카도 이 전략의 일환이다. 박 대표는 “엄마·아빠라는 단어가 ‘나를 키워주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듯, 데이터에 세먼틱(의미)을 부여해 AI 지능을 올리기 위해 인포메티카를 인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전체 솔루션 한국 이전, 규제 산업 공략

박세진 대표는 26년간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업계에 몸담았다. 오라클, 시블, 워크데이, SAP 등을 거쳐 1년 반 전 세일즈포스에 합류했고, 올해 8월 한국 대표로 취임했다.

박 대표는 2000년 산업공학 석사논문으로 ‘지능형 에이전트를 이용한 자동화된 협상에서의 전략 수립’을 썼다. 그는 “당시 교수님이 ‘왜 산업공학과를 나와서 이런 걸 하냐’고 하셨지만, 언젠가 그런 시절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며 “협상에서 최적화된 제안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에이전트를 세 단계 레이어로 설계했는데, 요즘 나오는 에이전트 기반 커머스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에이전트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세일즈포스를 찾았다고 밝혔다. “2024년은 생성형 AI가 본격화된 시기였고, AI를 가장 잘할 수 있는 회사가 세일즈포스라고 믿었다”면서 “에이전트포스를 접목하면 고객들이 AI 프로젝트를 최우선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대표로 취임 후 전체 세일즈포스 솔루션을 한국 데이터센터로 이전했다. 코어 솔루션, 태블로, 마케팅 클라우드, 에이전트포스, 데이터 클라우드뿐 아니라 규제 산업 전용 솔루션인 커뮤니케이션 클라우드, 오토모티브 클라우드, 파이낸셜 서비스 클라우드 등 전 제품군이 포함됐다.

그는 “많은 글로벌 회사들이 한국 데이터센터 운영에 부담을 느끼지만, 세일즈포스는 한국 AI 성장성을 감안해 결정했다”며 “한국 기업들이 사용하는 AI 에이전트 정보가 국외로 나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버린 AI 기조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진출을 위한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 안전성 평가도 완료했다. 슬랙을 포함한 주요 제품들이 금융회사 내부망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인증을 받았다.

박 대표는 “손부한 전임 대표는 세일즈포스 코리아의 기반을 닦고 성장을 일으킨 훌륭한 주역”이라면서 “제조업 중심 B2B 시장에서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뒤를 이어 이제 규제 산업에서 성과를 내겠다”면서 “통신·금융·B2C 소비재 산업이 주요 타겟”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에이전트포스의 국내 도입 사례는 지속 증가하고 있다. 카페24, 현대인프라코어 등이 에이전트포스를 도입했다. 현대인프라코어는 13년간 축적한 기술 문서를 레그로 지능화해 연간 4000건 이상의 기술 질의에 응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박 대표는 “과거에는 ‘고장’이라고 검색하면 수천 가지 문서가 떴지만, 에이전트포스는 현재 상황에 가장 맞는 해답을 바로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박세진 세일즈포스코리아 대표는 AI 에이전트 성공 정략으로 프로세스 분해 방식을 소개하며 “최근 진행 중인 국내 고객사는 전체 프로세스를 17개로 나눴고, 이 중 11개가 에이전트로 자동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중요한 판단은 사람이 하고 액션은 에이전트가 하는 휴먼-인-더-루프(Human-in-the-loop) 구조로 재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원 기자

◇ “MIT 조사 95% 실패, 데이터 준비와 프로세스 접근이 관건”

박 대표는 MIT의 난다 리포트(Nanda Report)를 인용하며 AI 프로젝트 실패 원인을 지적했다. MIT는 전 세계 1만여 기업을 조사한 결과 95%가 AI 프로젝트에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첫 번째 실패 원인은 데이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훌륭한 대형언어모델(LLM)을 가지고 있어도 밑에 데이터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원인은 “프로세스가 아닌 기능 중심으로 접근했다는 것”을 꼽았다.

박 대표는 성공 전략으로 프로세스 분해 방식을 제시했다. “최근 진행 중인 국내 고객사는 전체 프로세스를 17개로 나눴고, 이 중 11개가 에이전트로 자동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중요한 판단은 사람이 하고 액션은 에이전트가 하는 휴먼-인-더-루프(Human-in-the-loop) 구조로 재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LLM 모델보다 실제 데이터 활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슬랙봇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슬랙봇에 ‘기자님과 인터뷰 핵심 내용 세 가지 알려줘’라고 입력하면, 챗GPT는 퍼블릭 데이터를 활용하지만 슬랙봇은 회사 내부 데이터만을 활용해 정리해준다”며 “이것이 엔터프라이즈 AI와 컨슈머 AI의 결정적 차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변화에 대해서는 “세일즈포스 내부에서 에이전트가 고객 지원 업무의 70%를 대체했지만, 해당 인력을 에이전트 트레이너나 영업 조직으로 리스킬링(재교육)했다”며 “에이전트를 훈련시키고 육성하는 새로운 직업군이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26년은 본격적인 에이전트 엔터프라이즈 전환의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전사적 프로세스를 에이전트 중심으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면서 “앞으로 지속적인 에이전트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일즈포스는 지난 6월 기존 AI 에이전트 기능에 확장성과 연결성을 강화한 ‘에이전트포스 3’를 발표했다. /세일즈포스

◇ 에이전트 시대 보안 중요 “망분리 규제 개선 필요”

최근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보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세일즈포스는 보안을 최우선 가치로 제시했다. 박 대표는 “세일즈포스는 전 세계 7000명의 보안 인력이 매일 새로운 보안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며 “전체 임직원의 10분의 1이 보안 인력”이라고 강조했다.

세일즈포스의 보안 체계는 트러스트 레이어의 ‘가드레일’ 기능부터 시작한다. 박 대표는 “주민등록번호나 신용카드 정보가 나오면 자동으로 마스킹하거나 에이전트로 전송하지 않도록 설정할 수 있다”며 “챗GPT 같은 소비자용 AI는 이런 통제가 불가능하지만, 엔터프라이즈 AI는 가드레일로 통제한다”고 설명했다.

실드(Shield) 메커니즘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박 대표는 “일반 툴들은 필드 단위로 암호화하지만, 세일즈포스는 DB 전체를 암호화한다”면서 “설령 DB가 유출돼도 해석할 수 없는 데이터만 가져가게 된다”고 밝혔다. 실드는 글로벌 여러 인스턴스를 중앙에서 모니터링하는 커맨드 센터 기능도 제공한다.

이벤트 모니터링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박 대표는 “권한이 없는 데이터를 조회하려고 하면 오디트(감사 기록)가 남고 보안 담당자에게 연락이 간다”며 “권한이 있는 담당자라도 100건 이상의 개인정보를 다운로드하면 상위 매니저와 보안팀에 자동으로 알림이 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일즈포스의 5가지 가치 중 가장 상위가 트러스트(신뢰)”라며 “보안은 시스템만으로는 안 되고, 기업의 보안 거버넌스 정책과 연계돼야 완벽한 보안이 실현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한국 AI 발전을 위한 정책 제언으로 규제 개선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공공기관에서는 에이전트포스가 대국민 서비스에 활용되는데, 국내는 망분리 때문에 아예 들어갈 방법이 없다”며 “실드나 트러스트 레이어 같은 보안 메커니즘으로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데, 폐쇄적인 네트워크는 AI를 아예 쓸 수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AI 인재 양성도 강조했다. 박 대표는 “한 명의 인재가 만든 알고리즘이 GPU 1000장을 대체할 수 있다”면서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뛰어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일즈포스는 매년 30명 이상의 청년을 대상으로 태블로 교육을 진행하는 ‘청년 CRM’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취업률은 80% 이상이다. 올해는 서울시와 함께 AI 교육을 제공하는 ‘청년 AI’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그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AI 거품설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제시했다. “AI는 현재 버블이 아니라 필연”이라면서 “인터넷도 버블이라고 했지만 결국 우리 삶을 완전히 바꿨다”고 강조했다. 이어 "24시간 고객 응대, 고부가가치 업무로의 전환 등 비즈니스 체계가 AI로 바뀌는데 버블로 갈 수 없다“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고, 2026년부터 에이전트 엔터프라이즈 대전환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