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부모에서 학부모가 됐을 때"…'7세 고시' 담은 '라이딩 인생'이 전하고 싶은 것

"처음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부모가 되는데, 어느 순간 부모가 학부모로 바뀌면서 많은 것이 달라진다. 그런 부분을 집중해서 보시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25일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라이딩 인생'(극본 성윤아·조원동, 연출 김철규) 온라인 제작발표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김철규 감독과 배우 전혜진, 조민수, 정진영, 전석호가 참석했다.

'라이딩 인생'은 딸의 '7세 고시'를 앞둔 열혈 워킹맘 정은이 엄마 지아에게 학원 라이딩을 맡기며 벌어지는 3대 모녀의 '애'태우는 대치동 라이프를 그린다. 김철규 감독은 "대치동으로 상징되는 사교육 현장 한복판에 뛰어든 유치원생과 그의 엄마, 엄마의 엄마까지 3대 모녀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동안 사교육을 다룬 작품은 많지만, 유치원 사교육에 대한 작품은 없었다. 7세 고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그런 모습을 보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에 대한 고민으로 '라이딩 인생'을 출발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철규 감독은 '라이딩 인생'이 주제의식만 강조한 무거운 작품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따뜻하고 경쾌하면서도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라며 "살벌한 현장에 내던져진 세 모녀가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로 하루하루를 견디고 보내면서 잊고 있던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이야기로 봐주시면 될 것 같다"라고 했다.

특히 실제 현실과 맞닿은 주제를 녹여낸 만큼, 김 감독은 "실제 상황을 과장이나 왜곡 없이 충실하게 담으려고 노력했다"라며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가장 큰 메인 공간인 학원을 세트를 짓지 않고 실제 대치동의 학원을 섭외해서 촬영했고, 주변의 이야기도 대치동 인근 학원가에서 촬영했다. 드라마를 보면 굉장히 낯익은 장소들이 눈에 보일 것 같다. 사실 워낙 어린 친구들의 사교육이라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현실에 대한 관찰과 아이들을 케어하는 중간 선에서 균형을 찾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전혜진은 일도 육아도 모두 만점이고 싶은 열혈 워킹맘 '이정은'을 연기한다. 전혜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엄마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면 교육에 많은 관심이 생긴다. 대치동 학원가 이야기라는 것을 보고 눈길이 갔다"라며 "가슴 아프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 여러 감정이 들었는데 그런 것에 끌렸다"라고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전혜진 역시 실제 라이딩을 해본 경험이 있다며 "지금은 조금 커서 날씨가 안 좋다거나 그럴 때만 태우러 가고 보통은 버스를 타고 다닌다"라며 "예전에는 고마워하는 그런 것도 없었는데 지금은 생색을 내면서 데려다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캐릭터와 싱크로율을 묻자 전혜진은 "70% 정도"라며 "일을 하고 있고, 애가 있으니까 그런 부분은 비슷하지만, 정은이처럼 열혈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7세 고시'의 세상은 그에게 어렵게 느껴졌다. 그는 처음 대본을 접하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을 했다. 실제로는 3~4살이나 5살에 시작한 친구들도 있다고 들었다. 작가님께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맘 카페에 들어가 보라고 추천을 해주셨다. 별세계가 아니라 실제로 그들만의 리그가 있었다. 그런 것을 보면서 우려스럽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됐다"라며 "저 또한 엄마로서 여러 엄마들을 응원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길이 어긋날 수도 있고 후회가 될 때도 있겠지만, 뭐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격려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조민수가 맡은 '윤지아'는 아이들의 심리를 어루만지는 아동 미술 치료사다.  딸 정은의 부탁으로 라이딩 세계에 뛰어든 초보 라이더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나이대도 그렇고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에 거부감이 있었다"라며 운을 뗀 조민수. 하지만 대본을 읽을 수록 지아의 모습에 공감이 갔다. 조민수는 "아주 멋진 사람은 아니라도 비루하지 않게 살고, 적당히 정의롭고, 또 사람을 사랑할 줄 알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았다. 이러한 인물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그걸 표현했을 때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전혜진은 조민수와의 호흡에 대해 "같이 한다고 했을 때 정말 좋았다. 워낙 솔직하신 성격이고 그런 것을 편하게 느낀다"라며 "작품에 처음 거부감을 느끼셨다고 했는데 실제로 정말 지아 같은 모습이 있으시다. 연기를 할수록 잘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조민수는 "이번 작품으로 혜진 씨와 처음 만났는데,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잘 알 것 같았다. 자기 연기를 욕심내는 것이 아닌 서로 배려하면서 잘 맞춰간 점이 현장에서 좋았던 부분"이라고 돌아봤다.

조민수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 역시 성장했다며 "요즘 사회가 경쟁 구도 속에서 각자 1등이 되려고 달려가기만 하니까 그 과정에서 주변을 보지 않고 사람을 치기도 한다"라며 "가끔은 길을 가다 숨을 쉬고 돌아보면서 지금 내가 달리면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거나 흘린 것은 아닐까 돌아보고, 또 주머니에 잘 넣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라고 전해 궁금증을 더욱 높였다. 

여기에 이날 현장에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아역 배우 김사랑이 정은의 딸이자 지아의 손녀 '홍서윤' 역을 맡는다.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준 지아와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누게 되는 인물이다. 극 중 서윤의 아빠 '홍재만' 역을 맡은 전석호는 "아빠보다 나아요"라며 "성장 속도와 습득력이 거침없다. 저희끼리 현장에서도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이런 얘기를 많이 했었다"라고 감탄했다.

김철규 감독은 "드라마의 제작이 결정된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아역 캐스팅이었다. 대본을 처음 읽을 때부터 작품의 성패가 아역에 달려있다고 느껴졌을 정도로 중요했다"라며 "굉장히 많은 아역 오디션을 봤는데 사랑이를 처음 봤을 때 이 아이면 되겠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아역을 찾을 때 가능하면 연기 경험은 없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아이를 찾으려고 애를 쓰는데, 사랑이가 그런 아이 중 하나였다.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상황에 대한 이해력이 뛰어나고 그걸 바탕으로 하는 표현력이 상당히 탁월하다.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 매 순간 감탄하고 칭찬을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갈지 굉장히 궁금하고 지켜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지아와 정은, 정은과 서윤, 그리고 서윤과 지아까지 3대 모녀의 이야기 포인트를 묻자 전혜진은 "어쩔 수 없이 지아가 반강제적으로 육아에 함께 뛰어드는데 그 과정에서 서로 섭섭한 일이 갈수록 많아진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지 싶기도 하고 그런 지점이 있는데 그러면서도 애정이 있기 때문에 다시 화해하고 눈물도 흘리고 서로를 안아준다. 세 모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자신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김철규 감독은 "강남의 학원 유치원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교육 상황은 정말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수준이 높지만, 그런 살벌한 경쟁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마냥 천진난만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무해하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 세대와 그런 부모를 키워낸 연륜과 경험을 가진 어른들의 지혜까지 이런 세대별 이야기가 조화롭게 배치된 것 같다. 드라마를 보는 분들께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각 세대별로 돌아보고 보듬을 수 있는 계기가 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한편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라이딩 인생'은 오는 3월 3일(월) 밤 10시 지니 TV, 지니 TV 모바일, ENA를 통해 첫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