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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빗장 풀린 중고차 시장… ‘골목상권 침해’ vs ‘자업자득’

기사입력 2022.11.22 13:40
중고차 시장의 ‘메기’가 온다 ①
  • 지난 3월, 중고차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됨에 따라 완성차업계를 포함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공식적으로 허용됐다. 이에 현대차그룹을 필두로 한국지엠·쌍용차 등 완성차 대기업들이 중고차 시장 진출을 앞두고 채비에 나서고 있다.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지난 7월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이하 삼성증권)가 추정한 국내 중고차 시장 금액 규모는 약 29조 원이다. 이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국내 신차 시장의 금액 규모(약 76.6억 원)의 약 38% 수준이다.

    삼성증권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본격화할 2026년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를 약 35조 원으로 예상했다.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라는 이슈에도 향후 중고차 시장의 성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보수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중고차 시장 내의 비즈니스 기회는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고차 시장이 규모 면에서는 급격히 성장하지 않더라도, 기존 및 신규 진입 기업의 성장과 수익을 안겨줄 사업 기회가 존재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대기업의 진출이 향후 해외 바이어들의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 평가하면서, ‘중고차 수출 시장’에 대한 성장 가능성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기존 중고차업계를 포함한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골목상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브랜드 파워와 막강한 자본력을 보유한 대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면 소상공인의 생존 문제나 독과점으로 인한 가격 상승 등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해 큰 혼란을 야기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지난 10월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가 대표적이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는 그간 문어발식 확장으로 독과점하고 있던 여러 분야 서비스에 큰 피해를 끼쳤다. 특히, 택시 호출 플랫폼으로 독점적인 지위에 있는 카카오T가 장시간 먹통이 되며, 개인택시 운행 기사들의 피해 호소가 빗발쳤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지난 9일 "카카오T가 시장을 독점한 뒤, 도심과 달리 배회 운행을 하지 않는 지역 택시의 경우 카카오T에 의존하는 정도가 커 더 큰 피해가 발생했다"며, 카카오에 실질적인 보상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우려에도 대다수의 소비자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간의 중고차 시장이 허위 매물과 거짓 정보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극심한 대표적인 레몬 마켓(저품질의 재화, 서비스만이 거래되는 시장 상황)으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환영하는 이들은 이번이 중고차 시장 전체에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좋은 계기가 되어, 향후 중고차 수출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 이미지 제공=한국소비자원
    ▲ 이미지 제공=한국소비자원

    중고차 시장의 불완전·불충분한 정보제공 및 불투명 거래 문제는 한국소비자원도 지적한 바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1년 3월까지 접수된 중고차 관련 소비자피해구제는 총 455건이며, 그 중 ‘차량 성능·상태 불량’이 45.5%로 제품 품질 관련한 문제가 가장 두드러졌다. 이밖에 ‘서비스’ 관련 문제는 30.1%를 차지했으며, ‘사고정보 및 침수차량 고지 미흡’, ‘주행거리 및 모델 등의 상이한 정보제공’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자동차산업연합회(KAIA)는 지난 2월 개최한 제22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을 통해 완성차업체가 중고차 시장 진입 시 2026년 합계 시장점유율은 최소 7.5%∼최대 12.9%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며 “독과점 우려는 기우”라고 전하기도 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해당 포럼을 통해 “중고차 시장 낙후성과 사기행태 만연을 여전히 정부개입과 행정력 투입으로 해결한다는 일부 인식이 있으나, 이는 중고차 시장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근본적 해결은 진입 장벽 철폐 등 경쟁촉진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정부는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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