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새로운 변화란 이런 것…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중형 SUV의 인기가 가장 뜨겁다. 올해 상반기(1∼6월)만 봐도 소형부터 대형 SUV 중 유일하게 중형만 판매량이 늘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기아 쏘렌토와 현대차 싼타페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지난달 출시된 르노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가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랑 콜레오스는 'Born in France Made in Korea'라는 가치 아래 새로운 브랜드로 재출범한 르노코리아가 처음 선보이는 신차다.
그랑 콜레오스는 르노코리아가 명운을 걸고 만든 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중형 SUV를 겨냥했고, 출시에 앞서 브랜딩 전략도 바꿔가며 '젊은 프렌치 감성' 마케팅에 나섰다.
자동차 시장 분위기도 르노코리아에 긍정적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연결하는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수요 전망도 밝다.
프렌치 감성이 돋보이는 외관은 모던하면서 다이나믹하다. 전면부는 헤드램프와 로장주 엠블럼 패턴의 시그니처 라디에이터 그릴이 조화를 이루어 강인함을 선사한다. 그릴에는 위로 갈수록 다이아몬드 패턴 크기가 작아지는 입체적인 디자인을 채택해 정교하고 세련됐다. 보닛은 남성미 넘치는 볼륨감을 더했다.
측면부는 헤드램프에서 테일램프까지 이어진 캐릭터 라인과 하단에 위치한 길게 뻗은 블랙 장식 그리고 20인치 알루미늄 휠이 세련되고 날렵하다. 후면부는 양옆으로 이어진 크리스탈 3D 타입 풀 LED 테일램프가 적용돼 차체가 더 넓어 보인다. 두툼한 범퍼는 캐릭터 라인 등을 넣어 날렵함을 강조한다.
실내는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가죽 시트는 착좌감이 뛰어나고 조절은 자동이라 편리하다. 스티어링 휠과 변속기는 그립감도 좋다. 여기에 실내 곳곳에 적용된 손바느질 느낌의 스티치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한층 더해준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건 처음 선보이는 오픈알(openR) 파노라마 스크린이다. 퀄컴의 파워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기반으로 최신 안드로이드 OS가 적용된 이 스크린은 운전석 클러스터, 센터페시아, 동승석까지 이어지는 3개의 12.3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풍부한 주행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공한다.
각각의 디스플레이는 모두 독립적으로 기능하면서도 뛰어난 연결성을 갖고 있다. 특히 실행 중인 앱을 손가락으로 터치해 좌우 스크린으로 움직이며 간편하게 옮길 수 있어 편의성도 한층 높였다. 일례로 센터 디스플레이에서 실행 중인 내비게이션을 운전석으로 전송하거나, 동승석에서 재생 중인 영상을 센터 디스플레이로 보다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풍부한 엔터테인먼트도 제공한다. 시네마를 통해 영국의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 기업 스크린히츠 TV가 제공하는 다양한 OTT 서비스를 이용 가능하다. 이를 통해 차량 내에서도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주요 OTT 플랫폼 대부분을 만나볼 수 있다. 플로를 통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이에 더해 르노코리아는 네이버 클라우드와 제휴를 맺고 웨일 브라우저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유튜브, 페이스북, 스레드 등 SNS 이용은 물론 정보 및 뉴스 검색도 가능하다.
조수석에 앉아 비치된 보스 QC 울트라 헤드셋을 연결해 유튜브, 디즈니플러스, 플로 등을 구동해 봤다. 최신 안드로이드 OS가 적용돼 다양한 앱을 연달아 작동해도 끊김이 없었다. 동승자는 헤드셋을 통해 별도의 사운드를 즐기고, 운전자는 스피커를 통해 내비게이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운전자는 주행을 방해받지 않고, 조수석에서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오픈알 파노라마 스크린은 5G 통신망을 적용한 새로운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제공한다. 무선 통신으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FOTA(Firmware Over The Air) 방식을 통해 주행 보조 기능, 공조 기능, 라이팅, 멀티미디어, 안전 기능 등 차량 전자 시스템의 80%(43개 제어 장치)를 간편하게 원격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운전자는 AS 센터나 대리점 등을 방문할 필요 없이 언제나 최적의 차량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클라우드 데이터와 연결해 항상 최신 정보를 제공하는 티맵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사용한다. 실시간 내비게이션 기능, 교통 정보와 도로 안전 알림 등이 빠르게 표시되며, 오디오 시스템이나 음성 명령과 같은 다른 온보드 시스템과 통합돼 보다 기능적이고 직관적인 장점이 있다.
음성 인식 시스템 누구 오토 역시 차량과 운전자의 연결성을 강화한다. 음성 인식 기능은 스티어링 휠에 위치한 PTT 버튼을 길게 누르거나 '아리야', '팅커벨' 등의 음성 호출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운전자들은 음성 인식을 통해 내비게이션, 공조 시스템, 멀티미디어 등을 제어할 수 있으며, 전화의 발신·수신과 날씨, 뉴스 등의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르노코리아는 그랑 콜레오스의 오픈알 파노라마 스크린을 통한 인포테인먼트와 커넥티비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5G 데이터를 고객에게 5년간 무상으로 제공한다.
2열은 전장 4780mm, 전폭 1880mm, 전고 1705mm, 휠베이스 2820mm의 차체 크기로 성인이 탑승하면 레그룸과 헤드룸이 넉넉하다. 트렁크는 기본 633L로 최대 4개의 골프 가방과 4개의 보스턴백을 수납할 수 있다. 2열을 접으면 2034L까지 확장돼 캠핑, 차박 등 짐이 많은 가족 여행에도 무리 없이 넓고 편안한 환경을 제공한다.
시승차 그랑 콜레오스 E-테크 하이브리드는 4기통 1.5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과 출력 100kW를 내는 두 개의 전기모터 그리고 1.64kWh 배터리를 결합한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어 시스템 최고출력 245마력을 발휘한다. 복합 연비는 15.7km/ℓ(테크노 트림, 19인치 타이어 기준)다.
동급 하이브리드 모델 중 최고 용량(1.64kWh)의 배터리는 전기모터만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가 길어 엔진 출력을 상대적으로 아낄 수 있다. 이 배터리는 셀에서 발생하는 열을 냉각수를 통해 흡수하고 배출하는 국내 유일 수냉식 열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멀티모드 오토 변속기는 듀얼 모터 시스템에 3단 기어 및 컨트롤러가 내재된 인버터를 모두 결합한 일체형 구조다. 이러한 일체형 구조를 통한 최적화로 동급 경쟁 모델 대비 100kg 가까운 경량화를 구현했다. 이 같은 경량화는 높은 연비 실현에도 기여한다.
시승은 부산에서 통영을 거쳐 거제도까지 170km 남짓한 코스다. 운전을 위해 탑승을 했더니 시트가 편안하게 몸을 감싸준다. 이후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음이 거의 없어 조용하다. 주행 모드는 다섯 가지다. 에너지 효율에 초점을 맞춘 에코 모드, 편안하고 균형 잡힌 컴포트 모드, 역동적인 주행을 위한 스포츠 모드, 눈길 등 미끄러운 조건에서의 신뢰할 수 있는 스노 모드를 제공한다. 특히 소비자의 운전 형태를 분석 후 모드를 전환하는 인공지능(AI) 모드도 탑재하고 있다. AI 모드를 통해 기존 컴포트, 에코, 스포츠 등 운전 모드로 자동 전환이 이뤄진다.
도심 구간에서는 전기 모드의 빈도가 그동안 경험한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길고 많았다. 그랑 콜레오스 E-테크 하이브리드는 도심 주행에 최적화돼 전체 도심 주행거리의 최대 75%까지 전기 모드로 운행할 수 있다. 회생제동은 3단계 중 하나로 설정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제동 수준을 조절하거나 연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모터와 엔진 그리고 변속기의 조합도 인상적이다. 속도를 낮추고 높이는 모든 과정에 스트레스가 없다. 속도의 영역과 관계없이 일관성을 끝까지 유지한다.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가끔 신경이 쓰인 모터의 회전 소음 그리고 엔진의 거친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또한, 요철 구간을 저속 주행으로 통과할 때, 실내로 전해오는 진동을 최소한으로 억제해 정숙성이 우수한 점 역시 장점이다.
고속 구간에서도 만족스럽다. 스포츠 모드로 주행하면 가속력이 폭발적이진 않지만, 원하는 만큼 반응해 만족스럽다. 랙 타입 EPS(R-EPS) 방식의 스티어링 휠은 스티어링 기어에 직접적이고 정확한 조향력을 전달해 민첩한 반응성을 제공한다. 여기에 MFB(Multi-Functional Body)를 적용한 덕분에 차제의 롤이나 바운스가 제대로 잡힌다. 과속 방지턱, 굽은 길, 교차로에서 빠르게 방향을 틀 때도 차체의 균형이 알맞게 유지된다. 부드러운 승차감이 돋보였다.
르노코리아가 NVH에 신경을 많이 썼다. 먼저 동급 모델 중 최초로 적용한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은 뛰어난 차음성을 제공한다. 이는 차량의 실내에 배치한 3개의 마이크가 엔진 및 타이어,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감지, 그 원인을 분석해 차량 내 보스 사운드 스피커에서 그에 맞는 반대파를 발생함으로써 엔진의 부밍 노이즈를 상쇄하는 기능이다. 또한, 폼 재질의 흡음 타이어(20인치 기준)를 적용해 타이어의 공명음과 지면과의 접촉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최소화하는 등 차량 전반에 흡차음재를 적극 활용해 최상의 정숙성을 구현했다.
안전 사양도 눈에 띈다. 특히 레벨 2 수준의 자율주행 보조 기술 '액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를 모든 트림에 기본 탑재됐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차선 안에서 일정하고 정확하게 차량 위치를 유지하기 때문에 확실히 피로가 줄어들고 여유 있는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풀 오토 파킹 보조 시스템을 적용했다. 알아서 주차할 공간을 찾아주고, 원하는 주차 공간을 선택하면 차량이 페달 및 핸들 조작을 해주어 편리하다.
그랑 콜레오스 E-테크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3777만원~4352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