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너와 나', 우리에게 '사랑'으로 남았다
아주 소소한 이야기다. 영화는 여고생들의 웃음소리 같고, 말 없는 질투 같고, 집에서 먹는 엄마의 국수 같다. 영화 '너와 나' 속에는 그런 하루가 담길 뿐이지만, 그 하루는 누군가에게 영원히 남게 될 '하루'다.
학교에서 낮잠을 자고 일어난 세미(박혜수)는 결심했다. 다리를 다쳐 학교에 오지 못한 하은이(김시은)를 당장 만나러 가야겠다고. 하지만 선생님은 조퇴 허락을 해주지 않고, 마음은 초조하다. 그러다 우연히 죽은 작은 새 한 마리를 발견하고 곱게 묻어준 후, 즉시 하은에게 향한다. 병실에서 하은을 만난 세미는 계획과 달리 그를 조르기 시작한다. 세미는 하은 없이 내일 수학여행 가는 게 싫었다. 수학여행 하루 앞두고, 갑작스럽게 함께 수학여행을 가기 위한 두 사람의 여정이 시작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해가 쌓여가고, 이해가 이어지고, '사랑'이 선명해진다.
‘너와 나’는 여고생 세미와 하은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하지만 그 속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를 무겁고, 어렵게 풀어가는 대신 여고생들이 친구를 지키기 위해 우르르 향하는 발걸음, 빙수에 있는 떡을 몇 개 먹었는지를 세어보며 속상한 마음, 어른이 된 후 흐려져 버렸지만 그 당시엔 눈물을 뚝뚝 흘릴 정도로 왜 그리도 큰일이었는지 자꾸만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사건 등이 ‘너와 나’의 시간을 채운다.
배우로 알려진 조현철이 내놓은 첫 장편영화 연출작이다. 약 7년 동안의 시간을 들여 '너와 나'를 세상에 내놓게 됐다. 그가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아이러니하게 삶아있음을 통해서다. 영화 속에서 세미가 꾼 꿈과 하은과 함께하는 현실은 묘하게 교차한다. 몽환적인 빛의 사용, 그들의 움직임을 쫓는 흔들리는 카메라, 교차하는 앵글 등은 꿈과 현실의 몽환적인 '경계'에서 얼마나 그들이 사랑스러운 존재들이었는가를 포착한다.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한 입 베어 문 사과 역시 갈변되지 않은 생생한 모습으로, 방금 전까지 이곳에 있던 누군가를 지칭한다. 수학여행을 가기 하루 전,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즐기는 담임 선생님의 모습과 주인공인 세미와 하은 외에도 최대한 많은 고등학생의 모습을 담으려는 조현철 감독의 마음은 '너와 나'에 가득 담겨있다.
영화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든 것은 세미와 하은 역에 깊이 몰입한 박혜수와 김시은이다. 굉장히 다른 성격인 듯 보이는 두 아이는 사실 모음 ‘ㅓ’가 뒤집어지면 ‘ㅏ’가 되듯 맑고 투명하게 서로를 비추는듯하다. 좋은 것을 보면 같이 보고 싶고, 맛있는 걸 먹으면 같이 먹고 싶은 그 마음이 사랑인지 우정인지 너에게도 나에게도 모호한 그때의 마음을 두 사람은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왔다. 특히, '다음 소희'를 통해 국내외 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받은 김시은은 발걸음, 눈물, 말투 등에 모두 '하은'을 옮겼다. 그리고 영화의 말미, 그런 김시은을 통해 관객은 자신의 표정을 거울처럼 스크린을 통해 마주하게 된다. 13년을 같이 산 반려견을 떠나보내고도 누군가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 어려워하는 그 모습이다.
조현철 감독이 '너와 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지난 2016년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해 탑승객 304명이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너와 나' 속 사려 깊은 그의 시선은 이를 선명하게 담지 않는다. 대신 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들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내 옆에 있는 사랑하는 존재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을 향해 접어둔 마음을 다시 한번 펼치게 된다. 영원히 남게 될 '기억'이고 '사랑'임을 '너와 나'를 통해 이야기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8분. 오는 10월 2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