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보고서 작성과 코딩까지 수행하는 시대, 대학에서 전공을 나눠 가르치는 방식은 여전히 유효할까?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대학 교육의 역할에 관한 질문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생성형 AI가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지식 업무까지 수행하기 시작하면서 정형화된 지식을 전달하는 기존 대학 교육 방식이 AI 시대에도 유효한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대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최근 『AI중심대학』(연암사)을 펴낸 장준호 상명대학교 게임학과 교수에게 AI 시대 대학 교육의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 교수는 정보통신연구진흥원 파견 근무와 대학 행정 경험 등을 통해 대학 교육 정책과 제도 변화를 현장에서 경험해 왔다.

장준호 상명대학교 게임학과 교수 /사진=본인 제공

전공 중심 구조, AI 시대에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

장 교수는 AI 시대에는 지금과 같은 학과·전공 중심 대학 구조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학습을 지원하는 AI 에이전트가 제공되고, 원하는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과목이 어느 전공에 속해 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며 “그런 시대에는 학과나 전공 중심 구조가 유지될 필요도, 실제로 유지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학들도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안을 찾기 어려워 기존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다른 학과 학생이 융합 교육을 위해 특정 과목을 듣고 싶어도 해당 학과에서 별도의 맞춤형 과목을 개설하기 어렵다”며 “교수들에게도 그런 의무가 없는 만큼 기존 구조에서는 융합 교육이 실제로 작동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가 바꿀 대학 교육 환경

장 교수는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로 ‘AI 에이전트’를 꼽았다.

그는 “AI 시대에는 학생들에게 학습을 지원하는 에이전트가 제공되고 이를 통해 개인 맞춤형 학습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 학습하고 자신만의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의 책 『AI중심대학』은 가상의 ‘하버스톤 대학교’를 배경으로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대학 교육 구조를 재편해 가는 과정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책으로 기존 교육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과 AI 시대에 변화해야 할 교육의 방향이 담겨 있다.

책에는 학생을 지원하는 두 가지 유형의 에이전트가 제시된다. 하나는 특정 과목을 담당하는 에이전트로, 교수의 강의 방식과 교육 철학 등을 학습해 24시간 학생 질문에 답하고 학습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또 다른 에이전트는 학생의 학습 이력을 바탕으로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개인 맞춤형 학습 경로를 설계하는 대학 전체의 학습 인프라 역할을 수행한다.

교수를 지원하는 에이전트도 등장한다. 장 교수는 각 교수의 교육 철학과 채점 기준, 강의 스타일 등을 학습한 에이전트가 학생들의 반복 질문을 처리하고 중요한 질문만 교수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시대 대학이 가르쳐야 할 세 가지 역량

장 교수는 AI 시대 대학이 길러야 할 핵심 역량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AI 협업 리터러시(문해력)다. 그는 “다양한 AI 기술을 활용해 자신이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역량이 기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이다. 장 교수는 “복합적인 상황 속에서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를 알아내고 AI를 통해 해결해 내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셋째는 윤리 감수성이다. 그는 “AI 시대에는 많은 것이 자동화되고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기술들과 함께 살아가게 된다”며 “다양한 수준의 윤리를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윤리 문해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책을 통해 모든 학생이 커리큘럼의 약 15%를 윤리 관련 과목에 할애하도록 설계한 대학 모델도 제시한다. AI 시대 대학 교육의 변화 방향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장 교수가 그린 미래가 얼마나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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