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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유방 X선 촬영술 기관이 수검자에게 유방 밀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는 규정을 발표하고, 치밀유방인 여성들이 진료 시 유방 밀도와 유방암 위험 요인, 개인 상태에 대해 의료진들과 공유하도록 권장했다. 유방 밀도가 유방암 발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이 높기 때문이다.
치밀유방은 유즙을 만들어내는 유선 조직 밀도가 높고, 지방 조직은 상대적으로 적은 상태를 말한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치밀유방을 가진 여성의 유방암 발병 확률은 저밀도 유방을 가진 여성보다 4~6배가량 높다. 유방암은 대부분 유선 조직에서 발생하는데, 지방 조직보다 유선 조직에 비정상적인 세포로 발전할 수 있는 세포가 더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유방암 검진의 기본 검사인 유방촬영술은 치밀유방에서 정확도가 50% 이하로 낮아진다는 데 있다. 유방촬영술에 사용하는 X선은 밀도가 낮은 지방 등의 조직은 투과해 검은색으로, 밀도가 높은 종양, 암, 석회화 병변은 하얀색으로 나타낸다. 하지만 조직이 치밀한 치밀유방은 사진 전체가 하얗게 나타나 암 등의 병변을 구분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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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치밀유방을 보완할 수 있는 유방암 검진 방법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한국인 여성은 10명 중 8명이 치밀유방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치밀유방은 나이가 어릴수록 많은데, 최근 젊은 층에서의 유방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더하고 있다.
명지병원 유방외과 김완성 교수는 “한국인 여성의 경우 10명 중 8명이 치밀유방에 해당하는 만큼 치밀유방이 유방 건강 관리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에 대한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여성 5,967명의 유방촬영술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 치밀유방의 분포는 30대 94.3%에서 40대 91.4%에 이르며, 40대 이후 유방 실질조직이 지방조직으로 대체되면서 50대 72.2%, 60대 44.0%로 50대 이후부터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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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성 교수는 “치밀유방인 경우 유방암 의심 여부를 더욱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유방촬영술과 함께 필요시 유방초음파나 혈액검사 등 추가 검사를 챙기고 이상 징후가 있다면 신속하게 유방외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방초음파는 주로 유방촬영술 이후 의심이 되는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거나, 치밀유방 환자 중 추가 검사가 필요한 경우 보조 검사로 활용된다. 초기 유방암의 주요 증상 중 하나인 미세석회화를 효과적으로 판별할 수 있으며, 손으로 만져지거나 눈으로 봐서는 발견하기 힘든 1cm 미만의 작은 고형 종양까지 발견할 수 있다.
유방암 검진용 혈액 검사로는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체외 진단용 의료기기로 승인받은 ‘마스토체크(Mastocheck)’가 있다. 해당 검사는 혈액 내 유방암과 밀접한 관련을 보이는 3가지 종류의 단백질 바이오마커를 측정한 정량값을 고유의 알고리즘에 대입하는 방식으로 치밀유방 여부와 관계없이 0~2기 조기 유방암 여부를 판별한다.
김 교수는 “유방암은 검진을 통해 발견하면 증상 발견 후 진단된 경우보다 더 좋은 예후 인자를 가진 경우가 많고, 사망률도 낮은 경향을 보인다”며, “방사선 노출 등을 이유로 유방촬영술이 권장되지 않은 젊은 연령인 경우라도 자가 검진과 함께 유방초음파와 혈액검사 등 유방암 검사와 전문의와의 진료를 정기적으로 챙기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