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남섬 ‘카이코우라’, 세계 22번째 국제밤하늘보호구로 지정
국제밤하늘협회가 뉴질랜드 남섬 카이코우라(Kaikōura)를 국제밤하늘보호구(Dark Sky Sanctuary)로 지정했다. 카이코우라는 전 세계에서 22번째, 뉴질랜드에서는 그레이트 배리어 아일랜드(Great Barrier Island)와 스튜어트 아일랜드/라키우라(Rakiura/Stewart Island)에 이어 세번째로 지정된 보호구가 되었다.
국제밤하늘보호구는 1988년 설립된 국제밤하늘협회가 공인하는 빛공해 제한지역으로, 뛰어난 야간 경관과 함께 과학, 자연, 교육, 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갖춘 지역에 그 자격이 부여된다. 밤하늘은 그 성격에 따라 다섯 가지 범주로 나뉘며(Dark Sky Sanctuary/ Reserve/ Park/ Community/ Urban Night Sky Place) 이중 보호구(Sanctuary)는 보호지구(Reserve)나 공원(Park)과 달리 매우 외진 지역에 위치한다. 지리적 고립성으로 인해 대중과의 접촉 기회는 제한되지만 보호구 지정을 통해 이러한 취약한 지역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장기적인 보존을 촉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번에 지정된 카이코우라 보호구는 카이코우라 지역 전체 면적의 98%를 차지하며 그중 절반 이상이 자연보호부의 보호를 받고 있을 만큼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맑은 은하수로 가득한 이곳은 평균 21.58 mag /arcsec²(밤하늘의 밝기 측정 단위)의 깨끗한 밤하늘을 유지한다. 카이코우라의 밤하늘 보호운동은 2000년 멸종 위기에 처한 허튼 슴새(Hutton’s Shearwater)를 보호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뉴질랜드에서만 서식하는 허튼 슴새는 아고산대 환경에서 번식하는 유일한 바닷새이며, 카이코우라는 지구상에서 허튼 슴새가 번식할 수 있는 마지막 장소다.
카이코우라 다크 스카이 트러스트(Kaikōura Dark Sky Trust)의 니키 맥아더(Nicky McArthur) 의장은 “이번 여정이 지역 사회, 헌신적인 자원봉사자, 환경 단체 및 정부 기관간 협력의 결과이며, 밤하늘의 어둠을 보존하는 것은 생태적 이점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조명 관리를 통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인류의 건강에도 많은 이점을 제공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뉴질랜드는 2019년 말 세계 최초의 밤하늘 국가(dark sky nation)가 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밤하늘의 역사적, 문화적 중요성을 세계에 알리고 생물 다양성과 야생동물 보호뿐 아니라 문화유산 보존에도 앞장서겠다는 국가적 의지의 표명으로, 이는 밤하늘이 항해와 농사에 중요했던 마오리족 역사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2015년 아오라키 매켄지 보호구역(Aoraki Mackenzie International Dark Sky Reserve)을 시작으로 뉴질랜드 곳곳에서 보호구역, 보호구 및 공원이 지정되었다. 그 면적은 현재 10,202.85km²에 달하며 앞으로도 계속 추가될 전망이다.
마오리족 전통에서 새해는 마타리키 성단(플레이아데스)이 출현하는 6월경에 시작되는데 지난 2022년 뉴질랜드 정부는 ‘마타리키’를 공휴일로 지정한 바 있다. 또한 뉴질랜드 잠재 방문객의 75% 이상이 청명한 밤하늘을 보기 위해 방문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뉴질랜드의 자연과 문화에서 밤하늘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며 이번 카이코우라 보호구 지정을 계기로 그 중요성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