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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호국보훈의 달이기도 하지만, 특히 동족상잔의 비극이 발발한 그날, 6월 25일이 돌아올 때마다 평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최근 남과 북이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키워가고 있어 몹시 걱정스럽다. 한반도의 운명은 평화가 담보되어야만 번영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
평화는 국가와 국가 사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가정의 평화, 너와 나의 평화, 나 자신의 평화 등, 이 모두가 중요하다. 하지만 세상의 중요한 모든 것들은 대부분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평화와 안녕, 즉 평안을 기원하는 장식품을 놓아두거나 그림을 걸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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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든 출장이든 중국에 가 본 사람들은 중국의 호텔이나 백화점, 관광지 상점 등에 갔었을 때 입구나 로비, 혹은 안내 데스크 근처에 사람 키만큼 커다란 화병이 놓여 있었던 걸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장면이라 한 번쯤 속으로 ‘크기는 엄청나고 색깔은 화려한데, 주위와 어울리지도 않는 화병을 두 개씩이나 왜 세워 놓았을까?’라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또한 제법 산다는 중국 사람 집에 가 보면 역시나 거실에 한 쌍의 큰 화병이 장식품으로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중국 사람들이 벽에 걸어 두는 그림으로 꽃을 담은 꽃병 정물화가 적지 않다. 서양화의 정물화 중에서 꽃병을 그린 작품이 있기도 하지만 동양의 전통 그림에서 화병을 그린 것은 나름의 속뜻이 있다.
화병(花甁, huāpíng)의 중국어 발음은 화평(和平, hépíng)과 비슷하다. 그래서 화병은 화평을 의미한다. 화병의 실질적 용도는 꽃을 꽂아두는 장식품인데, 화병에 꽃을 꽂는 동작을 중국어로 안방(安放, ānfàng)이라고 한다. 그림에 그려진 사물이 아닌, 그림에서는 보이지 않는 ‘꽃을 꽂는 동작’을 ‘안(安)’으로 읽는 것이다. 이때 안(安)은 평안(平安)의 뜻이 된다.
화병은 화평이고, 꽃이 있는 화병은 평안이 된다. 뜻을 알고 보면 꽃병은 단순히 꽃만을 꽂아두는 것이 아니다. 화병에는 모두의 평안을 기원하는 마음이 들어 있는 것이다.
위의 <평안부귀(平安富貴)> 작품을 보자. 꽃병에 있는 꽃은 모란이다. 모란은 부귀를 상징한다. 그래서 그림의 제목이 평안과 부귀를 기원하는 <평안부귀>다.
화병에 꽃을 꽂아 두는 것이 평안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 꽃을 담은 꽃병 하나 탁자 위에 놓아 보자. 꽃도 감상하며 평안까지 이룰 수 있다면 일석이조를 뛰어넘는 일석다조가 아닐까?
※ 본 기사는 기고받은 내용으로 디지틀조선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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