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동물 어벤져스의 순한 맛!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 '닥터 두리틀'
1월 8일, 영화 '닥터 두리틀'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했다. 영화는 북미에서 1월 17일 개봉 예정으로 국내 관객들은 10일가량 먼저 영화를 만나보는 셈이다.
영화 ‘닥터 두리틀’은 동물들과 소통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닥터 두리틀(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동물들의 모험을 담은 판타지물이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후 세상과 단절한 채 동물들과 살아가던 닥터 두리틀은 불치병에 걸린 여왕을 구하기 위해 떠밀리듯 모험을 떠난다. 여왕이 죽으면, 동물들과 살아온 보금자리에서 쫓겨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처음으로 컴백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10년 넘게 마블 히어로 ‘아이언맨’으로 살아온 그가 어떤 변신을 했을지 궁금한 탓이다.
다행히 영화 속 ‘닥터 두리틀’에게서 ‘아이언맨’의 잔상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변신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닥터 두리틀’은 ‘아이언맨’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주진 못했다. 영화를 본 후 관객의 머릿속에 남는 것은 닥터 두리틀이 아닌 귀여움 넘치는 동물들이다.
‘닥터 두리틀’에는 수많은 동물이 출연해 저마다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두리틀 사단의 브레인 앵무새 ‘폴리(엠마 톰슨)’, 추위를 타는 북극곰 ‘요시(존 시나)’, 겁쟁이 고릴라 ‘치치(라미 말렉)’, 가는 귀먹은 오리 ‘댑댑(옥타비아 스펜서)’, 투덜이 타조 ‘플림턴(쿠마일 난지아니)’, 나르시시즘 다람쥐 ‘캐빈(크레이그 로빈슨)’ 등 영화에 등장하는 각양각색의 동물들은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며 보는 이에게 엄마 미소를 짓게 한다.
이외에 안토니오 반데라스, 마이클 쉰, 제시카 버클리 등 화려한 실사 배우들의 출연도 반가운 부분이다.
동물과 소통하는 닥터 두리틀의 능력이 노력으로 습득할 수 있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외국어를 공부하듯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의 제자가 된 소년 ‘토미 스터빈스(해리 콜렛)’은 열심히 노력한 끝에 영화 말미에는 동물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
1920년대 신문연재로 시작한 ‘휴 로프팅’의 베스트셀러 '둘리틀 선생의 모험'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스토리가 다소 단순한 편이며, 영화 ‘말리피센트’를 만든 디즈니 제작진이 합류한 탓에 유니버설 픽처스의 작품임에도 디즈니의 냄새가 짙게 묻어난다.
마블 히어로와 같이 관객을 사로잡는 한방의 부재가 아쉽긴 하지만, 새로운 판타지 어드벤처의 문을 연 '닥터 두리틀'. '샬롯의 거미줄', '꼬마 돼지 베이브' 등을 재미있게 본 이들에게 더 추천할 만한 영화는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보면 더 좋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