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헬스, 수출이 이끈 1분기 실적…AI·신약·조영제 중심 글로벌 성장 가시화
수출 중심 전략으로 실적 개선…산업 전반 아닌 ‘선별적 반등’ 뚜렷
국내 헬스케어·바이오 기업이 2025년 1분기 실적을 속속 공개하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 확대와 전략적 사업 전환을 통해 실적 개선에 성공한 기업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의료기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으며, 이는 환율 안정화와 주요 수출국의 수요 회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의료 AI: 북미 진출로 실적 급등
의료 인공지능 기업 루닛은 1분기 매출 19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배 증가하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24년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이 90%를 넘어서며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특히 진단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와 암 치료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의 북미 시장 진출이 실적 개선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 루닛은 최근 자사 AI 영상 진단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 DBT'를 미국 내 유통망을 보유한 자회사 볼파라를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사측은 병원 내 영상정보시스템 및 EHR 등과의 연동 효율성을 포함한 기술적 강점을 바탕으로, 북미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산 신약: 실질 수익 창출 본격화
온코닉테라퓨틱스는 국산 37호 신약 '자큐보정'의 상업화 성과가 매출로 이어진 주목할 만한 사례다. 자큐보정은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처방액 100억 원을 달성했으며, 이에 힘입어 1분기 매출 91억 원, 영업이익 15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출시와 함께 아시아, 유럽 등에서 복수의 단일 국가 단위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중국에서는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다만, 온코닉테라퓨틱스의 2025년 5월 IR 자료에 따르면 자큐보정은 일본,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는 아직 판매 허가를 받기 전 단계에 있다.
조영제·진단기기: 아시아·미국 특화 전략 주효
조영제 전문 기업 동국생명과학은 1분기 매출 350억 원, 영업이익 31억 원, 당기순이익 2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6억 원) 대비 약 3.7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고기능성 MRI 조영제 '가도부트롤'이 중국 NMPA로부터 원료의약품(API) 허가를 획득하고, 일본에서는 동일 성분 완제의약품 허가를 받으며 아시아 시장 확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동국생명과학 관계자는 “이번 중국 NMPA의 API 허가 획득은 향후 현지 시장 진출의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며, 점차 글로벌 조영제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사업을 전개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진단기기 분야의 오상헬스케어는 코로나19와 독감 동시 진단 콤보키트로 미국 FDA 승인을 받으며 1분기 매출 321억 원, 영업이익 41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회사 측은 팬데믹 특수에 의존하지 않고 기술력 기반의 실적 개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피부미용 의료기기: 신흥 시장 수출로 성장 견인
피부미용 의료기기 전문 기업 원텍은 1분기 매출 374억 원, 영업이익 145억 원을 달성하며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69%가 수출에서 발생했으며, 특히 태국과 브라질 등 신흥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태국에서는 현지 법인 설립 1년 만에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했으며, 현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이 주효한 것으로 평가된다.
2025년 5월 한국거래소에 공시된 주요 의료기기 상장사 실적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일부 의료기기 상장사는 공급망 불안, 중국 수출 감소 등으로 매출이 역성장하거나 적자 폭이 확대되며 실적 부진을 겪기도 했다.
전환점인가, 일시적 반등인가
각 사의 실적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일부 기업은 단순한 R&D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상업화 및 수출 중심 전략으로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매출 회복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보다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2025년 1분기는 일부 기업의 사업 구조 변화가 실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으로, 이러한 변화가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향후 수익성 지표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유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또한 환율 변동성, 각국의 의료기기 규제 강화, 기술수출 이후 임상 실패 가능성 등도 여전히 주요 리스크로 남아 있어, 향후 실적 흐름은 이 같은 외부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