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환자의 패혈증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가 확인됐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연구팀은 혈액배양검사보다 빠른 시점에 감염 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프리셉신(Presepsin)’의 유용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프리셉신은 감염 시 면역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조각으로, 혈중 수치 상승이 패혈증 등 감염 징후를 나타낸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김도헌 교수(교신저자), 박선태 교수(제1저자), 허준 병원장, 윤재철 교수, 조용석 교수 등 공동연구팀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화상중환자실에 입원한 중증 화상환자 221명을 대상으로 혈액 내 7가지 바이오마커의 진단 정확도를 비교·분석했다.

분석 항목은 ▲프리셉신 ▲프로칼시토닌(PCT) ▲C-반응단백(CRP) ▲알부민 ▲프로트롬빈 시간(PT) ▲적혈구 용적률(Hct) ▲디다이머(D-dimer)였다.

프리셉신은 다른 바이오마커보다 높은 진단정확도(AUC 0.810)를 보여 패혈증 조기진단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미지 제공=한림대한강성심병원

그 결과, 프리셉신의 진단정확도(AUC)는 0.810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혈액배양검사에서 세균이 검출되지 않은 ‘음성 패혈증’ 환자군에서도 0.846을 기록해 다른 바이오마커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이는 프로칼시토닌(0.752), CRP(0.692) 등과 비교했을 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다. 프리셉신은 일반 패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선행 연구에서도 유용성이 제시됐으나, 화상환자군에서 임상적 활용 근거가 확보된 것은 이번이 국내 최초다.

패혈증은 감염이 전신으로 확산돼 장기 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 합병증으로, 조기 진단이 환자 생존율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표준 진단법인 혈액배양검사는 결과 확인까지 평균 3~4일이 소요돼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항생제 투여 이후 균이 검출되지 않는 ‘위음성(偽陰性)’ 사례도 많다.

김도헌 교수는 “프리셉신은 감염 발생 1시간 이내부터 혈중 수치가 상승해 3시간 내 최고치에 도달하며, 반감기가 4~5시간으로 짧아 패혈증 조기 진단에 유리한 특성을 보인다”며 “혈액배양검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감염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는 보조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항생제 최소화 전략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프리셉신 수치가 기준치(472pg/mL) 이하일 경우 패혈증 위험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면, 항생제 사용 여부를 조기에 판단하는 참고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내성균 발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허준 병원장은 “이번 연구는 화상환자의 패혈증을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며 “향후 프리셉신 기반 진단 프로토콜을 임상현장에 적용해 환자 맞춤형 치료와 항생제 관리 체계 구축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SCIE급 국제학술지 Antibiotics(피인용지수 4.6) 8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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