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서는 안 될 '히든페이스'를 마주한 순간 [리뷰]
어쩌면 누군가를 볼 수 있는 부분은 프레임 안 모습뿐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람은 사실 프레임 밖 모습이 훨씬 많다. 프레임 밖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 영화 ‘히든페이스’는 가족이 되려는 이의 가려진 얼굴을, 제목 그대로 숨겨진 얼굴을 프레임 밖에서 바라보게 된 이의 절규를 담는다.
유망한 오케스트라 지휘자 성진(송승헌)은 첼리스트 수연(조여정)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수연의 엄마(박지영)는 오케스트라를 소유한 엄청난 부자다. 수연은 엄마를 통해 원하는 모든 것을 모두 손에 넣는다. 첼로, 집, 그리고 남자. 하지만 수연은 점점 의심한다. 성진의 마음을 손에 넣은 것 같지 않다. 그 고민을 미주(박지현)에게 털어놓다가 깨닫는다. 결혼을 다시 생각해 보겠다는 영상 편지를 남기고, 집에 있는 밀실에 스스로 들어간다. 미주는 수연이 들어간 집을 정리하고 나선다. 그리고 며칠 후, 성진은 수연의 첼리스트 자리에 그의 추천으로 왔다는 미주를 만나게 된다. 미주는 어느새 수연이 있어야 할 오케스트라 의자부터 성진의 마음 속까지 모두 자리한다.
‘히든페이스’는 크게 세 부류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기반이 되는 현재 성진과 수연의 이야기, 과거 수연과 미주 사이의 이야기, 그리고 가려진 욕망의 이면을 마주한 세 사람의 이야기다. 김대우 감독은 전작에서 ‘사랑’을 중심축에 두고, 관계를 이야기했다면, ‘히든페이스’에서는 ‘욕망‘을 중심축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김대우 감독은 분식집 아들이라는 자신의 결핍을 고백한 성진이 18살 때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가 되었다는 미주의 고백에 폭주하는 지점을 몸으로 포착한다. 그리고 둘의 정사 장면은 두 개의 시선으로 담긴다. 하나는 실제 정사를 나누는 두 사람의 시선,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밀실에서 이를 절규하며 지켜보게 되는 수연의 묘한 관음적 시선을 통해서다. 자극적인 양가의 시선을 밀실이라는 공간을 통해 당위적으로 획득한다.
하지만 과거의 시간를 딛고 다다른 현재처럼, 그 시간은 세 사람을 상상하지 못한 결말로 이끌고 간다. 조여정의 표현처럼 ”욕망 중에 가장 원하는 것 하나, 가장 포기할 수 없는 것 하나씩만 남겨둔 것 같다“라는 충격의 결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영화적 허용이 필요하다. 영화는 자신의 약혼자와 관계를 맺는 자신의 후배를 바라봐야 하는 밀실에 갇힌 여인의 절규로 이를 덮어보려 한다. 모든 사람이 가진 결핍의 코드로, 사랑의 코드로도 읽히지 못하는 물음표들은 욕망의 이불을 덮은 채 해소되지 못하고 자리한다.
오랜만에 마주한 19禁 격정 멜로 장르다. 김대우 감독은 슈베르트의 음악과 현악기의 떨림 등을 통해 자기 장기를 스크린에 펼쳐냈다. 송승헌과 조여정은 각자의 몫을 완벽하게 해낸다. 늘 반듯한 이미지에 사슴 같은 눈망울로 사랑을 말하던 송승헌의 처음 마주한 비스듬한 모습도 반갑다. 영화 '기생충'에서 집의 안주인이었던 조여정은 스스로 '기생충'의 밀실 공간으로 들어가는 듯한 모습으로 비릿한 재미를 더한다. 또한, 탁월한 감정 연기로 관객의 몰입을 깨트리지 않고 이어가게 만든다. '인간 중독'에서 임지연을 처음 발탁한 김대우 감독은 그처럼 묘한 매력의 박지현을 스크린을 통해 관객에게 소개한다. 오는 11월 20일 개봉. 상영시간 115분. 청소년 관람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