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장천공, AI로 조기 진단…정확도 94% 검증
서울아산병원 연구팀, 엑스레이 기반 인공지능 판독 모델 개발…국제 학술지 게재
신생아 생명을 위협하는 장천공을 인공지능(AI)이 94% 정확도로 조기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장천공은 괴사성 장염 등으로 장에 구멍이 생기는 질환으로, 치명적인 합병증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영상 소견이 뚜렷하지 않고 성인과 달라 판독이 쉽지 않아 조기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윤희망, 융합의학과 김남국, 신생아과 이병섭 교수 연구팀은 신생아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해 장천공 여부를 판별하고 병변 위치까지 찾아내는 AI 판독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1995년부터 2018년까지 촬영된 약 260만 건의 소아 엑스레이 자료 가운데 장천공 294건과 대조군 252건을 선별해 학습시켰다. 복강 내 공기 유입 여부까지 함께 학습하도록 딥 멀티태스크 모델을 설계했고, 다양한 영상 양상을 반영하기 위해 데이터 증강 기법도 적용했다.
내부 검증 결과 모델의 진단 정확도는 94.9%였으며, 국내 11개 병원에서 수집한 외부 데이터에서도 84.1%를 기록했다. 의료진이 AI 모델을 보조 도구로 활용했을 때는 판독 정확도가 82.5%에서 86.6%로 높아졌고, 판독자 간 일치도 역시 71%에서 86%로 향상됐다.
윤희망 교수는 “신생아 장천공은 응급도가 높아 신속한 진단이 필요하지만, 영상 소견이 모호하고 성인과 달라 판독 경험에 따라 진단율이 크게 좌우된다”며 “이번 AI 판독 모델은 전문의 수준에 근접한 정확도를 입증했을 뿐 아니라 의료진 간 판독 일치도도 높였다”고 말했다.
김남국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필요성이 높지만 연구가 부족했던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며 “신속한 판단이 요구되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조기 진단을 지원해 신생아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장천공은 희귀 질환이어서 학습 데이터가 제한적이고, 외부 검증 표본 수도 제한적이어서 실제 임상 적용까지는 추가 검증과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체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컴퓨터스 인 바이올로지 앤드 메디슨(Computers in Biology and Medicine, IF 6.3)’ 9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