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기차 타고 파리 가는 그날을 꿈꾸며… 평화를 노래하다
다큐멘터리 영화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
'한국에서 기차를 타고 프랑스 파리로 간다'고 하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1920년대에는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은 1927년 기차를 타고 프랑스에 갔다. 경성역을 출발해 시베리아를 거쳐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다. 1936년 마라톤 선수 손기정도 기차를 타고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했다.
춤 추고 노래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 청소년과 청년들로 이뤄진 사회운동 단체인 '레츠피스(Let's peace)'다. 이 단체는 2018년 봄부터 10개월간 <서울역을 국제역으로>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평화가 찾아온 한반도에 남북 철도가 연결돼 기차가 유라시아 대륙을 달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캠페인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는 레츠피스 단원들의 캠페인 과정을 담았다. 흥이 넘치는 레츠피스 단원은 말로만 '평화'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을 돌며 기차역 광장에서 북으로 신나는 삼바 리듬을 연주하고, 노래하고 춤 추며 평화를 이야기한다. 한국에서뿐 아니라 블라디보스토크부터 베를린까지 유라시아를 횡단하며 <서울역을 국제역으로> 캠페인을 펼친다.
‘레츠피스’ 단원들이 여러 지역의 기차역 광장에서 공연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도 따라간다. 일제 강점기 목포 청년들의 항일 운동 근거지인 '목포 청년회관'을 찾고, 천안에 갔을 때는 시신이 없어 혼백만 모신 ‘유관순 열사 초혼묘'를 찾아 참배한다. 러시아에 도착한 일행은 고려인 3세들과 만나 문화 교류를 한다. 단원들이 방탄소년단 노래에 맞춰 춤을 추자 관객석의 고려인 3세들이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따라 부른다. 이후에도 그들의 여정은 계속 된다. 영화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는 <서울역을 국제역으로> 캠페인에 참여한 단원들의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화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는 제11회 DMZ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관객을 만났다.
DMZ다큐멘터리영화제는 9월 27일까지 열리며, 46개국에서 출품한 152편의 작품을 고양 메가박스 백석와 일산벨라시타, 파주 롯데아울렛 롯데시네마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