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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T 배차 알고리듬 공개, 가맹 택시 오히려 손해

기사입력 2022.09.06 15:56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 검증 결과 발표… 비가맹 택시 차별 없어
  •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는 카카오T 배차 알고리듬 소스 코드를 약 6개월간 검증한 결과 차별 요소가 없었다고 밝혔다. /카카오
    ▲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는 카카오T 배차 알고리듬 소스 코드를 약 6개월간 검증한 결과 차별 요소가 없었다고 밝혔다. /카카오

    카카오T 택시 배차에 카카오 가맹 택시와 비가맹 택시 간 차별 요소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는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카카오T 배차 알고리듬 소스 코드를 분석한 결과 차별을 일으키는 요소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로 카카오T 배차 투명성은 어느 정도 밝혀졌지만, 카카오에 돈을 내고 가맹한 택시는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는 지난 1월 카카오모빌리티의 사회적 책임 강화 행보 일환으로 택시 배차 시스템에 대한 객관적 진단을 위해 발족됐다. 활동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한교통학회가 추천한 학계 교통 분야 빅데이터 및 AI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됐다.

    김현 위원장(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은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T 택시 배차는 가맹 택시와 비가맹 택시, 혹은 멤버십과 비 멤버십 기사들에게 차별적인 영업 행위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돼 왔다”며 “위원회는 이 의문점을 확인하기 위해 카카오T 택시 배차 알고리듬 투명성을 검증했다”고 말했다.

    위원회가 검증한 결과에 따르면 카카오T 배차 시스템은 승객이 택시 요청 시 택시 종류에 상관없이 일정 직선거리 내의 빈 택시들이 한 군집으로 인식한다. 이중 배차 수락률, 기사 평점, 난폭 운행 등 기준을 인공지능(AI) 기반으로 검토해 가장 수락 확률이 높은 택시에 배차한다. 기사가 이를 거부할 경우 이용자와 가까이 있는 기사에게 ‘예상 도착 시간(ETA)’을 기준으로 콜을 발송한다. 이 과정에서 가맹 택시나 비가맹 택시 등에 따라 우선순위가 적용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검증 결과 카카오T 배차 과정에서 가맹 택시와 비가맹 택시 기사를 구분하는 변수는 없었다”며 “이용자가 택시 배차를 요청하면 카카오T 플랫폼에선 배차 가능한 일정 거리에 있는 택시 기사를 확인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맹과 비가맹 회원을 구분하는 변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용자 목적지에 따라 가맹 택시에 유리한 배차를 해주는 경우도 없었다. 위원회는 4월 한 달간 데이터를 갖고 거리와 가맹 여부에 따라 배차에 문제 있는 요소가 있는지 검증한 결과 단거리나 장거리 등 영업 거리에 따른 차별을 야기하는 로직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단거리는 5㎞로 중거리는 5~10㎞로 설정하고 10㎞가 넘는 거리는 장거리로 간주해 점검한 결과 가맹 택시는 단거리 57%, 중거리 25%, 장거리 18%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가맹이 아닌 일반 택시는 54%, 26%, 20%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 방식에 따라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실적 데이터에서도 부분 일관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가맹 택시와 비가맹 택시가 다소 차이나는 이유에 대해 “목적지에 따른 배차 승인 자유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맹 택시는 이용자의 목적지 정보가 나오지 않아 이동 거리 계산 없이 승인하는 구조지만, 비가맹 택시는 목적지 정보가 제공돼 배차를 승인할지, 미승인할지 선택할 수 있어 다소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가맹 기사는 목적지 정보를 알 수 있어 수익성이 좋은 장거리 호출 수락률이 높았지만, 가맹 기사는 목적지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자동 배차 수락 시스템으로 거리에 따른 수락률 차이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 이유가 가맹 택시와 비가맹 택시 간 차별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목적지를 알 수 있는 비가맹 택시가 배차 수락을 하지 않으면서 가맹 택시에만 배차를 유리하게 해주는 착시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는 “비가맹 택시는 목적지에 따른 선택 결정에 대한 자유도가 충분했다”면서 “이 때문에 배차 수락률이 가맹 택시보다 낮은 상황에 있었던 것”이라며 “가맹 택시는 자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카카오모빌리티 플랫폼에 더 성실하게 배차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지 택시 영업 방식에 대한 의도적인 차별성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배차 시스템이 공개됨으로써 카카오T 플랫폼에 신뢰가 생겼다는 이도 생겼지만, 이와 반대로 가맹 택시에 혜택이 너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택시 운송업 분야에서 종사하는 관계자는 “가맹 택시를 운영하기 위해선 카카오에 일정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비용 대비 혜택이 적다”면서 “이용자 목적지를 알 수 없어 답답한 측면이 많다”고 토로했다. 또 “수락률이 높아 배차가 잘 된다 해도 단거리 위주이기 때문에 손해 보는 경우가 많다”며 “가맹 택시에 관한 혜택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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