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도시'에서 찾은 도경수의 새 얼굴 [인터뷰]

도경수에게 이런 얼굴도 있었나 싶다. '조각도시'를 통해 생애 첫 악역에 나선 그는 말간 얼굴과 호기심으로 번뜩이는 눈빛으로 순수 악에 가까운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배우 자신도 "'조각도시'는 성공적인 첫 악역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라며 자평할 정도였다. 그만큼 높은 만족도로 '조각도시'를 마친 도경수와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드라마 팬들을 찾은 도경수는 종영 소감을 묻자 "일단 너무 행복하다"라고 운을 뗐다.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또 재밌게 봤다고 해주셔서 좋았다.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 재밌다는 연락을 이렇게 많이 받은 건 처음이었다. 정말 행복하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연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도경수는 악역을 꿈꿔왔다고 말했다. 드디어 원하던 역할을 만났기에 부담감이나 걱정보다는 설렘이 앞섰다. "이런 역할을 여태 못 만나서 못 했다. 항상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부담감이나 걱정보다는 '이거 재밌겠다'라는 생각뿐이었다. 새로운 모습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신선한 경험이라 재밌게 촬영했다."

'안요한'은 겉으로 보기엔 결핍이란 것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인간성이 무(無)에 가깝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그려진 사이코패스와도 결이 다르다. 어린아이처럼 웃는 얼굴 속엔 호기심이 가득하다. 그 호기심과 흥미 탓에 누군가는 희망을 거세당한다. 요한에겐 그저 '운이 안 좋아 밟혀 죽은 개미'일 뿐이다. 순수 악에 가까운 빌런을 연기한 도경수는 어떤 지점부터 접근했을까.

"'나는 나쁜 사람이야'라고 이야기하기보다, 어린아이처럼 단순한 게 더 무섭다고 생각했다. 저도 다른 작품이나 다큐멘터리 같은 걸 참고하긴 했는데, (요한이 같은) 그런 성향의 사람들은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처럼 하나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있더라. 그런 점이 무섭다고 느껴서 그 지점에 중점을 두고 캐릭터를 만들었다."

'안요한'이 된 도경수를 본 동료 배우들은 "도경수의 광기가 안요한에 묻어 있다"라고 평했다. '태중' 역의 지창욱도, '도경' 역의 이광수도 같은 반응이었다. 도경수가 '안요한' 그 자체가 되어준 덕에 몰입도 높은 작품이 탄생했다.

"요한이를 연기하기 위해 제 본연의 모습을 꺼낸 건 전혀 아니다. (웃음) 그런 모습이 있으면 큰일 나는 거다. 형들이 이야기한 '광기가 있다'라는 건 그냥 좋게 표현해 주신 것 같다. 저도 모니터 속 제 모습을 보고 '내가 이런 표정을 짓기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조각도시'를 통해 나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다는 걸 새롭게 느꼈다."

도경수는 최근에는 엑소 컴백 준비에 바쁘다며 근황을 전했다. 앞으로도 가수 겸 배우로 활약하겠다고 자신한 도경수는 "두 가지를 하는 것에 다른 마음가짐이 있다기보다는 각오를 하게 된다. '다 잘 해야 한다'라는 각오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배우로서도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저는 어떤 작품을 해도 그 작품의 캐릭터로만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한다. 또 다른 악역을 하더라도 요한이가 전혀 보이지 않는 모습이면 좋겠다. 일단 지금 생각으로는 '조각도시'와 상반된 로맨틱 코미디 같은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완전히 반대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