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관리’ 쉬워졌다… 자동화·대행으로 달라진 금리인하요구권
금리인하요구권은 금융소비자에게 보장된 제도지만, 실제 작동 여부는 개인의 금융 이해도와 적극성에 크게 좌우돼 왔다. 대출 이후 소득이 늘거나 신용도가 개선돼도 이를 직접 확인하고 금융사마다 신청해야 했기 때문이다. 제도는 존재했지만, 실행의 책임은 소비자에게 남아 있었고 그 결과 금리인하요구권은 ‘알고 있는 사람만 활용하는 권리’에 머물렀다.
금리인하요구권의 한계는 제도 그 자체보다 실행 구조에 있었다. 신용점수 변화나 소득 증가 여부를 소비자가 직접 확인해야 했고, 신청이 거절될 경우 그 사유를 파악해 다시 도전하는 과정 역시 개인의 몫이었다. 이로 인해 제도는 존재했지만 활용률은 낮았고, 정보에 밝은 일부 소비자만 혜택을 누리는 구조가 이어져 왔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구조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가 마이데이터 기반 금리인하요구권 대행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한 데 따른 변화이기도 하다. 금리인하요구권을 소비자가 직접 판단하고 신청해야 하는 제도에서 벗어나, 한 번만 설정해 두면 자동으로 관리되는 권리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제도권 안에서 본격화된 것이다. 핵심은 금리 관리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맡기지 않겠다는 데 있다.
신한은행은 마이데이터로 연결한 타 금융사 대출을 포함해, 한 번의 신청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대신 관리해 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이 금융기관별로 개별 신청을 할 필요 없이, 은행이 조건 충족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해 금리인하요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신청이 한 차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이후 신용 상태나 소득 변화가 발생하면 재신청을 이어가는 구조로, 사후 관리 기능을 강화했다.
카카오페이 또한 마이데이터를 통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자를 낮출 수 있는 시점에 맞춰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을 자동으로 진행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용자가 최초 등록 시 신청 사유(신용점수 상향, 소득 증가, 부채 감소 등) 중 하나를 선택해 두면, 이후에는 파악된 정보를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사유를 시스템이 자동 선정해 최단 주기로 신청을 진행한다. 사용자는 최초 한 번만 등록해 두면 이후에는 별도의 판단이나 재신청 없이 신청 접수와 결과 안내, 사후 관리까지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금융 혜택을 늘리는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 금리인하요구권이라는 제도적 권리가 존재하더라도, 이를 실제로 행사하기까지는 소비자의 정보 이해도와 행동이 전제돼 왔다. 최근 등장한 자동화·대행형 서비스들은 이 전제를 구조적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금융 소비자가 직접 판단하고 반복적으로 신청해야 했던 과정을 시스템이 대신 수행함으로써, 권리가 개인의 역량에 따라 작동 여부가 갈리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금리인하요구권은 그동안 제도를 알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일부 소비자에게만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영역이었지만, 이제는 한 번 설정해 두면 이후의 신용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관리되는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 금리 관리의 책임이 개인에서 시스템으로 일부 이전되면서, 금융 서비스의 기준 역시 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