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고사양? 한전, 입찰 앞둔 ‘원격검침 통신설비’ 개정 규격 논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지난 10월 개정한 저압AMI용 LTE통신설비 규격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한전이 오는 1월 진행하는 ‘저압(가정용) 원격검침인프라(AMI) 6차 사업’ 입찰 직전에 개정한 해당 설비의 규격이 뚜렷한 이유 없는 고사양이라는 논란이다. 통신설비 제조 업계에서는 이번 규격 개정이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업계, 입찰 직전 개정한 통신설비 규격 상향 과도해
이번 논란은 지난 개정으로 저압AMI(원격검침 인프라)용 LTE 통신설비의 운영체제(OS)가 임베디드 리눅스(MPU)로 제한되며 일어났다. 기존에는 실시간운영체제(RTOS)도 해당 설비의 OS로 허용됐다.
한전은 해당 규격 개정이 “향후 AMI 표준 운영 소프트웨어로 업그레이드 가능한 용량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는 “한전이 저압AMI용 LTE통신설비와 유사한 통신설비인 전력선통신(PLC) 모뎀과 고압AMI용 LTE통신설비에 RTOS, 임베디드 리눅스 등 다양한 운영체제(OS)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번 개정에 대한 명분이 여전히 취약하다고 밝혔다. 또한, AMI 표준 운영 소프트웨어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업그레이드 기능은 RTOS를 사용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MCU)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에 특정 통신 설비에 특정 고사양 OS만 규격에 포함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전은 “실시간 운영체계(RTOS)는 일반적으로 저사양·저성능의 기기에 사용되며, 제조사별로 OS 및 SW가 상이해 SW 업그레이드 등의 유지보수 시 각 제조사에 의존하여 개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전에 저압 AMI용 LTE 모뎀을 납품하는 이동통신 3사(SKT, LGU+, KT)와 수 차례 논의한 결과 고성능·범용적으로 사용 가능한 임베디드 리눅스 기반 구조를 채택해 한전 주도로 개발 중인 AMI LTE모뎀 SW를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저압AMI 환경에서 운영하는 통신설비(DCU, 저압AMI LTE모뎀, SMGW)는 임베디드 리눅스 기반의 OS를 채택하고 있어 특정 통신설비(저압AMI용 LTE모뎀)만 임베디드 리눅스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저압 AMI용 LTE 모뎀은 원격검침 외에도 재생에너지 감시, 배전계통 정보 관리 등 신기능을 포함해 고성능·다목적의 기능이 요구되고 있어 HW 규격상향이 필요하며, 원격검침 기능에 특화된 전력선통신(PLC) 모뎀 및 고압AMI용 LTE통신 모뎀과는 기술 규격, 요구 기능, 운영환경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실시간 운영체계를 위한 MCU가 제조사별 OS 포팅이 다르더라도 트러스트존 영역을 사용해 SW 업그레이드 및 유지보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제조사 의존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저압AMI용 LTE모뎀에 원격검침 외 신기능 증가를 위해서는 데이터 증가에 따른 저장 용량만 증가시키면 되고, 기존 MCU 체계에서도 가상 발전사업자 태양광발전소의 발전데이터를 초당 발생데이터를 1분 단위로 LTE망을 통해 전송해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저압AMI용 LTE모뎀에서 원격검침 외에 신기능을 위한 추가적인 고사양의 하드웨어 규격이 필요 없으며, 한전이 모뎀용 SW를 표준화하여 업데이트하려는 정책을 만든다면 모든 모뎀에서 적용되어야 할 사안”이라며, “기존에는 저압AMI LTE모뎀, PLC모뎀, 고압AMI용 LTE모뎀의 하드웨어 사양이 동일했으며 기능과 데이터 추가에 따른 저장용량만 증가시키면 될 것을 특정 모뎀만 프로세서를 제한하는 하드웨어 규격으로 개정하는 것은 향후 모뎀 정책의 일관성을 흐리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사양 규격 개정으로 무선설비 도입 비용 수백억 원 증가 추정
한편, 업계는 이번 규격 개정으로 저압AMI용 LTE통신설비 도입을 위한 비용이 수백억 원 단위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개정에 따른 고사양 규격에 맞추려면 리눅스를 구동할 수 있는 고사양 CPU 사용이 불가피해 메모리, 저장장치 용량도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는 모뎀 단가가 대당 최소 5천 원 이상 증가한다며, 이 추정치를 이번 입찰의 예정 물량인 113만 대에 적용하면 한전의 원격 검침 무선설비 도입 비용은 56억 5천만 원 증가하고, 기존에 도입된 450만 대의 모뎀 교체까지 포함하면 총 281억 5천만 원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업계의 설명에 한전은 “한전에서 저압AMI용 LTE 모뎀 구매 시 LTE 모뎀 납품 및 전국 단위의 LTE 통신망 제공을 조건으로하기 때문에 저압AMI용 LTE 모뎀 규격, 계약 등 관련하여 이동통신 3사와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며, “규격 개선으로 인한 저압AMI용 LTE 모뎀 단가의 상승 영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해당 결과는 LTE 모뎀을 납품하는 이동통신 3사(SKT, LGU+, KT)와 저압AMI용 LTE 통신모뎀 규격 개선을 위하여 수 차례 논의를 통해 도출한 것이며, 이동통신사는 규격 요구 기능을 구현하는 데 있어 기술적 어려움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는 여전히 한전의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에 납품하는 통신 3사의 입장을 모두 대변할 수는 없지만, 통신사는 아무래도 수동적인 입장일 수밖에 없으며 모뎀의 단가 변동이 미미하다는 분석은 잘못된 것 같다”며, 기존 MCU 체계와 신규 개정 MPU(Linux체계)의 단가는 LTE모뎀 제조원가의 약 7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추가 원가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어 “규격 개정을 추진하는 한전에서 아직 향후 계획을 위해 연구개발 중인 소프트웨어 표준화 및 업데이트 기능을 시범 사업도 없이 하드웨어의 기술 규격을 제한하는 것으로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