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재편되는 맞춤형 금융 생태계

월급이 들어오는 계좌, 사용하는 카드, 가입해 둔 보험까지, 이 모든 금융정보를 한눈에 보고 관리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제는 현실이 됐다. 바로 ‘마이데이터’ 덕분이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흩어진 금융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이 제도를 바탕으로 한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데이터를 한데 모아 보여줄 뿐 아니라, 소비자의 의사에 따라 필요한 금융 정보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모든 금융을 하나로,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진화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은행,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 등 다양한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개인의 금융 데이터를 모아 보여줄 뿐 아니라, 이를 분석해 자산관리, 금융상품 추천, 소비 분석, 신용점수 관리 등의 맞춤형 기능도 제공한다. 사용자가 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여러 기관의 데이터를 스마트폰 앱 하나에 연동해 통합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인 토스, 카카오페이, 뱅크샐러드를 비롯해 주요 시중은행과 카드사들은 앞다투어 전용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각 사업자는 월간 소비 리포트, 연말정산 예상 안내, 대출 갈아타기, 보험 리모델링, 투자 포트폴리오 추천 등 특화된 기능으로 경쟁 중이다. 

토스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며 사용자 편의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업계 최초로 ‘신용점수 올리기’ 서비스를 선보여 사용자들이 실질적인 신용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생활밀착형 금융 서비스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보험, 대출, 투자 등 다양한 금융상품 추천과 함께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자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뱅크샐러드는 포트폴리오 분석 기반의 자산관리 서비스인 ‘나만의 가계부’로 개인 맞춤형 금융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연내 보다 진화된 AI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 ‘토핑’을 출시할 예정으로, 금융습관 개선과 자산 증식에 도움이 되는 맞춤형 조언을 제공할 계획이다.


모두를 위한 데이터 금융, 마이데이터 2.0의 확장

정부도 제도적 기반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4월 ‘마이데이터 2.0’ 로드맵을 발표하고, 오는 5월 29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이는 금융소비자의 데이터 주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구조 개편으로, 소비자가 일일이 기관을 선택하지 않아도 전체 금융자산을 일괄 연결할 수 있도록 하고, 오프라인 가입을 허용하며, 정보보호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개별 금융자산을 하나씩 선택해 연결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업권별로 전체 자산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다. 여기에 휴면예금·보험금 정보가 추가되고, 결제내역에 판매자의 상호도 함께 제공돼 정보의 정확성이 향상될 전망이다.

또한 기존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비대면 채널에서만 제공돼 디지털 취약계층의 접근이 어려웠으나, 앞으로는 영업점 등 대면 채널에서도 이용이 가능해진다. 다만 신용정보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대면 영업 시 임직원이 따라야 할 기준과 절차를 마련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 1월에는 금융위원회가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도 마이데이터를 개방하기 위해 ‘신용정보업 감독규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만 14세 이상 청소년은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도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자신의 계좌 내역이나 카드 사용 내역 등을 직접 확인하며 금융생활을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융합이 이끄는 초개인화 금융 생태계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금융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통신 공공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 데이터와의 결합을 통해서도 개인의 편의성을 확장하고 있다. 다른 분야까지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확장된다면, 단순 금융을 넘어선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가 급속한 속도로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건강검진 데이터와 금융 이력이 결합되면, 질병 위험에 따라 보험료가 자동 조정되는 실시간 보험 상품이 등장할 수 있다. 또는 통신 데이터와 결합된 소비 패턴 분석을 통해 기존에 금융 이력이 부족했던 프리랜서나 사회초년생도 대출 한도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기반의 신용평가 모델도 진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주로 은행 거래 내역, 대출 상환 이력 등 제한적인 정보만으로 신용을 평가했지만, 앞으로는 소비 패턴, 보험 가입 이력, 자산 구성 등 다양한 데이터를 반영한 대안신용평가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업계는 금융 이력이 부족한 사회초년생, 프리랜서, 외국인 등도 더 나은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모두를 위한 금융이 되기 위해

마이데이터는 이제 금융소비자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의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흩어진 정보를 통합해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을 설계하고 의사결정하는 ‘주체’가 된 것이다. 가장 이자 부담이 적은 대출 상품을 찾아주고, 내 소비 패턴에 가장 적합한 카드를 제안하며, 나의 건강 상태에 따라 보험을 진단하는 서비스가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는 단순한 참고자료가 아닌, 소비자 맞춤형 금융을 만드는 동력이 됐고, 마이데이터는 금융사와 플랫폼의 차별화를 결정짓는 핵심 인프라로 부상했다.

하지만 마이데이터의 발전과 확산이 곧바로 완성된 금융 혁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 주권을 소비자가 실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의 공정성, 금융 이해도 격차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고 다양하다. 동시에 서비스 간 연계성, 설명 가능한 추천 로직, 신뢰 기반의 데이터 활용 관행 마련 등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 기술이 진정으로 사람을 향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이데이터가 단지 편리함을 넘어서, 모든 사용자가 안전하고 공정하게 금융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반으로 기능하기 위해선, 앞으로의 설계와 운영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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