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시대를 이끌다]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유령 그물’ 재활용된다
유령처럼 바닷속을 떠다니는 폐어망을 뜻하는 ‘유령 그물’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전체 해양 플라스틱 중 최소 10%를 차지하는 유령 그물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64만 톤이 바다에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되며 어류는 물론 돌고래·바다거북·산호 등 수많은 해양 생물과 환경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화학 섬유 등으로 만들어져 썩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심각성에 해양 환경 보호 의식이 높아지면서 문제 해결에 나서는 기업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는 시셰퍼드 글로벌과 함께 유령 그물 및 해양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오션 버블 버디’를 선보였다. 오션 버블 버디는 비누가 무르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비누 받침이자, 비누를 잘게 갈아 족욕이나 애벌빨래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솝 그레이터다. 2016년부터 꾸준한 파트너십을 이어 온 해양환경보호단체 시셰퍼드 글로벌 그리고 네덜란드 디자이너 푸크예 플뢰르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으며, 폐그물과 해양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만큼 자연스러운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폐그물을 활용한 의류와 가방 등 패션 제품으로도 재탄생됐다.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파타고니아 코리아의 ‘다운 드리프트 재킷’은 버려진 폐그물을 수거해 만든 재생소재 넷플러스(Netplus®) 포스트컨슈머 리사이클 나일론 원단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었다.
친환경 패션 브랜드 플리츠마마는 지난 9월 부산에서 열린 제7차 국제 해양폐기물 콘퍼런스에서 폐어망 리사이클링 플리츠백을 공개했다.
이는 국내에서 수거한 폐어망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제품으로 만든 첫 사례로 효성티앤씨의 친환경 섬유인 폐어망 리사이클링 나일론 ‘마이판 리젠오션’이 업계 최초로 사용됐다. 자투리가 남지 않는 뜨개 공법을 적용하고 불필요한 재고를 최소화하는 등 친환경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유령 그물을 스마트폰 부품에 사용 가능한 소재로 개발하는 데 성공해 향후 갤럭시 기기 등에 이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해양 오염을 줄이는 데 일조함과 더불어 사용자들이 보다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다는 목표다.
이 밖에도 SK에코플랜트는 지난 5월 바다의 날을 맞아 폐어망 재활용 소셜 벤처 기업 넷스파와 협력을 체결하고 폐어망 수거 및 운반 시스템 구축 비용 지원을 약속했으며, 8월에는 삼양사가 넷스파와 폐어망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활용한 자동차 내외장재용 플라스틱 생산을 예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