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뇌전증학회, KEC 2025서 패스트트랙·수술 활성화·중증도 개선 촉구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뇌전증 관련 연구와 진단은 비약적으로 늘고 있지만, 신약 도입 지연, 수술 활성화 부족, 중증도 판별의 한계로 인한 치료 격차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뇌전증학회는 20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뇌전증 환자 치료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정책적 관심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학회가 주최한 국제학술대회 ‘KEC 2025(Korean Epilepsy Congress 2025)’와 함께 진행됐다.

대한뇌전증학회가 KEC 2025와 함께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서대원 이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정아 기자

학회에 따르면 이번 KEC 2025에서 발표된 연구 건수는 AI와 머신러닝 등 최신 기술 발전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30% 이상 늘어난 900여 건에 달했다. 그러나 학회는 이러한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한계로 뇌전증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문제로 신약 도입 지연이 언급됐다. 국내 승인 절차와 약가 협상이 지연되면서 해외에서 이미 승인된 신약조차 국내 환자가 제때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일부 환자는 해외 원정 진료를 고려할 정도로 신약 접근성이 낮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러한 문제는 뇌전증 환자만의 현실이 아니다. 의료계는 암, 희귀질환, 뇌전증 등 중증 질환에서도 ‘코리아 패싱’이 반복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코리아 패싱’은 글로벌에서 승인된 혁신 치료제가 국내에서는 제도적 장벽과 지연된 약가 협상 등으로 환자에게 신속히 도입되지 못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용어다. 학회 측은 “신약 도입 지연 문제는 뇌전증뿐 아니라 다른 중증 질환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구조적 문제로, 정부 차원의 전주기적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뇌전증 수술 활성화 부족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학회는 수술이 일부 환자에게 매우 효과적임에도 병원 인프라, 전원 체계, 사회적 인식 부족으로 실제 수술 비율은 낮다고 설명했다. 반복 발작 등 중증도 판별의 한계는 산정특례 적용 환자 범위를 좁히고, 중증 질환 환자에 대한 지원 사각지대를 만드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대한뇌전증학회 서대원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신약 패스트트랙 도입, 수술 활성화 정책, 중증도 분류 개선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논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학회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높이고, 환자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한 정책적 논의와 정부의 실질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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