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미래를 말하다] 보험, 기술로 ‘신뢰’를 설계하다… 전진혁 해빗팩토리 마케팅총괄 전무 인터뷰
비대면·데이터 기반 상담으로 달라지는 보험의 상식
핀테크 산업이 보험 시장에도 균열을 내고 있다. 복잡한 상품 구조, 수수료 중심의 유통, 불친절한 상담 방식으로 대표되던 보험 시장에 데이터 분석과 AI 기반 상담 시스템, 비대면 플랫폼 등 ‘인슈어테크’라는 새로운 흐름이 등장한 것이다.
해빗팩토리는 이 같은 변화의 정점에 서 있는 스타트업이다. 전진혁 마케팅총괄 전무는 “기술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순 없지만, 신뢰는 만들 수 있다”며 “보험 시장의 본질적 문제였던 정보 비대칭을 기술로 해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회사는 AI와 마이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보험 상담의 효율성과 신뢰도를 동시에 높이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고객이 상품을 추천받는 이유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계사는 오로지 고객 관점에서 상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에는 미국 모기지 시장과 동남아 진출까지 준비하며 핀테크 기반의 확장성을 증명하고 있다.
다음은 전진혁 해빗팩토리 마케팅총괄 전무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Q. 보험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며, 해빗팩토리는 이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나요?
“보험 시장의 본질적 문제는 ‘정보 비대칭’이라고 생각합니다. 설계사는 상품 구조와 수수료 체계를 잘 아는 반면, 고객은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상담을 받아야 하죠. 특히 GA(법인대리점) 중심의 유통 구조에서는 고객보다 수수료가 우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빗팩토리는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 설계사를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어떤 상품을 팔든 동일한 급여를 지급하는 구조를 도입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비대면 중심 상담 시스템과 AI 기반 품질 관리 체계를 함께 구축했습니다. 상담 내용은 전부 데이터로 수집되고, 고객의 감정 상태나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관리자에게 자동 알림이 가는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70만 건 이상의 상담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고객 페르소나를 학습한 AI 시뮬레이션 훈련 시스템도 개발했는데요. 신입 설계사는 이 AI와의 상담 훈련을 충분히 거친 뒤에야 실제 고객 상담에 투입됩니다. 구조적 문제 해결부터 내부 교육까지 기술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 해빗팩토리의 핵심 전략입니다.”
Q. 보험 상담 방식도 기술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고객 연령대나 선호에 따라 어떻게 다른 디지털 전략을 적용하고 있나요?
“해빗팩토리 고객의 약 80%는 2030세대입니다. 이들은 전화나 대면보다는 카카오톡을 통한 비대면 상담을 선호하고, 어떤 상품을 왜 추천받았는지 납득할 수 있어야 가입을 결정합니다. 저희는 가격 비교표, 추천 사유, 대안 상품까지 투명하게 제공하고 있으며, 그 결과 고객 이해도와 만족도가 높아지고, 보험 유지율도 업계 평균 대비 약 60%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장년층은 문자보다 음성 상담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 요청이 있을 경우 전화 상담도 제공합니다. 다만 고객이 원하지 않는 전화를 먼저 거는 일은 절대 없으며, 전화 상담이 이뤄졌을 경우 해당 내용을 카카오톡 채팅창에 반드시 요약해 남기도록 내부적으로 의무화돼 있습니다.
최근에는 STT(음성인식) 기술을 도입해 통화 내용을 자동으로 텍스트화하고 요약하는 시스템도 함께 운영 중입니다. 이러한 기록은 상담 품질 관리뿐 아니라, AI 기반 서비스 고도화의 핵심 자원이 되기도 합니다.”
Q. 보험 시장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모기지 시장에도 진출하셨는데요, 어떤 기술적 접근이 주효했나요?
“보험 인허가 진입장벽이 높은 미국 시장에서는, 오히려 기술로 개선 여지가 큰 모기지 시장에 먼저 주목했습니다. 미국에선 주택담보대출 승인까지 평균 45일이 걸릴 만큼 비효율이 심각했는데, 저희는 스크래핑 기술을 활용해 서류 제출 과정을 자동화함으로써 평균 7일로 단축했습니다. 한국에선 평범한 기술일 수 있지만, 현지에서는 매우 혁신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여졌고요.
보험에서 시작한 기술 기반 운영 노하우가 미국 시장에서도 통했다는 점에서, 해빗팩토리의 핀테크 확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베트남 보험사와의 제휴를 통해 동남아 진출도 준비 중입니다.”
Q. 상담에 활용되는 AI 기술은 실제로 어느 정도 역할을 수행하나요?
“현재는 설계사의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아직까지는 설계사의 자리를 AI가 100% 대신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해빗팩토리의 설계사들은 상담 업무의 60~80%를 AI와 데이터의 도움을 받아 수행하고 있어요. 상담 중 감정 변화 감지, 요약 정리, 사후 피드백까지 AI가 자동으로 수행합니다. 반복적인 상담은 AI가 맡고, 설계사는 중요한 판단과 공감에 집중하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AI가 상담을 주도하고 사람이 이를 슈퍼바이징하는 구조가 자리 잡히면, 설계사 한 명이 10배, 100배의 고객을 상대할 수 있는 구조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Q. 해빗팩토리가 그리는 인슈어테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지금 해빗팩토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곧 금융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을 통한 생산성 향상, 상담의 투명성 확보,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은 모두 AI와 데이터의 힘에서 나옵니다. 앞으로는 반복적이고 구조화된 상담은 AI가, 복잡한 판단과 정서적 공감은 사람이 담당하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주류가 될 것입니다. 현재 저희는 약 110명의 설계사를 두고 있지만, 이들이 향후 1만 명 이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그게 바로 저희가 상상하는 인슈어테크의 미래입니다.”
해빗팩토리가 바꾸려는 건 단지 보험을 파는 방식이 아니라, 보험을 신뢰하는 방식이다. 기술로 상담의 투명성을 높이고, 설계사의 동기를 바꾸며, 고객의 이해와 선택이 중심이 되는 구조를 설계한다. 보험이 오랜 시간 쌓아온 불신의 벽을 넘기 위해, 회사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관점에서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은 하나의 스타트업 사례를 넘어, 보험이 다시 신뢰 기반의 금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도다. AI와 사람이 역할을 나누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뿌리내린다면, 인슈어테크는 보험 산업의 변화를 이끄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