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생길 때도 있었지만"…김무열이 '참교육'에 담은 진심 [인터뷰]
"김무열이라는 배우는 제 부족함을 인지하고, 늘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제가 매번 작업할 때마다 하는 제 방식이다. 결국 우리가 만든 작품의 완성은 관객분들, 시청자분들 한 분 한 분의 서사가 더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적해 주시는 부분이 있다면 달게 받고, 고민하는 자세로 연기에 임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이 글로벌 톱10 비영어쇼 부문 1위에 오르며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거침없는 액션과 묵직한 메시지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흥행의 중심에는 배우 김무열이 있다.
그가 연기한 교권보호국 현장감독관 '나화진'은 통쾌한 사이다로 전 세계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덕분에 김무열은 할리우드 스타 존 시나의 깜짝 '샤라웃'까지 받으며 데뷔 이래 가장 뜨거운 계절을 보내고 있는 그를 지난 1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날 김무열은 글로벌 흥행의 얼떨떨한 소회부터 작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솔직한 정면 돌파까지, 매 순간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고민한다는 진솔한 이야기를 꺼냈다.
Q. '참교육'이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쇼 1위에 오르며 이기를 모으고 있다. 글로벌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
"SNS 팔로워를 매일 확인하고 있다. 일단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 다국적 팬들의 댓글이 많이 늘었다. 한 말레이시아 교사 분이 메시지를 보내주셨는데, '작품 속 내용에 공감하고 감독과 위로를 받았다. 고맙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시즌2가 꼭 나오면 좋겠다고도 해주셨다. 그런 메시지를 받았을 때 가장 놀랐다."
Q. 글로벌 인기를 끈 후 프로레슬링 선수이자 영화배우 존 시나와 닮은 꼴로 알려졌고, 심지어 존 시나가 직접 SNS에 김무열 배우를 언급했다. 샤라웃 된 기분은?
"제가 어릴 때부터 굉장한 WWF 팬이었다. 존 시나가 배우로 전향한 후에도 지켜보면서 '이 분이 단순히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생각이 깊고 넓은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꼈었다. 그렇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제 사진을 SNS에 직접 올려주시기까지 해주셔서 놀랐다. 그걸 보고 되게 고민이 됐다. 나도 그분의 사진을 올려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댓글만 남겼다. 만약 '참교육' 시즌2가 나온다면 존 시나가 우정 출현해 주시면 좋겠다."
Q. 원작 웹툰 '참교육'은 여러 논란이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드라마 참여를 결정한 이유가 있다면.
"'참교육'은 어려운 이야기를 누구나 보기 어렵지 않게, 재밌고 가볍게 풀어냈다는 점이 매력이다. 그리고 홍종찬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전작 '소년심판'을 함께 하면서 저도 조금 떨어진 시선으로 바라봤던 소년 범죄의 현실에 대해 가까이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때 감독님이 아주 신중하고 예민하게 문제에 접근하시는 모습을 보고 '또다시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에도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감독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가끔은 조금 지치거나, 의심이 생길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감독님의 변하지 않는 에너지와 열정을 보면서, 그의 등을 따라갔던 것 같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Q. 배우 김남길이 '나화진' 역에 출연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길 출연 불발 후 캐스팅된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김남길 형님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데, 형님에게 조금 실례가 되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고 죄송한 마음이 들 정도다. 사석에서 인사드렸던 게 전부지만, 그때 제가 느낀 감정은 응원과 격려, 그리고 존중이었다. (김남길) 형님은 제게 많은 영감을 준 분이다. 작품을 할 때 형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영감을 얻어 연기할 정도로 팬이다."
"이게 알려져서 그렇지, 캐스팅 과정에서 이런 일들은 굉장히 비일비재하다. 저도 제가 출연한 작품 중에서 캐스팅 1순위가 아니었던 적이 되게 많다. 그런 건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속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Q. 팀 교권국으로 함께한 이성민, 진기주, 표지훈 배우뿐 아니라 에피소드별 많은 배우들과 합을 맞췄다. 현장을 떠올려보면 어땠나.
"이성민 선배님과는 세 번째 만남이다. 전작 '소년심판' 때도 그랬지만, 선배님께 정말 의지를 많이 했다. 아무래도 저보다 경력이 어린 친구들과 하다가 선배님과 촬영하니 더 그랬던 것 같다. 선배님과 연기할 때면 없던 애드리브도 날리고 식사 시간에도 대화를 많이 나눴다. 저에게는 선배님의 존재 자체가 위로이자 위안, 큰 힘이셨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되게 낯 뜨거워하시곤 한다. (웃음)"
"(진)기주와 (표)지훈이는 정말 좋은 배우들이다. 기주랑 처음 찍은 신이, 한림이 고등학교 시절 터널에서 쫓기다 맞는 신이었는데, 그 몸짓부터 넘어져 있을 때 저를 올려다보는 목소리, 눈빛이 정말 소름 돋더라. 표지훈 배우는 이번에 처음 합을 맞췄는데, 극단도 운영하면서 노래와 연기에 대해 고민이 끊이지 않는 친구더라. 현장에서 연기하는 것 보면서 되게 재밌고 기발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 이 부분에 대해 꼭 좀 써주시면 좋겠다. 함께한 배우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 (각 에피소드 속 배우들 중) 개인적으로 저와 인연이 있는 친구도 있지만 아닌 친구들도 있었다. 후배들을 보면서 제 과거 모습이 투영되기도 했다. 열심히 하고 열정 넘치고, 서툰 면까지 연기에 그대로 묻어났을 때 매력적으로 담겨서 저는 정말 즐거웠다."
Q. 아직 자녀가 미취학이기는 하지만, 곧 학부모가 되지 않나. 학부모로서 '참교육'을 봤을 때 와닿는 부분도 있었을까.
"'참교육'을 하면서 여러 입장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아이 교육에 대해서 이제 막 고민을 시작한 초보 학부모인데, 앞으로 배울 것도 많고 생각해 볼 게 참 많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아이와 함께하고 있다. '참교육'이 여러 시선으로 교육 환경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됐다."
Q. 배우인 아내 윤승아의 반응도 궁금하다.
"와이프가 저에게는 평가가 냉정한 편이다. 저도 아내가 가감 없이 이야기해 주길 바라긴 한다. 이번에는 칭찬해 주더라. '참교육'을 보고는 '재밌다. 잘될 것 같다' 해줬다. 아내가 잘될 것 같다고 해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웃음)"
Q. '나화진'으로 인생캐릭터를 새로 썼다. 김무열에게 나화진은 어떤 캐릭터인가.
"제가 곰곰히 생각해 보니까, 살면서 때로는 시행착오도 하고 좌절도 느낄 때가 있지 않나. 나화진의 대사 '괜찮아. 다시 해보자'라는 말이 김무열이 김무열에게 해주는 말 같기도 했다. 그 부분에서 저에게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캐릭터일 것 같다. 제가 큰 위로를 준 인물이다."
화려한 글로벌 흥행 성적표를 손에 쥐었음에도 김무열은 여전히 겸손한 자세를 보여줬다. 극 중 나화진의 대사 "괜찮아, 다시 해보자"라는 말에서 오히려 자신이 가장 큰 위로를 얻었다고 고백하는 그에게선, 묵묵한 단단함이 느껴졌다. 끝없는 고민과 연기에 대한 진심으로 만들어낸 '참교육'과 '나화진'. 앞으로 마주할 김무열의 또 다른 변신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