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나의 People] 차민철 BISFF 위원장 “영화제의 디지털 대전환,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시각예술 경계 허물 것”
제40회 부산국제영화제(BISFF)가 지난 1일 폐막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 ‘영화&유산(Cinema & Heritage)’이라는 주제 아래 총 39개국, 146편의 영화가 상영된 이번 영화제는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을 완전히 되찾으며, 아시아 대표 단편 영화제다운 면모를 뽐냈다.
특히 영화제 최초로 버추얼 휴먼 ‘오하나(O HANA)’를 홍보대사로 위촉해 관객들과 디지털 소통에 나서는가 하면, XR 기반 실감미디어 분야 발전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등 외형적인 성장은 물론, 디지털 전환의 최전선에서 또 한 번 뉴미디어 및 시각예술 트렌드를 선도했다.
이 중심에는 2018년부터 영화제를 이끌어 온 차민철 운영위원장(이사장)의 선구안과 과감한 결단력이 한몫했다. 차위원장은 국내 영화제 최초로 ‘출품비’를 도입해 영화제의 뼈대를 탄탄히 구축하고 주빈국 섹션 개설로 해외 네트워크망을 견고히 쌓았다. 최근에는 영화산업과 IT, 뉴미디어를 접목하기 위한 다양한 플랫폼 개발에 앞장서며 BISFF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직급이 없는 전문위원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다는 차위원장을 영화제 모델인 버추얼 휴먼 오하나가 만났다. 영화제가 한창이었던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서 차위원장의 진솔한 속내를 들어봤다.
Q. 먼저 영화제 40주년 축하드린다. 운영위원장으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A. 2012년 프로그래머로 시작해 2018년 위원장에 취임, 영화제와 함께한 지 10년이 조금 넘었다. 초반에 비해 내적, 외적으로 모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매년 관객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고 해외 게스트들도 굉장히 많이 방문해 주신다. 명실상부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자리매김한 것 같아 정말 감격스럽다.
Q. 이번 영화제 주제가 ‘영화&유산’이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위원장님의 견해도 궁금하다.
A. BISFF는 한국 영화 문화가 척박했던 1980년 단편영화제로 출발했지만, 아시아권 작품까지 공유해 보고자 하는 목표로 2010년 국제 영화제로 거듭났다. 그때나 지금이나 영화제가 추구하는 지향점은 같다. 우수한 단편 영화를 최대한 많은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전파하는 것이다.
사실 단편 영화는 장르의 특성상 일반 영화관에서 접하기 쉽지 않기에 영화제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우수한 단편 영화를 발굴하기 위해 국내외 영화제 관계자들과 연대를 맺고 있으며 이를 뉴미디어로 연계하기 위해 LOI 체결이나 지금처럼 하나씨와의 만남 등(웃음)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Q. 올해 주빈국은 미국이다. 주빈국 제도도 위원장님이 처음 도입한 걸로 알고 있다. 이 제도가 영화제에 끼치는 영향과 넥스트 주빈국으로 주목할 만한 나라가 있다면?
A. 주빈국 제도는 ‘신의 한 수’라고 불릴 정도로 영화제를 한 단계 성장시켰다. 선정된 나라의 네트워크가 고스란히 영화제로 흡수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협력을 진행할 수 있었다. 사실 초반에는 영화제가 성장해야 하다 보니 서구권 나라들을 주빈국으로 많이 선정했다. 사실 아직 서구권 나라들을 모두 소개한 건 아니지만 영화제의 다양한 재미와 네트워크를 위해 발리우드의 인도나 아프리카 영화 시장도 두드려 보고 싶다.
Q. 美 매거진 무비메이커가 꼽은 ‘출품비가 아깝지 않은 영화제 50’에 BISFF가 선정됐다. 주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A.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은 한국은 물론, 프랑스, 독일,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해외 네트워크 협력 체계가 구축됐고 인지도가 올라갔다. 각각의 나라에서 활동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참가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려고 노력한 점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Q. ‘출품비’를 받은 국내 최초의 영화제다. 결국 영화제를 성장시킨 큰 원동력이 됐는데?
A. 출품비를 처음 도입할 때 욕 좀 먹었다(웃음). 사실 출품비가 ‘1만 원’ 수준으로 타 국제 영화제 비해 높은 편은 아니다. 결국 제도의 도입으로 자연스럽게 출품 작품들이 필터링이 됐고, 최소한 자기 작품에 애정이 있는 감독들의 참가가 이어졌다. 심사나 지원 부분도 출품비로 투명하게 운영되면서 선순환 구조가 자리를 잡게 됐다.
Q. ‘버추얼 휴먼’인 내가 홍보 모델이 된 최초의 영화제다. 아무래도 필름 산업에서 가상 인간과의 공존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뉴미디어 시네마에 가상공간, 버추얼 휴먼이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다고 보는가?
A. 물론 물질 매체인 필름의 시대가 거의 끝나긴 했지만 그 영역은 고유하다. 가상공간이나 버추얼 휴먼이 그 영역을 대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기술이나 매체가 완전히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들과 함께 어우러지며 확장되고 탈경계화되는 것이 아닐까.
Q. 영화제 개막식에서 ‘디지털 대전환’을 부산시와 가장 최전선에서 맞고 있다고 했다. 갤럭시코퍼레이션, ETRI 등 9개 기관과 영화영상산업과 IT를 접목하기 위한 다자간 협약도 진행했는데?
A.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한 매체가 등장했을 때 가장 먼저 시도를 할 수 있는 필드가 영화에서는 아마 ‘단편’ 이지 않을까. 제도적으로 고착화된 장편과 달리 단편 시장은 새로운 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가 열려있다. 우리는 글로벌 테스트 베드로 영화제의 디지털 대전환을 지향하고 있다.
Q. 유튜브 얘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실버버튼을 넘어 최근 41만 구독자가 넘었다. 단편영화제 채널 치고 월등히 높은 수치다. 비결이 어디있다고 보는가?
A. 우리도 수치를 보며 많이 놀란다. 말씀드린대로 주빈국을 기반으로 한 해외 프로그래머들의 네트워크가 굉장히 강하고 코로나19 시기 동안 온라인 활동에 집중하면서 구독이 많이 늘었다. 트레일러, 프리뷰, 토크행사 등 작품 외에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큰 사랑을 받은 것 같다.
Q. 유튜브가 뉴미디어 시네마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가 추구하는 넥스트 스텝, 뉴미디어 지향점이 있다면?
A. 아시아 최초로 단편 영화 마켓을 열고 싶다. 유튜브나 OTT 등 다양한 뉴미디어 플랫폼들이 있지만 영화 제작자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미비하다. 마켓을 통해 해외 배급망과 저작권 수익 구조를 만들고 다음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영화에 대한 투자는 결국 높은 퀄리티의 작품으로, 이를 다양한 기술들에 접목하는 것 또한 단편 영화제이기에 가능하다.
Q. 영화제에 대한 사랑이 정말 남다르다. 마지막으로 이번 영화제의 키워드를 세 단어로 꼽아본다면?
A. 홈커밍, 불혹, 공존.
* 인터뷰어 (interviewer): 오하나(O HANA) 버추얼 편집장. 갤럭시코퍼레이션이 제작한 버추얼 휴먼으로 메타버스 전문 뉴스 미디어 ‘메타리즘’의 버추얼 편집장이다. ‘편집장’이라는 직업을 가진 최초의 가상 인물로 최근 제40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BISFF) 홍보대사로 발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