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내시경 ‘췌장암 표본’ 채취, 바늘 굵기가 성공 여부 가른다
초음파 내시경으로 유의미한 췌장암 조직 표본을 얻기 위해서는 미세 바늘의 굵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소화기내과 박재근 교수·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광혁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굵은 바늘을 사용해 표본을 채취할 때 더 많은 DNA를 얻을 수 있었으며, 이에 따라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 성공률도 높았다는 연구 결과를 ‘췌장 선암의 성공적인 차세대염기서열분석을 위한 초음파 내시경 유도하 조직 획득 인자’ 논문을 통해 발표했다.
췌장 선암은 췌장암 중 가장 흔한 암종으로, 5년 생존율이 15.2%에 불과하다. 특히 암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별 증상이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대한췌담도학회에 따르면 국내 췌장암 환자의 약 80%가 수술이 불가능한 3~4기에 암을 진단받는다.
이 경우 표적 항암 등 화학요법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화학요법을 찾기 위해 초음파 내시경으로 암 조직을 떼어내고 NGS 검사를 시행하고, 검사 결과에 따라 어떤 항암제로 환자의 암을 치료할 수 있는지 결정한다. 이때 NGS 검사에 성공할 수 있는 유의미한 암 조직을 떼어내는 것이 중요한데, 초음파 내시경으로 떼어낸 췌장암 조직 표본은 NGS 검사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박재근·이광혁 교수 공동 연구팀은 초음파 내시경 시 NGS 검사에 적합한 암 조직 표본을 채취할 수 있도록 하는 인자를 밝히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기존에 초음파 내시경으로 채취한 췌장암 조직 표본 190개를 확보했다. 환자의 ▲연령 ▲성별 ▲종양의 위치 및 크기 ▲표본을 채취한 바늘 굵기 및 종류 ▲통과 횟수 등 표본의 특성을 조사했고, 맞춤형 암 패널(CancerSCANTM)을 활용해 NGS 검사를 시행해, 190개 중 109개(57.4%) 표본이 검사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NGS 검사 성공 여부에 따라 표본을 성공 군과 실패 군으로 나누고, 특성에 따라 NGS 검사 성공 여부가 달라지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NGS 검사 성공 군의 DNA 양이 유의미하게 높았으며, 25게이지 바늘을 사용할 때보다 19 또는 22게이지 바늘로 표본을 채취할 때 더 많은 DNA를 얻을 수 있었다. 게이지(Gauge)는 주삿바늘의 굵기를 나타내며 수치가 낮을수록 두껍다.
총 190개의 표본 중 19 혹은 22게이지 바늘을 사용해 채취된 표본은 133개로, 그중 84개(63.2%)의 표본은 NGS 검사에 성공했다. 반면 25게이지 바늘을 사용해 채취된 표본 49개 중 NGS 검사에 성공한 건 19개(38.8%)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수술이 아닌 초음파 내시경만으로 NGS 검사에 적합한 췌장암 조직 표본을 얻는 조건을 밝혀냄으로써, 수술을 할 수 없는 환자도 개개인에 맞는 표적 치료를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박재근 교수는 “본 연구로 수술이 어려운 췌장암 환자도 NGS 검사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표적 치료법을 찾을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췌장암 치료에 관한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유럽 등의 췌장암 관련 연구논문에 인용되며 타당성을 입증받아 2일 열린 대한소화기학회의 ‘2023 거트 앤 리버 발전 세미나’에서 다빈도 피인용 논문 저자 공로장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