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는 곧 서인국…"'연기 찢었다'는 반응 듣고 싶어요" [인터뷰]
평소에도 만화광이라는 서인국은 웹툰 원작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에 참여하며 '서인국의 최이재'를 표현해냈다. 원작 속 주인공의 모습을 빼닮기만 한 것이 아닌, 배우 서인국을 통해 극 중 인물 '이재'의 면면을 끌어냈다. 원작에 대한 이해와 애정, 그리고 배우로서 책임감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서인국이 출연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이재, 곧 죽습니다'는 인기 네이버웹툰 '이제 곧 죽습니다'를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지옥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최이재(서인국)가 죽음(박소담)이 내린 심판에 의해 12번의 죽음과 삶을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재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 청춘이다. 친구들이 취업하고 가정을 꾸릴 동안, 꿈을 향해 달리며 학업과 생업을 병행해 온 그는 불행 3연타를 맞고 극단적 선택을 한다. 이후 다시 깨어난 세상은 '죽음'이 관할하는 공간. 죽음은 때가 되지 않았음에도 먼저 저승으로 온 죄를 물어 이재에게 12번의 죽음과 삶을 경험하는 형벌을 내린다.
작품은 판타지적 소재에도 원작 기반의 탄탄한 세계관과 배우들의 호연, 이질감 없는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원래도 원작 웹툰의 팬이었던 서인국에게는 원작 팬들의 칭찬이야말로 가장 뜻깊은 반응이었다. 파트1 공개 후 취재진을 만난 서인국은 "제가 일단 웹툰을 너무 좋아한다. 이 작품뿐만 아니라 원작이 있는 걸 누군가 연기했을 때, 원작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연기 잘했다'라고 하는 건 정말 극찬이다. 저도 그런 반응을 듣게 돼서 기분이 좋다"고 운을 뗐다.
원작을 잘 이해하고 있는 독자였던 만큼, 서인국은 '최이재'를 현실로 그려내는 작업에서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재를 그려내기로 했다.
"저는 정확하게 '서인국의 최이재'를 원했다. 평행우주라는 세계관이 있지 않나, 그런 세계관에서 감독님과 배우들이 원작을 재창조하는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통점이 있지만 새롭게 창조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제가 표현한 이재는 포괄적으로 지질한 매력이 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캐릭터다. 죽음이라는 극한의 상황에 처했을 때 감정이 폭발하는 것과, 죽음이 반복되면서 삶에 대한 갈망이 생기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이재는 번듯한 직장에 다녀서 집안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꿈을 가졌다. 서인국 역시 가수의 꿈을 가지고 지망생 시절을 보냈던바, 인간적으로도 이재에게 끌리는 부분이 있었을 터. 이에 대해 서인국은 "저도 이재 같은 시절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가수의 꿈이 있었다. 가수가 되기 전까지는 지망생이지 않나. 형편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서러웠던 적도 많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최이재와 공통점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제가 이재를 작업할 때 어린 시절을 투영하지는 않으려고 했다. 당시에 제가 되게 힘들었던 일이 있었는데, 다른 친구들을 보면서 시기 질투를 하던 때다. 그때 한 선배가 와서 '네가 살아온 삶이 너의 목소리에 나올 텐데 그냥 서로 시작점이 다를 뿐 표현하고 있는 건 자신의 삶이니 부러워할 필요 없다'라고 해준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생각 덕분에 제가 이재의 삶에 공감하고 표현했을 때 최대한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았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재, 곧 죽습니다'에서는 서인국을 비롯한 여러 배우들이 주인공 '최이재'를 연기해야 했다. 이재가 다시 겪는 생애를 모두 다른 배우가 연기했기 때문이다. 다인이 1역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은 배우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재, 곧 죽습니다' 같은 작업은 처음이었다. 제가 1인 2역도 해봤지만, 다른 배우가 저를 연기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아마 다른 배우분들도 진짜 부담스러우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서인국이 만들어낸 최이재가 이런 거니 참고하면 좋겠다'라고 제 모습을 찍어서 공유하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최이재 설정을 잡아갔다. 나중에 제가 내레이션을 하는데 배우분들이 너무나도 최이재의 모습으로 표현을 해주셨더라. 저에게도 정말 재밌는 작업이었다."
작품은 박소담이 암 수술 후 회복 단계에서 촬영을 마친 드라마이기도 하다. 상대 역인 박소담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묻자, 서인국은 처음부터 합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소담이와는 배우로서 작업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소담 배우가 워낙 밝고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친다. 그런데 죽음이를 연기할 때는 그런 걸 싹 숨긴다. 그 정도로 촬영할 때 집중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저는 너무나 편했고, 덕분에 나이스하게 촬영했다. 좋은 친구이자 동료가 생긴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촬영 전부터 모든 팀원이 박소담의 컨디션을 배려하려 했다고 회상했다. 서인국은 "일단 소담이가 겪은 일을 언급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리딩할 때부터 소담이가 '혹시 촬영할 때 컨디션 적으로 안 좋아지면 양해를 부탁드려도 될까요'라고 했었다. 모두가 다 똑같은 마음이었다. 소담이에게 그런 건 전혀 문제가 없고 우리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얘기했다"라며 "그런데 촬영할 때는 제가 눈치를 못 챌 정도로 (소담이가 연기를) 해줬다. 제가 배려를 하면서 연기한다고 했지만, 나중에 들어보니 몇몇 힘든 신도 있었다고 하더라. 현장에서 같이 독려할 수 있는 게 상대 배우인데 못 알아차려서 오히려 미안했다.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도 죽음이를 표현하고 또 (현장에서) 밝은 모습을 보여준 부분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박소담의 열정을 칭찬했다.
2009년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를 통해 데뷔한 서인국은 2012년 드라마 '사랑비'를 통해 연기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가수 활동과 연기를 병행하고 있는 그는 최근엔 11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서기도 했다. 배우 타이틀을 단지도 10년이 넘은 그는 아직도 늘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작품 나올 때마다 부담감을 많이 느낀다. 책임감이 없을 수가 없지 않나. 작품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당연히 가지고 있고, 저희 뜻대로 반응이 나오지 않을 때는 서로 위로의 마음으로 있는다. 그렇게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어 간다"고 매 작품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이어 서인국은 '이재, 곧 죽습니다' 파트 2까지 모두 공개된 후 꼭 듣고 싶은 반응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인국 연기 찢었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배우로서는 최고의 말이 아닌가 싶다. 연기를 정말 잘했다는 뜻이지 않나. 또 ''이재 곧'이 인생 드라마'라는 말도 듣고 싶다. 개인적으로 제가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제가 느낀 그런 부분을 함께 느껴주시면 좋겠다."
한편, 서인국이 출연하는 '이재, 곧 죽습니다' 파트 2는 오늘(5일) 공개됐으며 전편 티빙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