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한 병이 한 끼”… 8000억 시장, 유통업계 경쟁 본격화
식사 대체 수요 확대에 시장 급성장
고함량·원료 경쟁 속 산업 경계 허물어져
단백질을 찾는 소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운동 보충제에 머물던 단백질이 식사 대용과 다이어트, 고령층 영양 관리로 확장되면서다.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단백질은 더 이상 특정 목적의 기능성 식품이 아니라 일상적인 식사 대체재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 규모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단백질 시장은 2019년 1206억원에서 2024년 45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성장했다. 2026년에는 800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단순한 외형 성장을 넘어 식품 산업 구조 자체가 재편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 RTD가 바꾼 시장…“보충제에서 식사로”
시장 변화를 이끈 것은 RTD(Ready To Drink) 제품이다. 분말형 보충제 중심이던 단백질 섭취 방식이 음료 형태로 전환되면서 소비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단백질은 운동할 때 먹는 것에서 일상적으로 마시는 것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단백질 RTD 시장은 약 3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오프라인 시장만 1387억원에 달한다. 단백질 시장 내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핵심 축이다.
업계의 진입 속도도 빨라졌다. 매일유업의 셀렉스 스포츠 드링크를 시작으로, 영양 균형을 강조한 빙그레 더단백 드링크, 고함량 전략의 남양유업 테이크핏 맥스, 간편식 콘셉트의 오리온 닥터유PRO 등이 잇따라 출시되며 시장은 빠르게 경쟁 국면으로 전환됐다.
후발주자인 일동후디스의 하이뮨 액티브는 출시 약 5년 만에 누적 매출 6000억원을 돌파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분말 제품에서 확보한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RTD까지 확장한 사례로, 단백질 시장에서는 제품력뿐 아니라 유통망과 시장 진입 속도가 성과를 좌우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단백질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보충제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식사의 한 형태로 기능이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고함량 넘어 원료 경쟁으로 한 끼 대체로 확대
식사 대체재로 자리 잡으면서 경쟁의 기준도 달라졌다. 단순히 단백질을 보충하는 수준을 넘어 한 번의 섭취로 얼마나 많은 영양을 대체할 수 있는지가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고함량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랩노쉬는 52g, 셀렉스는 45g 단백질 제품을 내세우며 한 병으로 하루 권장량 상당 부분 충족을 강조하고 있다. 빙그레의 더단백 역시 30~40g대 제품군을 확대하며 시장 대응에 나섰다.
제품 설계도 빠르게 정교해지고 있다. 제로슈가, 저지방, 락토프리는 기본 조건이 됐고, 아미노산 구성과 흡수 효율, 소화 편의성까지 경쟁 요소로 확대되고 있다.
동시에 원료를 둘러싼 차별화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정식품의 베지밀은 고단백 두유로 누적 500만 개 판매를 기록하며 식물성 단백질 시장을 확대했고, 이롬은 국산콩 기반 제품을 세분화해 선택지를 넓혔다. 반면 연세유업은 A2 원유를 활용한 세브란스 A2프로틴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섰다. 결국 단백질 시장은 고함량과 원료 차별화가 동시에 작동하는 이중 경쟁 구조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 유통·외식까지 확장되며 산업 경계 허물어져
시장 확대는 산업 간 경계까지 바꾸고 있다. 단백질이 하나의 제품군이 아니라 성장 카테고리로 인식되면서 유통과 외식업계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CJ올리브영과 협업해 단백질 브랜드를 선보였고, BGF리테일(CU)과 세븐일레븐은 PB 제품으로 시장에 직접 진입했다. 유통업체가 단순 판매를 넘어 상품 기획 단계까지 참여하는 구조다.
외식업계도 변화 흐름에 올라탔다. 한솥도시락은 단백질 스타트업과 협력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제품 개발에 나서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플랫폼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올리브베러를 통해 단백질과 건강식, 영양제를 통합 제안하며 웰니스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상품 판매를 넘어 소비자의 식사와 건강 관리 방식을 함께 설계하는 방향이다. 단백질 시장은 더 이상 기능성 식품 시장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음료, 간편식, 식물성 식품, 유통 플랫폼이 결합되며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확장되고 있다.
경쟁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함량이나 성분 같은 제품 스펙을 넘어, 소비자의 식사 방식과 건강 관리 루틴을 얼마나 선점하느냐가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백질 시장이 영양 보충이 아닌 식사 대체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백질을 둘러싼 경쟁은 이제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의 일상과 습관을 두고 벌어지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