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앤드마크 제공

"항상 난 운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미스터 션샤인'도 그렇고, '멜로가 체질'도 그렇고 큰 작품에 계속 캐스팅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한 적이 있다. 첫 번째로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그다음으로는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 같다. 항상 100%에 가깝게 준비해서 보여드리려고 했던 게 통한 것 같다."

사진: 앤드마크 제공

이주빈은 미모에 감춰졌던 연기파 배우다. 데뷔 초엔 '증명사진 걔', '걸그룹 연습생 출신 배우' 등의 수식어로 설명되곤 했지만, 큼지막한 작품에 얼굴을 내비치며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고, 차츰 '배우 이주빈'을 대중에 각인시켰다.



최근 종영한 tvN '눈물의 여왕'에게서는 입체적인 인물을 유연하게 그려내 호평을 이끌었다. 신분과 목적을 숨기고 퀸즈가 며느리가 된 의뭉스러운 인물 '천다혜'를 이질감 없이 소화했다. 이주빈은 천다혜의 본래 모습일 때 드러나는 천박함 마저 미워할 수 없는 매력으로 표현했다.

사진: 앤드마크 제공

'눈물의 여왕'은 '별에서 온 그대', '푸른 바다의 전설', '사랑의 불시착'을 쓴 스타 작가 박지은의 신작이다. 작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드라마 팬들의 이목을 한 몸에 받았다. 배우라면 탐낼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실제로 '눈물의 여왕'은 방영 시작부터 줄곧 자체 기록을 새로 쓰더니, 최종화에서는 '사랑의 불시착'을 이기고 tvN 역대 드라마 시청률 1위 자리를 꿰찼다. OTT로도 공개됐음에도 무려 24.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 시청률), 근래 보기 드문 호성적을 받았다.

최근 진행된 종영 인터뷰에서 이주빈은 "워낙 업계 주목을 많이 받는 작품이기도 해서 솔직히 잘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라며 시청자의 사랑에 감사 인사부터 전했다. 그는 "요즘엔 OTT로도 많이 보시지 않나. 시청률이 분산될 만한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 시청률이 나온다는 게 놀라웠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게 실감이 됐다"라며 "보통은 2030분들이 저를 알아봐 주시는데, 얼마 전에 모자 쓰고 나갔는데도 어머님 나이대 분이 '눈물의 여왕 맞죠?'하고 알아보시더라. 그만큼 대중적으로 사랑받고 있구나 싶었다"라고 흥행 소감을 덧붙였다.

사진: 앤드마크 제공

이주빈은 오디션을 통해 '눈물의 여왕'에 참여했다. 스스로 만족한 오디션은 아니었지만, 결국 천다혜를 꿰찬 건 이주빈이었다. 그는 "캐스팅은 2022년 12월쯤 받은 것 같다. 다혜 역할로 오디션이 들어왔다. 감독님 두 분과 미팅했는데, 긴장하지 않게 분위기를 풀어주셨는데도 저는 '하 망했다.' 싶었다. 너무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 마음이 앞서다 보니 실수도 하고 긴장도 많이 해서 '나는 안되겠구나' 싶었는데 한 달 반, 두 달 후쯤 (캐스팅이) 됐다고 연락이 왔다. 솔직히 얼떨떨하고 믿기지 않았다"라고 캐스팅 당시를 떠올렸다.

이주빈은 처음으로 모성애 연기를 소화해야 했다. 그토록 바라던 작품에 합류한 만큼, 진짜 '다혜'가 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더 했다. 이주빈은 "아기 엄마 역할이 처음이었는데, 아기를 안아 올리거나 내려놓을 때 엄마다운 티가 많이 나는 것 같더라. 그래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아이 있는 지인들에게 '내가 아이 좀 보러 가도 될까. 안아봐도 될까?' 하면서 연습했다"라고 말했다.

막상 현장에서는 극 중 아들 '건우' 역의 아역과 호흡을 맞추며 모성 연기를 펼쳐낼 수 있었다. 이주빈은 "현장에서 건우랑 계속 붙어 있는 것 자체가 저에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연기적으로나, 이미지적으로도 재벌 집 며느리인 것을 강조하기 위해 상상 속으로 떠올린 걸 표현하려고 많이 신경 썼다"라고 전했다.

사진: tvN 제공

극 중 천다혜는 퀸즈가의 애물단지 '홍수철'의 마음을 흔드는 팜므파탈이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속내를 감춘 채 내조의 여왕 행세를 한다. 남편을 수단으로만 생각하던 다혜가 결국 수철을 사랑하게 되는 서사는 이주빈과 곽동연의 연기를 통해 설득력을 얻었다.

곽동연과의 호흡을 묻자, 이주빈은 "동연 배우는 저희끼리 천재라고 불렀다. 굉장히 똑똑하면서 사람을 어렵게 하지 않는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도대체 수철이가 이 연기를 어떻게 할까'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수철이 역에 곽동연 배우가 캐스팅됐다는 말을 듣고 많이 안심됐다. 현장에서 처음 봤는데 저보다 8살 연하인데도 성숙하고 어른 같은 느낌이 났다. 제가 많이 의지했고, 곽동연 배우가 아니었다면 다혜의 서사가 이렇게까지 설득이 됐을까 싶은 생각도 했다"라며 파트너를 향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사진: 앤드마크 제공

2017년 SBS '귓속말'을 시작으로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이주빈은 올해로 8년 차 연기자다. 데뷔 이듬해에는 대작 tvN '미스터 션샤인'에 출연, 이후엔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 편', '멜로가 체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등 큼지막한 작품에 참여했다. 매년 쉼 없이 연기를 하고 있는 이주빈은 캐스팅 비결을 묻는 말에 솔직하게 답했다.

"저는 외모적인 이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캐릭터에 딱 들어맞는 외모인 경우가 있는 것 같고, 막상 미팅했을 때 저에 대해 '생각한 것보다 솔직하네'하는 그런 면을 좋게 봐주시기도 하는 것 같다. 저는 맨날 감독님들께 '저 못하는 거 아니까 안 좋은 건 다 얘기해 주세요. 그럼 바꿀게요. 최대한 노력할게요'라고 한다. 그래서 감독님도 제가 연기적으로 개선될 부분이 있으면 편하게 말씀해 주시는 것 같다."

사진: 앤드마크 제공

주·조연 할 것 없이 자신을 찾는 곳이라면 기꺼이 참여해 온 그다. 걸그룹 연습생을 하다 배우로 전향한 후 지금까지를 돌아보자면 어떤 감회가 드는지 궁금했다. 이주빈은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다. 본격적으로 연기한 지 7년 정도 된 것 같은데 내가 순간순간 진심으로 지내고 있구나 싶다"라며 배우 직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신인 시절을 돌아보면, '미스터 션샤인' 때는 정말 대사를 뱉는 것에만 급급했다. 그때는 그게 연기라고 생각했다. 개인지도를 받고 현장에서 하는데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선생님의 연기를 따라 하는 저 자신이 싫기도 했다"라며 "현장에서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성과가 없는 느낌이었다. 그게 익숙해지다 보니까 (작품을) 준비하는 시각이 바뀌었다"고 성장하고 있는 자신을 언급했다.

사진: 앤드마크 제공

특히 올해에는 '눈물의 여왕'으로 큰 사랑을 받은 후 곧바로 영화 '범죄도시4'로 스크린을 채우기도 했다. 이어 차기작 '보호자들' 소식까지 전하며 열일 행보를 예고한 이주빈이다. 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에 대한 질문엔 "안 해본 건 다 해보고 싶다"며 열의를 드러냈다.

"연기를 한다는 건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일인 것 같다. 그럴 때 배우로서 보람을 느끼고, 저도 재밌게 연기할 수 있다. 그래서 저는 '이주빈 나오면 재밌겠다'하는 반응을 듣고 싶다. 해보고 판단하자는 주의라 코미디, 연극, 어떤 것이든 하고 싶다."

이주빈의 필모그래피는 켜켜이 쌓이고 있다. 호기심으로 가득한 이주빈의 연기 열정이 또 어떤 작품에서 폭발하게 될지, 그의 새로운 '인생작', '인생캐'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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