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가부터 노인들이 얘기를 했다하면, “또 라떼이야기야!”라고 핀잔을 준다. 노인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옛날에’ 혹은 ‘나 때는’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살아온 날이 앞으로 살날보다 훨씬 더 많으니 이야기의 주제와 소재는 대부분 과거의 일이고, 아직 살아보지 않은 미래의 이야기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진지하면서도 얼마쯤 살을 붙여 이야기하기 마련이다.

노인 셋이 수다를 떠는 장면을 그린 전통 그림이 있다. 이 노인들은 도대체 어떤 주제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얼마나 허풍이 센지 알아보자.

<삼인문년도(三人問年圖)>, 장승업 /출처=위키백과

<삼인문년도(三人問年圖)>에서는 세 명의 노인이 만나 서로에게 나이를 물었는데, 모두 자신의 나이를 모른다고 했다. 왜 자신의 나이를 모른다고 했을까?

이 이야기는 중국 송나라 문인 소식(蘇軾)의 《동파지림・삼로어(东坡志林・三老语)》에 기록되어 있는데, 우리말로 옮기면 이러하다.

노인1: “나는 말이야, 어릴 때 반고와 친구로 지냈어.”

노인2: “나는 말이야, 바다(벽해)가 변해 뽕밭(상전)이 될 때마다 나뭇가지를 하나씩 놓았는데, 벌써 10칸이나 가득 채웠지.”

노인3: “나는 말이야, 반도(복숭아)를 먹고 씨를 곤륜산 아래에 버렸는데, 그 씨가 쌓여 곤륜산 높이와 같아졌다네.”

이 정도면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의 허풍이다. 노인1이 친구로 지냈다는 반고(盤古)는 신화에 등장하는 천지창조의 신이다. 천지창조의 신과 친구라니 그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노인2는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수없이 반복되는 걸 경험했다는 뜻이니 이 또한 엄청난 허풍이다. 노인3은 9천 년에 한 번 열린다는 전설의 (자줏빛 반점이 있는) 복숭아를 먹고 버린 씨가 곤륜산 높이와 같다고 하니 이 또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허풍이다.

<삼인문년도(三人問年圖)>는 세 노인의 대화를 그림으로 그려 장수를 축원하고 있다. 그리고도 모자라 장수를 의미하는 소품을 그림 안에 배치하였다. 바다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노인의 지팡이에는 ‘불로초’, 붉은 옷을 입은 노인의 옷 아래 부분에 ‘목숨 수(壽)’, 세 노인의 위쪽에 ‘복숭아나무’, 이들의 말을 엿듣는 ‘흰 사슴’, 아래쪽에 ‘측백나무’ 등은 모두 장수를 상징한다.

한 해의 마지막 달, 모든 어르신이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건너 봄꽃을 맞이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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