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위협하는 실내 공기 오염… 이제는 ‘환기 시스템’ 도입에 주목
현대인이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며, 자연스레 실내 공기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공기청정기가 필수 가전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이 바로 그 방증이다.
그런데, 과연 공기 청정기만 갖추면 실내 공기질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실내에서 공기청정기를 가동하고 공기질 측정을 진행하면, 미세먼지와 TVOC(휘발성유기화합물) 수치는 줄어들지만 CO2(이산화탄소) 농도는 줄어들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공기청정기가 오염물질과 미세먼지를 제거하고 실내 공기를 순환시켜 주긴 하지만, CO2농도는 실외 공기와 교환을 통해서만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유해가스 수치와 CO2 농도가 높은 실내 공기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높은 피로감·두통·현기증 유발은 물론,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까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쾌적한 실내 공기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기청정기와 환기를 병행해야 한다.
‘환기’라고 하면 보통 창문을 통한 환기를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기계식 환기 설비인 ‘환기 시스템’을 통한 환기 사례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 이는 미세먼지나 꽃가루가 심한 날 또는 날씨가 덥거나 추운 날 등 다양한 외부 요인으로 창문을 통해 환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환기 시스템이란 기계 장치를 이용해 외부 공기는 실내로, 실내 공기는 외부로 배출하는 ‘교환’이 이뤄지도록 하는 설비를 의미한다. ‘전열교환기’라고도 불리는 이 환기 시스템은 제품 내부의 필터로 공기를 깨끗이 만들고, 전열교환소자를 통해 들어오는 공기와 나가는 공기의 열을 교환함으로써 실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한다. 외부 환경의 제약 없이 실내 공기를 외부 공기와 치환하여 공기질을 개선해주는 장치인 셈이다.
환기 설비는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건축 자재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오염 물질로 인한 ‘새집증후군’이 논란이 된 후, 정부는 실내 공기 오염을 유발하는 건축 자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한편, 실내 공기질 개선을 위한 환기 설비 의무 설치 법안을 마련했다. 2006년 신축 또는 리모델링으로 지어지는 1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는 필수로 환기 설비가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이 시행됐으며, 2020년 개정을 거쳐 30가구 이상 신축 또는 리모델링 공동주택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도 있다. 신축 또는 리모델링 공동주택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구축 주택들은 아우르지 못하며, 정작 실내 공기질 개선에 영향을 주는 기준인 필요 환기량, 필터 성능, 오염 물질 제거 등에 대한 기준이나 규정은 오히려 완화됐거나 그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환기 설비가 유지관리가 매우 중요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제품에 대한 정보, 설치 위치, 유지관리 방법 등에 대해 소비자에게 고지/안내 등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환기 문제는 정부∙지자체∙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관심을 가지고 풀어나가야 할 현대 사회의 과제다.
따라서, 이제는 환기 설비 관련 제도에 대해 소비자들의 시각에 맞는 구체적인 관련 규정의 강화와 가이드라인이 서둘러 마련되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 제도에 대한 명확한 세부 기준 설정 및 실질적인 유지 관리 방안 등을 의무화하는 등 한 단계 나아가 대한민국의 일상 속 숨겨진 환기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도 환기 설비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 집에 어떤 환기 설비가 설치돼 있는지, 어떻게 유지, 관리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항상 실내 공기질을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