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AI가 사람 대체한다는 관념 속엔 혁신은 없다”
캐롤라인 셔먼(Caroline Sherman) 세일즈포스 제품관리 부사장
“기업 직원 70% 데이터 활용 못 해… AI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 사용해야”
인공지능(AI) 기술이 삶에 녹아들었다. 어디서나 AI 얘기를 들을 수 있고, 실제 생활 곳곳에 AI를 탑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AI와 격차를 느끼는 이들이 많다. AI 기술이 발전됐고 업무에 사용되고 있다고 하나, 여전히 내 책상엔 AI가 없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현재 비즈니스 분야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발전된 AI 도구는 많다.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인공지능(AI) 비서 ‘자비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세일즈포스, SAP, 슈나이더일렉트릭, 삼성SDS 등의 기업은 부조종사를 뜻하는 AI 코파일럿 기능을 선보였고, 현재 많은 기업에서 법률, 교육, 제조, 농업 등 각 분야에 특화된 AI 비서를 출시하고 있다.
AI 비서는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자료 관리, 일정 체크 등 단순한 일 외에도 창작, 분석, 요약 등 복잡한 업무까지 가능하다. 필요한 자료를 찾아주거나 사용자가 놓친 메일이나 정보를 되새김해주는 것을 넘어 메일 작성, 이미지·동영상 생성 등도 할 수 있다. 기존 AI 비서가 인턴 정도의 수준이었다면, 이젠 경력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력직 직원을 채용하고 있지 못하는 기업은 많다. 글로벌 고객관리체계(CRM) 기업 세일즈포스의 캐롤라인 셔먼(Caroline Sherman) 제품관리 부사장은 기자와 만나 “기업 직원 70%가 AI는 물론 데이터도 활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세일즈포스는 2016년 자체 AI인 ‘아인슈타인’을 개발해 고객 접점에서 활용해왔다. 고객 업무를 지원하는 AI를 2016년부터 제공하며 기술을 고도화했다. AI 원료인 데이터를 잘 활용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 플랫폼 ‘태블로’를 인수하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현재 생성형 AI 기술과 결합돼 ‘아인슈타인 코파일럿’으로 진화한 상태다. 그렇다면 이러한 AI 비서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캐롤라인 셔먼은 이 같은 AI를 업무 비서로 잘 활용하기 위해선 AI에 대한 두려움과 무지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AI가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는 문제에 갇혀있지 말고,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이 두려움을 느꼈지만, 지금은 유용한 도구가 됐듯 AI도 도구적인 측면으로 바라봐야 AI 혁신을 이룰 수 있단 설명이다. 그는 이를 위해 AI 공급사는 사용자들이 간편하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캐롤라인 셔먼은 세일즈포스에서 제품관리 부사장으로 일하며 AI와 데이터 분석 도구의 신제품 출시를 주도하고 있다. 아인슈타인 코파일럿이나 태블로 제품 등을 담당했다. 그와 자세한 얘기를 나눠봤다.
- 많은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하면서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이 증가한 것 같다. 실제론 어떤가.
“많은 기업이 디지털화를 시도해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 회사에서 70% 직원이 일상 업무에서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거나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없는 영향이 크다. 데이터가 있어도 활용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 직원들이 데이터를 잘 활용하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기본적으로 회사 직원들은 바쁘다. 이들에게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오라는 것은 오히려 업무에 부정 영향을 가져온다. 데이터 활용에 반감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업무 능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꼭 필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선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쁜 직원들이 별도로 교육받지 않고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해야 하고, 이를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걸 쉽게 체감시켜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데이터 활용에 대한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 업무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데이터 활용이 어렵다. 스마트 워치나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많아지면서 건강 데이터는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하진 못한다. 방법이 없나.
“그래서 AI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아진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에게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때론 조언해주는 AI 기술이 발전해야 하고 또 사용돼야 한다. 지금 AI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큰 편이다. 사람의 업무를 대체할 것이냐와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이 문제가 아니다. 사람은 나름대로 높은 가치관을 갖고 AI로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만 훈련된 존재가 아니다. 사람은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AI는 이론상 기존 정보만을 학습한다. 예를 들어 한 금융 업계에서 대출 심사를 위해 AI를 사용하려고 할 때 사람이 과거에 가졌던 편견과 AI가 같은 편견이 있었음을 알고 있고, 이를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미 사람은 AI 한계를 알고 이를 보완하는 노력까지 하는 것이다. AI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사람을 대체할 것이란 두려움을 갖지 말고 적극 사용하는 것이 데이터 활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AI를 두려워하지 말고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는 뜻으로 들린다. 하지만 AI 윤리나 신뢰성 문제도 지속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다.
“정보 전달 측면에서 팩스는 훌륭한 도구였다. 빠르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인터넷을 활용한 이메일이 등장했다. 이후 정말 압도적인 양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사람들은 ‘내가 이 버튼을 클릭하면 컴퓨터를 사용하는 다른 사람이 이 정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압도적이고 무서운 개념이었다. 또 사람들은 인터넷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거짓된 정보가 많고 신뢰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돌이켜 생각해보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터넷과 이메일은 사람들의 업무에 힘을 실어주는 도구가 됐을 뿐이다. 그리고 그 흐름을 AI가 이어가고 있다. AI는 우리의 직장 생활을 의미 있게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또 다른 혁신이 될 것이다.”
- 세일즈포스가 인수한 태블로는 데이터 분석 플랫폼으로 알고 있다. 이 도구는 어떤가.
“태블로는 사용자의 데이터 활용을 돕기 위해 크게 두 가지 혁신을 하고 있다. 하나는 ‘태블로 펄스’이고, 다른 하나는 ‘아인슈타인 코파일럿’이다. 태블로 펄스는 비즈니스 사용자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또 다른 데이터 분석가라고 봐도 된다. 회사의 비즈니스를 분석해 활용 가치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아인슈타인 코파일럿은 사용자가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축한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새로운 정보를 생성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사용자는 이 기능을 통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권장 사항 등을 요청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 활용 사례를 이해하기 쉽게 예시를 들어줄 수 있나.
“태블로 펄스의 장점은 가장 중요한 지표와 해당 지표에 대한 인사이트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지표가 변화하면 즉시 이를 인지할 수 있고, 원인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 성공 관리부서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부서의 한 팀엔 업무가 몰려 있다. 고객 응대 전화가 많고 직원들이 바빠 고객에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 반면 다른 팀은 상대적으로 한가하다. 태블로는 이러한 업무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효율적으로 업무를 분배하는 지표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고객은 오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서비스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서비스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각 업무에 데이터를 쉽게 분석할 수 있으면 업무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 AI인 아인슈타인 코파일럿은 어떤가.
“AI가 비즈니스에 활용되는 가장 큰 장점은 업무 시간 단축이다. 아인슈타인 코파일럿은 직원을 보조해 업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태블로 내에서 아인슈타인 코파일럿을 사용하면 식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이터를 빠르게 살펴볼 수 있다. 생성형 AI 기능이 탑재된 아인슈타인에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돼서다. 또 데이터를 토대로 차트를 만들거나 흥미로운 시각 자료도 만들 수 있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차트를 여러 개 만들어 사용자에게 추천한다. 태블로를 이용하면 데이터 식별, 분석, 이를 통한 시각화 자료 생성 등이 모두 가능한 것이다.”
- 최근 시장을 보니 대기업들은 이러한 시스템이 정착된 것 같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아직 데이터 활용을 못 하는 곳이 많다. 이들이 데이터와 AI를 잘 활용할 방법은 무엇일까.
“비즈니스 성공의 원동력이 되는 우선순위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소규모 기업은 여분의 칼로리가 없다. 무언가를 시도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우선순위를 엄격하게 정하고 규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선 AI가 영향을 미칠 요소가 더 크다. 한 예로 어제 독일의 한 대형 유통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얘기를 나눴는데, 이 기업은 태블로 펄스의 고객이었다. 이들은 펄스를 통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와 B2B(기업간 거래) 비즈니스 이익을 지속 살펴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실질적인 수익 분석이 가능해 명확한 비즈니스 우선순위를 세웠다고 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결정이다. B2B 관계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지, B2C 관계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지 정해야 한다. 기업들의 투자 방향은 점점 이렇게 바뀌고 있다. 그리고 태블로 펄스는 그들이 비즈니스에서 어디에 투자할지에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선 데이터 신뢰성도 중요할 것 같다. 이러한 노력도 하고 있나.
“물론이다. 우리가 태블로 펄스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능 중 하나는 요약이다. 중요한 데이터들을 요약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대형언어모델(LLM)을 활용하고자 한다. LLM을 활용할 땐 데이터를 보호해야 한다. 데이터 신뢰성뿐 아니라 보안 문제도 살펴야 한다. 유출되지 않아야 하고 손상돼서도 안 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아인슈타인 보안 게이트웨이를 활용하고 있다. 보안 게이트웨이에서 프롬프트를 보낼 때 영업팀 외부에 저장되는 데이터는 항상 영업팀 내부에 남아 있고 다른 곳에는 아무것도 보존되지 않도록 한다. 고객에게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가 노력하는 일 중 하나다.
- 태블로란 도구를 이용하면 데이터와 AI를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언제 출시되나.
“아인슈타인과 결합한 기술은 내년 상반기 시험 운영할 예정이고, 태블로 펄스의 경우 비슷한 시기에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지금 태블로 펄스에 대한 초기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