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 마쓰야마에서 ‘레트로 힐링 여행’에 스며들다
-3천 년 역사의 도고온천과 마쓰야마성까지 느긋한 시간 여행
-도시를 가르는 레트로풍 노면전차를 타고 식도락 자유여행 만끽
-전통가옥과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우치코에서 소도시 여행의 즐거움
-온천과 힐링 여행에 골프까지. 골프 목적지로도 인지도 높은 마쓰야마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2024년 2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수는 81만 8,500여 명으로 역대 2월 방문객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2019년 2월보다 10만여 명이 늘어난 결과로 올해 2월 기준 일본 입국 외국인 중 10명 중 3명은 한국인으로 나타났다.
여행객의 일본 여행지는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북적이는 대도시 위주로 여행객이 집중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일본 소도시 여행 마니아가 늘며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대도시 여행에서 벗어나 온천과 미식, 골프 등 좀 더 여유를 가지고, 편하게 쉬고 싶다는 여행객의 의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마쓰야마는 일본 소도시 여행에서 취할 수 있는 호사로운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일본 최대 어획량을 자랑하는 도미가 유명하며 ‘감귤 왕국’으로 불릴만큼 감귤이 대표적인 마쓰야마(松山)는 일본 시코쿠섬 에히메현의 중심도시로 연중 온화한 기온의 인구 50만여 명의 소도시이다. 붐비지 않는 깨끗한 도시에서 일본 전통문화를 보존해온 여러가지 볼거리와 즐길 거리, 먹거리는 복잡한 도시를 떠나온 여행객에게 건강한 여유를 선사한다.
마쓰야마성
마쓰야마성은 시코쿠에서 가장 유명한 성으로 400년 여년 전 만들어져 일본 내 12개 천수각 중 하나로 천수각과 성문 등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것만도 21채에 달하는 성 자체가 문화재로 여겨지고 있다. 맑은 날이면 천수각에서 세토나이카이 해협부터 이시즈치 산맥까지 360도 파노라마를 볼 수 있다. 성안에는 유물이 전시되어 있고, 체험 공간도 있다.
마쓰야마시를 한눈에 내려볼 수 있는 해발 132m 산 위에 있는 평산성인 마쓰야마성을 보기 위해서는 20~30분 정도 걸리는 등산로나 1인 리프트 또는 로프웨이 중 이용하면 된다. 로프웨이(3분 정도)가 가장 빠르게 오르내리지만, 올라갈 때는 흔들거리는 1인 리프트를 타고 5~6분 주변 경관을 느끼며 천천히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로프웨이를 권한다. 리프트에서 내려 천수각을 향해 올라가다 보면 높디높은 성벽에 놀라움을 느끼기도 잠시, 성 주변에 핀 왕벚나무 등 약 200여 그루의 벚꽃 나무들로 인해 사진 찍기에 바빠진다.
현재 한국 관광객은 공항에서 받을 수 있는 마쓰야마 무료 티켓으로 리프트나 로프웨이, 천수각 입장 모두 무료로 입장이 가능해 별도의 비용 없이 느긋하게 마쓰야마성을 둘러볼 수 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마쓰야마가 자랑하는 귤 원액을 첨가한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마쓰야마시를 내려다보는 기분은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
우치코
JR 마쓰야마역에서 약 25분 거리에 있는 우치코(Uchiko)는 에도 시대부터 메이지 시대에 걸쳐 목랍과 전통 화지로 번성했던 작은 마을이다. 지금도 19세기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채로 일본 소도시의 한가로움과 정겨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마치 영화의 세트장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옛스러움과 정겨움이 묻어난다.
1982년 국가 중요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 지구로 선정된 요카이치•고코쿠 거리는 약 600m에 걸쳐 일본 옛 거리, 고풍스러운 가옥, 아직도 손으로 직접 나무를 깎아서 만드는 공방, 갤러리, 카페 등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옛 일본 정서가 오롯이 남아있다. 우치코에서는 꼭 작은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며 느긋하게 쉬었다 가길 추천한다.
흰색 스키니 진에, 스냅백 모자, 한껏 멋을 내고 서빙을 하는 86세 카페 주인장이 내주는 찐한 커피는 80년 이상의 세월을 지내온 관록이 느껴졌고, 슬쩍 건네주는 달달한 작은 귤은 언어가 안 통하는 외국인에게 맘편히 쉬고 가라는 주인장의 넉넉한 마음마저 담겨 있다.
우치코자는 우치코의 무형문화재로 일본 전통 가부키 공연이 펼쳐지는 목조 소극장으로 1916년 지은 2층짜리 목조건물이다. 복원 공사를 거쳐 지금도 다양한 공연을 하고 있다. 공연이 없는 날에는 관람객에게 공연장을 개방하기도 한다. 무대가 원형으로 돌아가고, 무대 바닥에서 등장인물이 등장할 때면 무대 밑에서 기구를 통해 사람을 들어 올리던 옛 그대로의 방식이 아직도 보존되고 있다.
그 외에도 우치코에서 차로 20분 정도에 있는 오즈시의 ‘아름다운 일본의 역사적 풍토 100선’에 선정되어 옛 전통 양식으로 복원된 오즈성도 볼만하다. 마쓰야마성보다는 작지만 4층 4단계식 천수각이다. 오즈성을 보고 나면 계절마다 정원의 꽃들과 나무들로 풍류의 멋이 넘치는 가류산장도 볼거리다. 이 두 곳도 공항에서 받은 마쓰야마 무료 및 할인 쿠폰에 할인권이 있으니 이용하면 저렴하게 볼 수 있다.
도고온천
마쓰야마 여행의 백미는 3,000여 년 역사의 ‘일본서기’에도 등장하는 도고온천이 아닐까 싶다. 일본에서도 가장 오래된 온천으로 알려져 있으며, 18개의 원천에서 끌어올린 온천수를 가열해 온천수 외 다른 물을 섞지 않는 원천 그대로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한국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의 유바바 온천장의 실제 모델이 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전형적인 일본 건축 양식인 본관은 1894년 목조 건물 3층으로 개축됐다. 이후 여러 번 개조를 거쳐 1935년 현재 모습이 완성됐다. 지금은 본관이 보수공사 중이며 본관 옆에 별관인 아스카노유에서도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1994년 공중목욕탕으로는 처음으로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됐지만, 목욕탕으로 개방해 지금까지 전통과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아스카노유 온천은 한국 관광객을 위한 쿠폰북에 1회 무료 이용권을 제공하고 있다.
도고온천은 옛 일본 천엔 지폐의 모델이자 소설가인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봇짱(도련님)'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도고온천 상점가 입구에 소설을 기념하는 시계탑이 세워져 있으며,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정시가 되면 시계탑에서 소설의 등장인물 인형이 문을 열고 나와 간단한 퍼포먼스를 한다. 정시가 가까우면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계탑 옆에는 옛 도고온천역이 있다. 그리고 1880년대부터 지금도 마쓰야마 시내를 운행하는 봇짱열차가 대기하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봇짱(도련님)'에도 등장한 봇짱열차는 마쓰야마의 상징이 되고 있다. 현재 도고온천역은 스타벅스로 개조해 봇장열차 실물과 함께 마쓰야마의 가장 유명한 포토존이 되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고리가 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 서울사무소 시미즈 유이치 소장은 “대도시 위주의 일본 여행 외에 최근 들어 소도시 중심의 일본 여행에 대한 자료 문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라며 “일본 소도시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지원을 일본 현지와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으며, 마쓰야마 역시 한국 관광객에 대한 관광지 무료 및 할인 쿠폰 지급과 공항에서 시내까지 무료 버스 지원 등 각종 프로모션도 시도하고 있어 마쓰야마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은 공항에서 꼭 쿠폰북을 챙기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온천과 힐링에 골프를 더 하다
마쓰야마의 레트로 힐링 여행에는 골프도 빠질 수 없다. 오전 골프 후 오후 온천과 식도락까지 느긋하게 채우는 일정은 최근 유행인 힐링 골프 여행의 모범적인 일정이다. 온화한 날씨는 기본이며 도큐레이 호텔 등 시내 중심가 호텔에 숙소를 정하고, 도고 온천 등 시내 관광도 가능하며, 쥬라쿠 스파 리조트와 같은 대형 온천 리조트에서의 푹 쉴 수 있는 온천여행도 가능하다.
골프장은 마쓰야마 8대 코스인 씨사이드, 국제, 치산호조, 로얄, 오즈, 호조, 쿠마, 고원 코스에서 선택하면 다양한 일본 골프 코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일본 골프 여행의 장점인 온천에 있어서 마쓰야마는 그 어느 지역보다 재방문자가 많고 만족도가 높은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