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흥행 tvN→금토극 순항 MBC·SBS…늪에 빠진 KBS [2024 드라마 결산]
2024년 드라마계는 다채로운 장르로 시청자의 입맛을 제대로 저격했다. 로맨스부터 장르물, 사극, 법정극까지 다양한 작품이 사랑을 받은 것. 하지만 쓴맛을 본 작품도 많았다. 시청층을 잡지 못했을 뿐 아니라 존재감조차 드러내지 못한 드라마들 얘기다. '차세대 드라마 왕국' 자리를 두고 새로운 판이 짜이는 가운데, 2024 드라마계 성적을 정리했다.
◆ 금토극 순항 중인 SBS·MBC…KBS는 수목극 부활에도 고전 중
올 한 해 금토극에 집중한 SBS와 MBC는 하반기에도 순항했다. 상반기 '재벌X형사', '커넥션'으로 10%대 성적을 거둔 SBS는 하반기에도 금토극 시청자를 꽉 잡았다. 이혼 소재의 법정 드라마 '굿파트너'가 방송 3회차 만에 10% 시청률을 돌파, 최고 시청률 17.7%를 넘기며 흥행 속 종영했다. 그 뒤를 이어 박신혜 주연 '지옥에서 온 판사'도 13.6%로 막을 내렸고, '열혈사제2'는 전편에 이어 탄탄한 시청층을 입증하고 있다. 시즌2 첫 방송부터 11.9%로 시작, 이후 꾸준히 10%대 시청률을 유지하다 지난 27일 유종의 미를 거뒀다. 후속작으로 한지민과 이준혁의 로맨스 '나의 완벽한 비서'가 오는 1월 3일 첫 방송을 앞둔바, SBS가 금토극 시청층을 이어갈지 기대가 쏠린다.
MBC도 월화, 수목 대신 금토극에 승부를 걸었다. 올 상반기 '밤에 피는 꽃'(최고 시청률 18.4%), '원더풀 월드'(11.4%), '수사반장 1958'(10.78%)로 3연속 준수한 성적을 거뒀으나 하반기에는 10%대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과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장르물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고, 방영 중인 유연석, 채수빈 주연의 '지금 거신 전화는'도 시청률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2024 MBC 연기대상' 접전이 예상된다.
상반기에도 대표작 하나 내놓지 못한 KBS는 하반기 '완벽한 가족'으로 수목극을 부활시켰지만,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후 방영된 '개소리', '페이스미'도 5%대 시청률조차 넘지 못했다. 다만 최근 방영을 시작한 '수상한 그녀'가 3회차 만에 4%를 기록하고 있어 5%대 선을 넘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주말드라마 사정도 여의찮다. KBS는 2022년 '신사와 아가씨' 이후 줄곧 30%대를 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신작마다 지속적인 시청률 하락세를 맞고 있다. 지난 9월 종영한 '미녀와 순정남'은 최고 시청률 21.4%이었고, 방영 중인 '다리미 패밀리'는 극 후반부를 달리고 있는 와중에도 10%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 2024년 꽉 잡은 tvN·웰메이드로 입소문 탄 ENA
상반기 '내 남편과 결혼해줘', '눈물의 여왕', '선재 업고 튀어'까지 흥행 3연타를 친 tvN은 하반기에도 호성적을 이어갔다. 정소민, 정해인 주연의 로맨스 '엄마 친구 아들'이 최고 시청률 8.5%를 기록하며 '로맨스 명가' 명성을 유지했고, 그 후속작으로 방영된 '정년이'는 tvN 하반기 대표작에 이름을 올렸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정년이'는 '여성국극'이라는 생소한 소재 속 주인공의 성장기와 공감 유발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다. 방영 중 발표된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5주 연속 화제성 1위에 올랐으며, 주연 김태리, 정은채, 신예은 등이 출연자 화제성 상위에 선정됐다. 최종회는 최고 시청률 16.5%를 돌파하며 인기리에 종영했다.
tvN 방영작은 외신 호평까지 얻고 있다.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K드라마' 톱 10에 세 작품이나 이름을 올렸다. '선재 업고 튀어'(1위), '정년이'(2위), '내 남편과 결혼해줘'(8위)다. 영국 NME가 꼽은 K드라마 10선에서도 '눈물의 여왕'(1위), '선재 업고 튀어'(2위), '내 남편과 결혼해줘'(3위)가 나란히 석권했다.
기세를 몰아 tvN은 대작 공세에 나선다. 오는 2025년 1월 4일 '질투의 화신' 서숙향 작가와 박신우 감독의 재회작이자 제작비 500억 원이 투입된 '별들에게 물어봐'를 선보이는 것. 대표적 한류 스타 이민호, 공효진, 연기파 배우 오정세 등이 합류해 드라마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주정거장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삶을 소재로 한 작품이 신선한 재미로 tvN 드라마 흥행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KT 계열 ENA는 올해 '크래시'와 '유어아너'로 약진, 연이은 장르물로 오랜만에 시청률 6%대 성적을 거뒀다. 특히 첫 방송 1.7%로 출발한 '유어아너'는 쫀쫀한 서사와 손현주, 김명민의 연기 대결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ENA 방송을 제외하고는 OTT '지니TV 모바일'에서만 시청할 수 있다는 한계 속에도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입증했다.
◆ 다채롭게 차려진 종편 드라마
종합편성채널에서는 JTBC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수목드라마와 토일드라마를 함께 이끌며 다양한 장르로 시청자를 맞이했다. 그중 돋보이는 건 토일드라마였다. 연초 종영한 '웰컴투 삼달리'로 12.4%를 찍은 JTBC는 박신혜 주연의 로코 '닥터슬럼프'로 로맨스 팬들을 매료했다. 이어 '하이드',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가족X멜로'까지 장르를 오가는 편성으로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최근 종영한 '정숙한 세일즈'는 성인용품 방문판매라는 파격적 소재로 호기심을 유발, 시골 마을 여성들의 서사로 공감을 얻었다. 덕분에 3.9%로 시작한 작품은 최종회 기준 최고 시청률 8.6%를 찍으며 호평 속 막을 내렸다. 후속작 '옥씨부인전'은 본격적인 상승 기류를 탔다. 1회 4.2%로 시작한 후 매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최근 방영된 6회는 9.1%를 기록, 극 반환점을 돌기 전 10%대 진입을 기대케 하고 있다.
TV CHOSUN은 상반기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나의 해피엔드'를 통해 장나라의 연기 변신을 선사, 하반기에는 'DNA러버'로 코믹성 짙은 로코 장르를 선보였다. MBN은 올 상반기 1.5%로 시작한 사극 '세자가 사라졌다'가 시청률 5%를 넘기며 단맛을 봤다. 기세를 이어 하반기에 로맨스 '나쁜 기억 지우개'를 내놨으나 평균 시청률 0%대를 기록, 최고 시청률 1.7%로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채널A 역시 '결혼해YOU'로 고배를 마셨으나, 후속작으로 방영 중인 '체크인 한양'이 방영 첫 주에 2.7%(2회 시청률) 성적을 받으며 순항을 기대케 했다.
업계 불황 속에도 꾸준히 글로벌 성과를 쌓고 있는 K드라마다. 2025년에는 연초 500억 대작 tvN '별들에게 물어봐'를 시작으로, 아이유-변우석의 만남 MBC '21세기 대군 부인'(가제), 송중기 드라마 컴백작 JTBC '마이 유스' 등 기대작이 시청자를 만날 준비 중이다. 드라마 '에어시티', '장영실', '돈꽃' 극본을 쓴 이명희 작가는 8년 만에 신작 SBS '보물섬'으로 귀환하고, '눈이 부시게' 김석윤 감독과 배우 김혜자는 JTBC 새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으로 재회한다. 이처럼 다채로운 드라마 라인업이 예고된 상황 속, 내년에도 K드라마가 국내외 시청자를 매료하고 위상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