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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중고차 시장 ‘메기’가 흔드는 금융업계... 성장의 기회 될까

기사입력 2022.12.08 15:43
중고차 시장의 ‘메기’가 온다 ③
  • 완성차업계를 포함한 대기업의 본격적인 중고차 시장 진출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캐피탈사와 카드사가 그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중고차 시장의 메기인 대기업의 등장으로 중고차 시장뿐만 아니라 자동차금융 시장까지 판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경쟁 펼치는 ‘캐피탈사’

  • 이미지 제공=현대캐피탈
    ▲ 이미지 제공=현대캐피탈

    그간 캐피탈사는 여신전문금융사로서 자동차금융 시장의 전통 강자로 불려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카드사가 같은 사업에 뛰어들며, 그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캐피탈사의 중고차 플랫폼 사업 진출과 역량 집중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캐피탈사는 대부분 대기업 계열사이다. 이들은 직접 판매 방식을 선언한 완성차업계와 달리 딜러와 소비자 사이에서의 중개인 역할을 선택해 중고차 시장 진출 시 기종 업체와 큰 충돌은 없었다. 딜러가 차량을 내놓으면, 캐피탈사는 해당 차량의 상태를 점검해 품질보증을 거치고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에게 차량 정보를 세세히 전달한다. 또 고유의 강점인 금융서비스를 연계해 관련 대출 정보나 상담 등의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이처럼 신뢰 기반의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운영해온 캐피탈사는 대표적인 레몬 마켓으로 꼽히는 중고차 시장에서 단기간 내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이번 대기업의 진출 시기가 확정되면서 관련 업체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2024년까지는 현대차·기아가 시장점유율 자체 제한조건을 가지게 되므로 진출 직후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대캐피탈은 모회사인 현대차와 자칫 경쟁 관계가 될 수 있는 모양새다. 현대차가 지난 3월 발표한 중고차 사업 계획이 현대캐피탈의 현 사업 내용과 상당 부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어,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해 12월 기아가 지분을 20% 추가 취득하며 현대차그룹 지분 99.78%인 완전 자회사가 된 현대캐피탈이 현대차·기아의 인증 중고차 매매 특화 금융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며, 현대캐피탈이 현대차·기아의 중고자 시장 진출로 인해 카드사로부터 빼앗겼던 할부 금융 시장 점유율을 다시 높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처럼 중고차 시장 ‘메기’인 완성차업계의 등장에 캐피탈사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게 됐다. 이에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캐피탈사는 중고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관련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KB캐피탈은 지난 3월 자사 중고차 매매 플랫폼인 ‘KB차차차’에 자동차 특화 마이데이터 서비스 ‘차테크’를 새롭게 출시했으며, 우리금융캐피탈의 ‘우리원카’는 지난 4월 메타버스에서 자동차금융 정보를 제공하는 ‘원(WON)카랜드’를 오픈했다. 또 현대캐피탈은 지난 8월 자사 앱을 업그레이드 한 ‘자동차 특화 금융정보 플랫폼’을 선보였다. 해당 플랫폼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계산기와 자동차 구매 한도 조회 등 다양한 기능을 담고 있다.

    자동차 할부 금융의 ‘강자’ 바뀌나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카드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카드사별 자동차 할부 금융 자산 1위는 신한카드다. 그 뒤로는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가 잇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이후에는 계열 카드사가 캐시백, 저금리 할부 등 다양한 연계 혜택을 선보이며 현재의 판도를 뒤흔들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특히,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카드가 중고차 할부 금융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한·KB국민·삼성·롯데·하나·우리카드 등 일찍이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에 뛰어든 여느 카드사와 달리 현대카드는 지난 4월부터 현대·기아 자동차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할부 서비스 제공에 나서며 사업에 손을 뻗었다.

    롯데카드도 수혜 대상이다. 계열사인 롯데렌탈이 내년 소비자를 대상(B2C)으로 본격적인 중고차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렌탈은 최근 중고차업계(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사업 진출을 위한 자율조정에 합의하기도 했다.

    대기업의 진출, 업계 전체 성장의 ‘기회’ 될까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파이 자체를 키워 계열사와 관계없는 캐피탈사, 카드사까지 포함한 업계 전체가 성장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한 경쟁이 심화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금융업계는 다양한 혜택을 확대하고 새로운 사업 전략을 모색할 것이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서비스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평가다.

    KB캐피탈 관계자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당장은 시장 파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개인사업자 위주로 업을 영위 중인 중고차 딜러들에게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기아와 같은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은 시장의 이미지 개선과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기회이며, 이러한 신뢰가 장기적으로는 중고차 시장 파이를 점차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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