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사고 막는 로봇 기술 눈길
스마트 센싱과 디지털 트윈 활용 확대
화재·설비 이상 감지하는 AI CCTV 주목

20일 방문한 ‘스마트건설 엑스포(EXPO)’에서 건설 관계자들이 국가철도공단 스마트 안전 관제 시스템을 관람하고 있다. /구아현 기자

20일 방문한 ‘스마트건설 엑스포(EXPO)’에서는 근로자 안전을 중심으로 신기술들이 펼쳐졌다. 인공지능(AI), 디지털 트윈(DX),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첨단기술을 볼 수 있었다. 건설 현장에서 위협을 감지하고 알려주는 AI CCTV 기술은 더욱 정교화됐고, 높은 곳에서 볼트 작업을 하는 근로자 대신 로봇이 사용됐다.

실제 업체들은 스마트 센싱 기술을 이용해 실시간 현장 데이터를 모으고 데이터에서 위협을 감지할 수 있도록 플랫폼 등을 마련해 있었다. 교량, 터널, 지하 등 위험한 환경에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기술들도 준비돼 있었다. 단 AI 기술로 고도화된 로봇들이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실증이 필요하고, 예산 등의 문제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한계는 존재했다.

20일 방문한 ‘스마트건설 엑스포(EXPO)’에서 삼성물산과 엠에프알(MFR)이 공동 개발한 철골 볼트 조임 자동화 로봇 시연을 관람객들이 보고 있다. /구아현 기자

◇ 높은 곳 볼트, 이제는 로봇이 끼운다

이날 현장에서는 추락 사고 위험을 동반하는 철골 볼트 작업을 로봇이 대신할 수 있는 철골 볼트 조임 자동화 로봇이 소개됐다. 이 로봇은 삼성물산과 엠에프알(MFR)이 공동 개발한 첨단 기술로 이번 스마트건설 챌린지에서 단지·주택 분야 최우수혁신상을 받았다.

건설 현장에서 추락 사고는 가장 치명적인 위협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2022~2024년) 동안 건설현장 사망사고 중 추락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약 33%에 달한다.

철골 볼트는 철제 철골들을 서로 결합해 구조물을 견고히 고정하는 핵심 부품이다. 철골 공법은 건축 현장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지만, 작업자가 높은 곳에서 볼트를 조이는 과정에서 항상 추락 사고의 위험에 노출된다. 복잡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이 작업은 근로자의 피로도와 사고 위험을 동시에 증가시킨다.

이 로봇은 철골 구조물의 조립을 완전히 자동화하는 시스템으로 설계됐다. 작업자가 높은 곳에서 볼트를 조이는 대신, 로봇이 기구 부품을 원하는 위치로 이동시켜 작업을 수행한다. 또한, 3D 비전 카메라와 레이저 인디케이터를 활용해 정확하게 볼트의 위치를 인식하고, 빠르게 작업을 완료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했다.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AI 기반의 컴플라이언스 제어 시스템이 적용돼,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흔들림이나 진동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현재는 매번 달라지는 건설 현장에서 사람의 개입으로 볼트 조임을 할 수 있도록 첫 좌표를 지정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AI가 주변 환경을 인식해 첫 좌표까지 지정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한다. 송종의 삼성물산 건설부문 프로는 “평택 반도체 현장에서 적용해 이 로봇을 실증하고 있다”며 “작업 중 로봇 몸체가 뒤틀리는 것을 보완하고 안정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인간 개입 없이 AI가 알아서 달라진 건설 환경을 인식해 작업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고도화를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건설 엑스포(EXPO)’에서 소개된 자율주행 순찰로봇. /구아현 기자

◇ 자율 순찰 로봇·스프레이 로봇으로 안전 확보

이날 엑스포에서는 건설 현장의 관리와 데이터를 자동으로 취득해 디지털 트윈 플랫폼 기반으로 현장을 입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자율주행 순찰 로봇도 눈길을 끌었다. 현대건설과 도구(Dogu)가 공동 개발한 이 로봇은 공중, 지상, 수중 등 다양한 환경에서 작동한다. 로봇에 탑재된 고해상도 카메라와 센서 기술은 현장의 구조물 상태를 정밀하게 스캔하고, 이상 징후를 즉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수중 환경에서는 수중드론을 활용한 수중시공 모니터링으로 AI 영상개선 기술을 탑재해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수중 구조물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로봇이 수집한 데이터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으로 전송되며, 이를 기반으로 건설 현장의 3D 시뮬레이션을 생성한다. 관리자들은 현장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며, 작업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최적화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현재는 자율주행 순찰 로봇을 실증하고 있다.

20일 방문한 ‘스마트건설 엑스포(EXPO)’에서 소개된 스프레이 로봇 고속 자동화 시스템. /구아현 기자

호흡기와 피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해로운 스프레이 공정을 대체할 로봇 기술도 주목받았다. 이날 현장에서는 스프레이 로봇 고속 자동화 시스템이 시연돼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 로봇은 3D 비전 AI 기술을 활용해 사람의 동작을 학습하고, 이를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시연 현장에서 관계자가 직접 그림을 그리자, 로봇이 이를 정확히 따라 하며 스프레이를 뿌리는 모습을 선보였다. 로봇의 정밀한 작업 능력에 관람객들은 감탄했다. 이 기술은 실내 도장 및 단열 마감 작업 등 다양한 건설 공정에 활용될 수 있으며, 기존 수작업 대비 균일한 작업 품질과 안전성을 제공한다.

20일 방문한 ‘스마트건설 엑스포(EXPO)’에서 리스트 벤처(RIST Venture)가 선보인 자율주행 AI 무인 감시시스템 ‘리스페로(RISPERO)’. /구아현 기자

◇ 안전·화재·설비 이상 등 현장 안전 지키는 CCTV·스마트 센싱

현장 안전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AI CCTV와 스마트 센싱 제품들도 주목을 받았다. AI CCTV는 화재, 설비 이상, 안전모 미착용, 작업자 안전 위협 등 안전 상황을 감지해 경고한다. 이 기술은 지난 6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22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일어나면서 더욱 필요성이 높아졌다. 만약 화재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나 AI CCTV가 있었다면 이러한 상황을 일찍 대처해 인명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리스트 벤처(RIST Venture)는 전시에서 지하 공동구, 전기차충전소, 지하주차장, 데이터센터, 화재취약제조설비에 적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AI 무인 감시시스템 ‘리스페로(RISPERO)’를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포항공대에서 연구한 AI 기반 화재에지 모델 기초 연구를 기반으로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서 자율주행 화재감시로봇 시제품을 개발했다. RIST Vneture가 현장 실증 및 상용화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으로 제품을 개발해 실증하고 있다. 한 레일에 이 시스템을 달면 단 한 대로 자율주행하면서 주변환경 안전을 감시한다.

전상민 리스트벤처 차장은 “광양제철소 8개소에 앞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며 “화재감지, 연기감지, 설비 이상을 실시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도화된 리스페로 R3 개발이 완료된 상태이고 곧 사업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20일 방문한 ‘스마트건설 엑스포(EXPO)’에서 마이다스아이티가 선보인 스마트 지하안전관리 시스템을 관람객들이 구경하고 있다. /구아현 기자

마이다스아이티가 선보인 스마트 지하안전관리 시스템도 눈에 띄었다. 이는 스마트 지하안전관리 시스템을 통해 굴착 작업 시 지반의 안전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경고하는 솔루션이다. 지하 구조물의 안정성을 평가하고,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조기에 감지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사업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40개 스마트 센싱을 설치해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로 분석해 지중 경사계, 하중계, 지하 수위계, 지표 침하계, SLB 응력계, 건물 경사계 등 굴착 작업이 가능한지 알려주는 대표적인 지표를 모니터링하고 위험을 감지해 알려준다.

조원준 마이다스아이티 프로는 “현재 지하안전협회와 검증을 하고 있으며, 내년 초 4월 출시 예정”이라며 “해설 시나리오를 제공해 차별화를 뒀으며, 굴착 설계 기준이 초과했는지 아닌지 알려주면서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통해 사용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박람회는 ‘스마트건설로 미래를 디자인하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건설정보모델링(BIM), 탈현장건설(OSC), 건설자동화, 스마트안전, 디지털센싱, 빅데이터&플랫폼 등 6개 분야 핵심 기술을 200여개 기업이 참여한 700여개 부스에서 선보였다.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