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를 서류와 규제 늪에서 해방시키겠다” 선언
‘보이지 않는 거버넌스’ 시작… AI가 규제 PDF까지 모델링
은퇴하는 베테랑 노하우, AI 동반자가 기업 자산으로 복제

야닉 오두아르(Yannick Audoir) 에노비아 연구개발 부사장은 “AI 시대의 거버넌스는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번거로운 작업을 AI가 처리하는 것”이라며 “프로젝트 업데이트, 회의록 작성, 규제 대응 같은 수동 작업에서 엔지니어를 해방시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다쏘시스템이 제품 수명주기 관리(PLM) 솔루션 ‘에노비아’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본격 적용하며 ‘보이지 않는 거버넌스(Invisible Governance)’ 전략을 공개했다. 거버넌스를 통제가 아닌 ‘도구’로 재정의하고, 엔지니어가 복잡한 프로세스 대신 설계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AI가 뒷단 작업을 자동화한다는 구상이다.

야닉 오두아르(Yannick Audoir) 에노비아 연구개발 부사장은 2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 미디어 세션에서 “AI 시대의 거버넌스는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번거로운 작업을 AI가 처리하는 것”이라며 “프로젝트 업데이트, 회의록 작성, 규제 대응 같은 수동 작업에서 엔지니어를 해방시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29년 경력의 오두아르 부사장은 이날 발표에서 작업 관리, 회의 관리, 변경 관리, 규제 준수 등 실제 작동하는 AI 기능들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이론이 아닌 현장에 배포되는 실제 솔루션”임을 강조했다.



◇ 업무 시간 30% 잡아먹는 ‘데이터 검색’, AI가 자동화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엔지니어는 업무 시간의 20~30%를 데이터 검색과 수집에 사용한다. 오두아르 부사장은 “아무도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업데이트하지 않아 일정이 항상 현실과 괴리된다”며 “엔지니어들은 정보를 좋아하지만 찾는 데 시간 쓰는 건 싫어한다”고 지적했다.

에노비아의 AI 가상 동반자 ‘아우라(Aura)’는 이런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 개발됐다. 아우라는 설계 변경을 실시간 감지해 작업 상태를 자동 업데이트하고, 설계자에게 가장 가치 있는 작업을 추천한다. 설계자가 작업을 선택하면 적절한 설계와 맥락이 자동으로 로드되고, 완료 시 부품 검증과 릴리스를 자동 처리한다. 설계자는 번거로운 기록·보고 작업에서 해방된다.

회의 관리도 자동화 대상이다. 아우라는 부서 간 협업 설계 리뷰 중 주요 결정사항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회의록을 작성한다. 액션 아이템이 나오면 소유자와 우선순위, 타임라인을 자동 문서화해 명확성과 책임성을 확보한다.

오터, 클로바 노트처럼 단순히 회의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수준이 아니다. 오두아르 부사장은 “우리는 버추얼 트윈 플랫폼과 연결돼 있어 회의에서 논의된 제품을 인식하고, 메타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절한 담당자와 검토자를 자동 배정한다”며 “비구조화된 정보를 구조화된 협업 가능한 지식으로 변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내 문서 검색도 자연어로 가능해진다. “플랫폼 안팎의 모든 문서를 가로지르는 인사이트를 자연어 대화로 추출할 수 있다”며 “데이터를 모두 옮기라고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지식에 접근 가능하다”고 말했다. AI가 정보를 합성하고 출처를 제공하며, 위키까지 생성해 블랙박스 정보를 협업 지식 소스로 전환하는 것이다.

◇ 솔리드웍스에선 설계자가 거버넌스 ‘1급 이해관계자’가 된다

오두아르 부사장은 거버넌스에서 설계자의 참여는 필수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솔리드웍스 환경에서 직접 작동하는 ‘몰입형 경험’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제품 릴리스 프로세스가 대표 사례다. 조립품 설계를 확정해야 모든 후속 작업이 시작되기에 회사 표준을 정확히 지켜야 하지만, 기존에는 절차가 복잡한 미로 같았다. AI 버추얼 동반자 ‘레오(Leo)’는 솔리드웍스 내에서 가이드라인과 자동화, 제안을 제공해 설계 확정 절차를 간소화한다. 오두아르 부사장은 “제품 개발 시간 전체를 줄이는 핵심이 바로 설계 승인 과정의 효율화”라고 강조했다."

변경 관리에서는 설계자가 1급 이해관계자가 된다. 기존에는 엔지니어링 변경 관리가 품질과 추적성 확보에 중요하지만, 설계자는 프로세스에서 단절돼 있었다. 하지만 ‘아우라 체인지 매니저(Aura Change Manager)’를 통해 설계자는 변경 영향을 이해하고 결정에 기여하며 직접 행동할 수 있다. AI가 프로세스를 안내하고 제안하며 변경 기록을 자동 업데이트해, 엔터프라이즈 프로세스가 자연스럽게 준수된다.

오두아르 부사장은 “몇 주 전 보잉(Boeing) 관계자와 얘기했는데, 이것이 바로 고객들이 원하는 영역이었다”며 “자동차 업계 같은 경우 생산 단계 진입 시점에만 변경 프로세스를 활성화하는데, 우리 AI와 플랫폼이 연결되면 게임이 바뀐다”고 말했다.

부품 조달 관리에서도 AI가 활약한다. 하이테크나 산업장비 업계는 외부 부품 조달 비중이 크지만, 엔지니어와 설계자가 부품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아우라 서플라이어 아이템 매니저(Aura Supplier Item Manager)’는 간단한 질문만으로 부품 공급 상황을 즉시 파악할 수 있게 하고, 과거 조달 이력을 학습해 맞춤형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대기하지 않고 선제적으로 행동해 프로젝트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 “규제 준수가 경쟁력”… 규제 PDF를 설계 요구사항으로 자동 변환

AI는 현장 엔지니어뿐 아니라 관리자 업무도 바꾸고 있다. 현재 관리자는 제품과 규제도 복잡해지면서 높은 난이도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어려움을 갖고 있다. 오두아르 부사장은 “규모에 맞게 운영할 수 있도록 AI로 관리자를 강화하는 게 세 번째 전략”이라며 프로젝트 관리, 규제 준수, 공급망 관리를 핵심 영역으로 제시했다.

프로젝트 관리에서 아우라는 단순 질문에도 여러 제안을 즉시 제공한다. 작업이 자동 추가되면 모든 이해관계자가 실시간으로 일정 변경과 크리티컬 패스 리스크를 확인한다. 팀 센티먼트와 소셜 피드백을 초 단위로 분석해 관리자가 문제가 이슈화되기 전에 리스크로 전환할 수 있다. 몇 시간 걸리던 리포팅은 자동 생성되고, 리소스 변경 시 수동 재작업 없이 모든 프로그램에 걸쳐 영향을 즉시 조정할 수 있다.

주목할 부분은 규제 준수다. 유럽을 중심으로 규제가 복잡해지면서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오두아르 부사장은 “이 도전을 해결하는 것이 경쟁 우위가 된다”고 강조했다.

생성형 규제 준수 경험(Generative Regulation Compliance Experience)을 통해 기업은 규제 대응 노력을 줄이고 진출 가능 시장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 유럽의 새 규제에 대응할 때, 아우라가 규제의 버추얼 트윈을 최신화한다. 새 표준이 개별화된 파라메트릭 요구사항을 가진 모델로 제공된다. 이후 레오가 의료기기 요구사항과 대조 분석해 물리적 설계까지 근거와 함께 추적성 링크를 생성한다.

오두아르 부사장은 “PDF라는 블랙박스를 완전한 온톨로지, 시스템 모델로 변환하는 것”이라며 “규제의 핵심을 요구사항으로 추출할 뿐 아니라,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설계의 어느 부분을 조정해야 하는지 자동으로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계 단계부터 규제 준수(compliant by design)가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선 여러 AI 버추얼 동반자가 협업한다. 아우라가 규제를 분석해 요구사항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시작하면, 레오가 시스템 정의 지식을 바탕으로 추적 링크를 식별해 제품이 규제를 준수하도록 만든다. 오두아르 부사장은 “생성형 경험이란 하나의 가상 컴패니언이 아니라 여러 컴패니언이 함께 작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40년 산업 지식 기반 ‘에이전틱 플랫폼’… 올 상반기 순차 출시

다쏘시스템의 AI 전략은 ‘산업을 위한 AI’라는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 오두아르 부사장은 “우리는 AI를 위한 AI를 하지 않는다”며 “목적성이 있고(purposeful), 산업 관련성이 있으며(relevant), 고유한 접근법(unique approach)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목적성이란 사람들이 경험을 상상하고 창조하고 생산하고 조직화하도록 돕는 것을 의미한다. 관련성 측면에서는 40년 이상의 산업 지식을 활용하고, 일반 AI와 전문 AI를 혼합하며, 데이터 품질과 계보, 감사 가능성, 추적성을 갖춘 인증 가능한 접근법을 제공한다.

고유성의 핵심은 맥락을 학습하는 AI다. 오두아르 부사장은 “우리는 모델과 온톨로지를 갖고 있어 추론하고 사고할 수 있다”며 “버추얼 트윈 간 연결, 데이터 간 연결을 활용해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에이전틱 플랫폼 덕분에 실행 가능한 AI(actionable AI)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여러 AI 버추얼 동반자가 협업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 오두아르 부사장은 “제품, 조직, 가치의 가상 트윈을 연결하는 것이 7세대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의 핵심”이라며 “이 연결이 AI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시 일정도 구체화됐다. 작업 관리, 회의 관리, 지식 검색 등 ‘보이지 않는 거버넌스’ 기능들은 올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변경 관리는 올해 여름(6~7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격 정책은 사용량 기반으로 검토 중이며 최종 확정 전이다.

오두아르 부사장은 “우리는 단순히 플랫폼을 만드는 게 아니라 외부 소스와도 연결할 수 있다”며 “40년 이상의 산업 지식과 축적된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실제 작동하는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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