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분 동안 숨 멎는 듯한 경험…'듄: 파트2' [리뷰]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모래언덕'을 뜻하는 물이 없는 극한의 사막 '듄'에서 몰락했다. 하코넨 가문의 덫에 걸리면서다.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 폴(티모시 샬라메)은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과 사막으로 내몰린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막 부족 '프레멘'을 만난다. 그들 사이에서 폴은 사막에서 살아가는 법을 몸에 익힌다. 그리고 그를 메시아로 받아들이는 이들과 함께 황제의 모든 것을 파괴할 전투를 맞이한다. 하코넨 가문은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로 그를 비롯한 프레멘 부족을 몰살하려 한다.
'듄: 파트2'는 지난 2021년 10월 개봉한 영화 '듄'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이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SF 소설인 프랭크 허버트의 '듄'을 원작으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프랭크 하버트는 '듄' 속에 함축이 담긴 생태 소설, 제국주의자들에 대항하기 위한 이슬람의 성전, 메시아라는 존재의 의미, 부와 빈곤, 정치와 권력 등 수많은 학문과 상징을 담고자 했다. 그는 200권이 넘는 논픽션 작품을 읽었고, 이슬람 신화부터 의미론, 천문학, 선불교, 아메리칸 원주민의 부족 의식 등 온갖 것을 공부했다. 대략 6년 동안의 조사와 약 일 년 반 동안의 집필 기간이 소요 됐다.
그리고 그가 담아낸 상징들은 드니 빌뇌브 감독을 만났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사막이라는 아라키스의 풍경을 그 누구보다 현명하게 사용했다. 낮과 밤, 빛과 어둠, 물과 사막, 생과 소멸 등의 대조적인 의미는 프랭크 허버트가 글 속에 남겨놓은 다양한 상징을 이미지로 옮겨냈다. 그 상징은 친절하게 설명되기보다, 그 상황에 놓여있다. 해석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더불어 사막이라는 무너뜨릴 수 없는 공간을 누구보다 잘 활용했다.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기계이며, 사람이다. 모래로 되어있는 사막은 무너뜨릴 수가 없다.
이를 위해, 드니 빌뇌브 감독은 그래픽이 아닌 리얼 로케이션 촬영을 선택했다. 심지어 '듄: 파트2'에서 등장하는 로케이션은 '듄'(2021)과의 차별성을 위해 같은 로케이션을 사용하지 않았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이와 관련, "관객들이 데자뷔를 느끼지 않게끔 노력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사막의 질감, 색채, 공기, 습도 등은 스크린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이를 표현하기 위해 때로는 과감하게 색채를 거두고 흑백을 사용하기도 했고, 화면 비율 역시 IMAX의 비율에 맞췄다. 웅장함은 더해졌고, 관객을 압도한다.
그 웅장함 속에 폴(티모시 샬라메)의 깊은 고민이 자리한다. "난 당신들을 이끄는 것이 아니다. 배우러 왔다. 함께 싸우게 해줘요"라고 외치는 폴이 '듄: 파트2'에 담겼다. 그리고 폴은 '무앗딥'이라는 프레멘의 이름을 받고 일원이 되어가고, 성장하고, 예언에 꼭 맞게 성장해 가는 그를 믿는 자들로 인해 메시아의 자리까지 앞두게 된다. 하지만 폴은 메시아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비판하며 피하려 한다. 높이 오른 자신을 보기보다, 쓰러져있는 사람을 돌아본다. '듄2'이 기존의 영웅 서사와 다른 지점은 그 고민에 담긴다. 폴의 감정은 사막의 까슬까슬한 모래알을 타고 관객의 입 속으로까지 전달되는 듯하다.
무려 165분의 상영시간이다. 그런데 그 속에는 폴(티모시 샬라메)과 챠니(젠 데이아)의 교감, 대모가 되어 메시아를 더욱 공고하게 하는 레이디 제시카, 그리고 하코넨 가문의 후계자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경기장의 모습 등이 빼곡하게 담기며 눈 감을 틈도 주지 않는다. '듄'(2021)을 보지 않았다면, '듄: 파트2'를 이해하기는 어려울 거다. 하지만 단언컨대, '듄: 파트2'는 '듄'보다 높이 올라서서 멀리까지 바라보게 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2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