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동석, '범죄도시' 큰 그림을 말하다
"'범죄도시' 1편은 굉장히 오래된 동생에게 소스를 받았어요. 친하게 지내는 형사 모임이 있어서 그곳에서 50여 가지 스토리를 들었어요. 그 속에 마석도(마동석)의 액션으로 펼쳐 보일 수 있는 이야기가 10개 정도 되더라고요. 그걸 놓고 시놉시스를 작업했고, 그중 8편을 직접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죠. 진짜 될지 안 될지 몰랐어요. 그런데 다행히 프랜차이즈로 운 좋게 된 거예요. 정리된 시놉시스는 사회적 분위기 등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서 변주할 수 있게 문을 열어두었어요."
마동석은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를 이끌고 가는 마석도 형사 역을 맡았다. 마석도 형사는 '범죄도시'에서 맨주먹으로 악을 응징하는 인물이다. '범죄도시'가 관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지점은 "카타르시스"라는 것을 마동석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프랜차이즈로 8편을 구성해 둔 상태에서, 그는 '범죄도시' 1, 2편을, 마석도 캐릭터를 모방하지 않을 것을 중심에 두었다. '범죄도시' 3편이 '새로움'으로 관객과 만나게 된 이유다.
"실제 수사 사건 기록지를 보면, 실제 검거하는 범인이 한두 명이라도 얽혀있는 이야기가 많아요. 그 이야기를 2시간 안에 다 담을 수가 없어서요. 액션, 서스펜스, 통쾌함을 가져가고, 그 외의 것을 잘 제거해야 해요. 빌런을 세워두고 사건이 진행되는 게 아니라, '범죄도시'는 실제 사건을 중심에 두고 빌런이 만들어져요. 장첸(윤계상), 강해상(손석구) 다음에 키 2m인 러시아 파이터나 드웨인 존슨이 갑자기 나올 수 없잖아요. 사건에 따라 빌드업을 해갑니다."
'범죄도시3'에는 여러 범죄 사건이 모티브가 되었다. 한국, 일본, 중국이 얽힌 마약 범죄 조직이 나오지만, 이를 영화적으로 풀어내는 것을 경계했다. 마동석은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영화에서 야쿠자가 나오면 너무 판타지로 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실제 일본 배우를 캐스팅했습니다"라고 아오키 무네타카와 쿠니무라 준의 캐스팅을 언급했다.
'범죄도시3'에는 크게 두 가지의 큰 변화가 있다. 하나는 빌런이 두 명이라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마석도 형사의 근무지가 금천서에서 서울 광역 수사대로 바뀐다는 것이다. 마동석은 "제일 중요한 건 제가 제 캐릭터를 따라 하지 않는 게 중요했고요. 상황도 바뀌고, 스토리도, 빌런도 바뀌기 때문에 더 강한 감정도 있고요. '범죄도시'가 '범죄도시'를 따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1, 2편의 형사들이 너무 좋고, 잘해줬고, 호흡도 좋았지만, 또 한 번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때로는 좋은 것도 버리고 새로운 걸 시도해야 한다고요. 적절하게 믹스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변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말한 아오키 무네타카가 마약 범죄와 연관된 일본 야쿠자 리키 역을 맡았다면, 이준혁은 한국에서 신종 마약 사건 범죄의 배후인 주성철 역을 맡았다. 마동석은 이준혁과 영화 '신과 함께'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영화 스태프를 꾸릴 때, "사람 좋은 사람들을 많이 원하는 편"이라는 마동석은 머리도 좋고 액션도 있는 주성철 역에 이준혁을 떠올렸다.
"저는 '범죄도시'에 제 연골과 뼈와 피와 영혼을 갈아 넣었는데, (이)준혁이도 그렇게 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 친구예요. 다른 얼굴을 보여주면 본인에게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 제안하게 됐고, 굉장히 고민과 회의를 많이 하면서 편하고 가볍게 제안했어요. '관심 있니?'라고 물었을 때, (이)준혁이가 바로 '관심 있다'고 했어요. 체격이 크다고 싸움을 잘하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저는 어릴 때부터 복싱도 오래 했고, 기본적으로 센 캐릭터라 비슷한 아우라를 뿜어주려면 체중을 비슷하게 맞추자고 했어요. 90kg까지만 찌우자고요. 갑자기 찌운 살은 한두 끼만 덜 먹어도 4~5kg씩 빠져요. 그래서 한 작품에서 유지하는 게 굉장히 힘든 일인데요. (이)준혁이가 찍는 동안 한순간도 '범죄도시'에서 빠져나오지 않고 해냈어요. 최선을 다해줘서 너무 고맙고, 만족스러워요."
'범죄도시' 시리즈의 폭발적인 인기는 첫 편부터 시작됐다. 1편부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서 역대 흥행 기록 3위를 기록했고, 15세 관람가 등급의 2편에서는 1,269만 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괴물 형사 마석도는 이름 그대로 한국 관객이 가장 사랑하는 형사 캐릭터 중 한 명이 됐다. 마동석 역시 "제작자로 천만 하긴 처음이라 느낌이 다르죠. 제작하고 출연한 작품이라 제 삶을 갈아 넣고 만들거든요. 그런 작품이 세상에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스코어까지 잘 나와서요. 고마운 생각밖에 없어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2편에 이어 3편에서도 지켜진 '15세 관람가' 등급에 대해 밝혔다.
"'범죄도시' 1편이 사실 저희가 '15세 관람가' 등급으로 생각하고 찍은 거예요. 제가 피가 낭자한 걸 안 좋아해요. 그래서 '너무 잔인한 장면은 보여주지 말자'라는 주의에요. 그러면서도 뉘앙스와 분위기를 가져가는 거죠. 잘 생각해 보면 1편에서도 머리에 도끼가 찍혀있는 장면 같은 건 안 나오거든요.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19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어요. 그러면서 잔인한 장면 없이도 충분히 서스펜스와 통쾌함을 가져가자는 생각으로 2편에서는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거고요. 3편도 마찬가지예요. 흡연 장면이 흐리게 처리되어서 초반에 관람 등급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아마도 시리즈는 '15세 관람가' 등급으로 유지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마다 캐스팅을 위해 1천 명이 넘는 배우들의 오디션을 본다. 3편 역시 그랬다. 덕분에 '범죄도시3'에서도 초롱이 등 신스틸러들이 다수 등장한다. 이들은 어둡고 무거운 '범죄' 액션에 코믹 한 스푼을 더해 '즐기게' 해준다.
"처음 윤계상 배우를 캐스팅할 때도, 그 배우가 그렇게 극악무도한 악역을 안 해봤더라고요. 손석구 배우에겐 좋은 느낌을 받아서 제안했는데, 고맙게 드라마에서 추앙도 받고 해서 저희도 배우에게도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 모두가 다 살지는 못하겠지만, 주인공만 돋보이는 작품이 재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번에 고규필 배우도, 안세호 배우도 너무 잘해줬거든요. 저도 '행인7'부터 시작해 배우에게 한 장면 한 장면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요. 안세호 배우도 이번에 약 1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왔거든요. 토모 역을 너무 잘해줘서 사람들이 일본인으로 알고 있더라고요. (웃음)"
8편까지 예정된 마석도는 1, 2편 속 정장 차림과 달리 3편에서는 편한 복장으로 등장한다. 앞선 작품에서는 '소개팅'과 관련된 개그가 있기도 했고, 마동석이 예정화와 혼인 신고를 통해 법적 부부가 된 만큼 마석도 형사의 결혼 계획에 대해서도 물었다.
"아직 마석도의 결혼 계획은 없어요. '범죄도시3'이 2편이 나오고 7년 후 이야기거든요. 제가 19살 때부터 이 얼굴로 살았거든요. 마석도도 그런 인물이라고 생각하면, 초반 1, 2편이 사실 굉장히 어렸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범죄도시' 다음 시리즈에서는 1년 후, 어떤 때는 6개월 후가 나오기도 합니다. (웃음)"
자연스레 '범죄도시4'에 대한 언급이 나오기도 했다. '범죄도시4'에도 두 명의 빌런이 예고됐다. 배우 김무열, 이동휘가 그 주인공. 하지만 마동석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다.
"이동휘는 (빌런이라기에) 좀 다른 구도예요. 김무열 옆에 다른 빌런이 있어요. 빌런의 기준이라면, 아무래도 액션을 해야 하니, 저는 몸이 안 멀쩡하지만, 상대 배우는 활발하게 액션을 할 수 있는 배우를 찾고 있어요. 그리고 배우가 안 해본 역할이었으면 합니다."
'범죄도시3'을 촬영할 때, '범죄도시4'를 병행해서 촬영했다. 마동석은 "프랜차이즈 콘텐츠를 제작할 때, 하나하나 걱정하다 보면 만들 수가 없어요. 우리는 만들어지는 순서대로 공개하는 게 맞다는 생각입니다. 지금은 5, 6편의 시나리오 작업 중인데요. 4편이 내년에 공개되면, 5, 6편이 공개되기까지는 공백기가 좀 생길 것 같아요. 그것도 생각하며 만들고 있어요"라고 밝혔다.
"제일 중요한 건 제가 제 캐릭터를 따라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스토리도 바뀌고, 빌런도 바뀌고, 감정도 달라지잖아요. 그런데 마석도가 그대로이면 안 되죠. 그래서 1, 2편 형사들이 잘하기도 했고, 호흡도 좋았지만, 한 번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마석도가 부서를 옮겼어요. 3, 4편에는 옮긴 부서에서 벌어지는 일인데요. 5, 6편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때로는 좋은 것도 버리고 다른 걸 시도해야 하더라고요. 그러면서도 너무 기존 것을 피하려고만 생각하는 강박도 안 좋은 것 같아 적절하게 믹스한다는 생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다양하게 열어두고 있어요. 빌런들의 외전도 생각하고 있어요. 일단 '범죄도시' 중심으로 기획과 시놉시스까지 8개 정도 세팅을 해놨어요. 이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카타르시스를 중심에 두고 조금씩 변주하며 큰 도전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건에 따라 다른 무리가 나올 수도 있고요. 초롱이(고규필)가 나올 수도 있고, 장이수(박지환)이 나올 수도 있고, 둘의 콜라보가 나올 수도 있고요. 문을 열어놓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