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6일 열린 '보고타' 제작발표회 현장 /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송중기가 한 작품에서 3단 변화를 몸소 표현해냈다. 명배우들이 모인 '보고타' 속 돋보이는 성장 캐릭터로 또 다른 송중기의 모습을 선사한다.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하 '보고타') 언론시사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김성제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중기, 이희준, 권해효, 박지환, 김종수가 참석했다.

'보고타'는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로 향한 국희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박병장(권해효)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극 중 콜롬비아 보고타는 밀수와 비리, 부패로 점철된 공간으로 그려진다. 이에 대해 김성제 감독은 "제가 장르적으로 범죄드라마로 구성해서 그렇게 보이지만 제 생각은 서울이 범죄도시가 아닌 것처럼, '보고타'도 부패하기만 한 도시는 아니라는 거였다"라며 "그저 머나먼 곳으로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넓은 세계로 나가려고 했지만, 이전보다 훨씬 작은 공동체에 갇힌 사람들. 그들의 욕망과 갈등과 우정과 배신을 다뤘다"라고 설명했다.

전작 '소수의견'을 마치고 1년 후, '보고타' 작업에 돌입한 김성제 감독은 "전작이 한국 사회의 현재 시대성을 표현했기에 지금 여기의 이야기가 아닌 멀리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사실은 보고타가 아닌 그 어디라도 좋았을 것 같다. 멀고 낯설고 생경하고, 그럼에도 동경하지 않는 도시가 있지 않나. 그곳에도 적지만 한국인들이 살고 있을 거로 생각했다"라며 "그런 작은 공동체 안에서 욕망과 감정이 선명하고 밀도 있게 나타낼 수 있겠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라며 보고타를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송중기는 '보고타'의 중심을 끌고 가는 인물, '국희'를 연기했다. 국희 가족은 IMF로 모든 것을 잃은 후, 아버지의 월남전 전우 '박병장'(권해효)의 도움으로 콜롬비아 보고타에 정착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타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년 국희는 생계를 도맡는다. 보고타 한인 사회의 큰 손 '박병장', 그리고 통관 브로커 '수영'(이희준) 사이에서 욕망을 키운 국희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질주한다.

송중기는 국희의 10대부터 30대까지 모습을 직접 연기하며 입체적 인물을 완성했다. 순수했던 소년의 모습부터 욕망으로 일그러진 얼굴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스크린을 채웠다. 12년 세월을 표현한 송중기는 "저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국희의 서사를 세 단계로 나눴다. 처음 콜롬비아에 도착했을 때와 완전히 적응해서 살고 있을 때, 그리고 상인회장이 된 후로 나눴다. (캐릭터의 변화를)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송중기는 그것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아니었다고 단언했다. 그는 "제 성격을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안 해본 걸 아주 좋아한다. 새로운 문화권의 사람들과 작업하는 것도 재밌어한다. 그런 호기심이 저에게는 강한 자극으로 다가왔다"라고 전했다.

송중기는 '국희' 캐릭터 자체에도 매력을 느꼈다. 그는 "영화에서는 제 취향을 고집하는 편인 것 같다. 그래서 '로기완'이나 '화란', '보고타' 속 모습에서 비슷한 정서를 느끼셨을 수도 있다"라며 "제 생각에는 '화란'이나 '로기완'에서는 삶의 주체 의식이 없는, 흔히 말하는 '맥 없는' 인물이었다면 국희는 제가 선택한 캐릭터 중에서 굉장히 주체적이고 확고하고 욕망이 득실득실한 '욕망덩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변주하는 재미를 느꼈다. 보시는 분들도 귀엽게 봐주시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작품명이 실제 콜롬비아의 수도인 바, 국가 이미지 훼손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과거 넷플릭스 '수리남'이 공개 후 국가 수리남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던 전례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성제 감독은 "일종의 구설에 휘말릴까 봐 조심한 부분은 없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다만 이 영화 속에서 제가 설정한 시기 10년 정도의 보고타는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기도 했다. 장르적 허구를 부리려고 애쓰지 않았고, 나라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의도도 전혀 없었다. 아주 현실적인 소재로 서사와 갈등을 다루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지 프로덕션과도 이런 우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미국 사람들이 와서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훨씬 더 험한 종류의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 반응해 줬다"라고 회상했다.

콜롬비아와 남다른 인연이 있는 송중기는 "저희 장모님이 콜롬비아 분이시고, 제 처가 가족들이 현지에 많이 살고 계시다. 저도 교류를 하고 있는 곳"이라며 "제가 지낸 콜롬비아는 굉장히 흥과 정이 많고 음식이 정말 맛있다. (현지 사람들이) 옛날의 험한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노력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고, 요즘은 여행 유튜버들도 많이 찾는 여행지다. 이제는 콜롬비아에 대한 그런 이미지들이 지워지지 않았나 싶다"라고 첨언했다.

무엇보다 '보고타'는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송중기를 비롯해 이희준, 권해효, 박지환, 김종수 등 세대별 연기파 배우들이 모여 여러 인간군상을 그려낸다. 김종수는 "오늘도 영화를 보고 이 자리에 왔는데, 배우들의 얼굴 표정이 변하는 걸 작은 화면으로 보실 수 있으실까 싶다. 그래서 영화관에 오셔서 보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송중기 배우의 순수한 얼굴이 단단해지고 차가워지고 여유로워지는 모습, 수영이(이희준)의 비참해지는 얼굴, 박병장(권해효)의 마지막 눈빛을, 지환이(작은 박사장 역)의 댄스를, 그런 걸 극장에서 보시면 '(이 영화가) 사람 사는 이야기. 살아있는 이야기구나'라는 걸 느끼실 거다. 극장에서 보시기를 강력히 추천한다"라고 당부했다.

2024년의 마지막 개봉작이자 2025년 첫 영화가 될 '보고타'에 대한 배우들의 기대감도 이어졌다. 권해효는 "저는 '보고타'를 변화에 관한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우리 시대가 또 한 번의 변화 앞에 서 있지 않나. 우리 영화가 꽤 오래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올해의 마지막과 새해 첫날을 '보고타'와 함께 하시면 어떨까 한다"라고 말했고, 송중기는 "1월 말, 2월까지 오래 극장에 걸려 있으면 좋겠다. 연말연시에 아주 맛있게 봐주시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오는 12월 31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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