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제 생각을 많이 담았던 20대…열어둔 30대" [인터뷰]
"30대는 이제 막 시작이라 저도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20대 때는 하고 싶은 이야기나, 제 생각을 많이 담고 주도권을 잡기도 한 것 같아요. 그런데 30대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어떤 질문을 해도 또박또박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가 다큐멘터리 PD 소민 역으로 열연한 영화 '드림'에 대해 아이유는 "참여한 사람의 입장으로 보기에, 또박또박 모두의 진심을 담아 만든 영화"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역시 또박또박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나의 아저씨'를 마치고, 영화 '브로커' 촬영에 돌입하기 전, 사연이 없는 역을 해보고 싶어 선택한 영화 '드림'에서 그는 "열정을 페이에 맞추게 된" PD 소민 역을 맡아,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하는 홈리스 국가대표 선수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막상 사연이 없다 보니, 만들고 있더라고요. (웃음) '이래서 이럴 것이다'라고 전사를 만들고 있는 저를 보고, 또 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소민이는 본인 입으로 열정이 없다고 하잖아요. 예전에는 아마도 굉장히 열정적인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열정적이고, 정도 많고, 욱하기도 하고, 주변 챙기는 것도 좋아하는데, 사회 초년생일 때 부정을 당하고 상처를 받은 거죠. 그런데 홍대(박서준)와 홈리스 축구팀을 만나며 후천적으로 물러서게 한 열정이 어쩔 수 없이 다시 튀어나오게 되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큐멘터리 PD 역을 맡아 나름의 준비도 있었다. 과거 야외 버라이어티를 촬영할 때 PD님들을 떠올렸다. 그렇게 소민이의 겉모습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야외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할 때, 편한 복장에 수건, 땀복이나 팔토시를 하고 계셨던 게 떠올렸어요. 그 말씀을 드리니 감독님께서도 좋아하시면서 아이디어가 반영됐어요. 또, 옷 스타일도 꾸밈없이 비슷한 스타일이면 어떨까 싶었고요. 대본에는 제가 경기 중 PD로서 하는 행동이 언급되어 있지 않았는데요. 이해운 선배님과 저희끼리 애드리브를 짜기도 했어요. '제가 선배님께 저쪽을 손짓하면 뛰어가실래요?'라고요."
'드림'은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촬영 기간이 길어졌다. 아이유는 '브로커'보다 전에 '드림'의 촬영에 들어갔지만, '브로커'를 마친 후에도 '드림'의 촬영에 임했다. 소민('드림')이었고, 소영('브로커')이었다가, 다시 소민('드림')이 됐다. 아이유는 "극과 극 캐릭터라서 다시 몰입하기 쉬웠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소민이를 연기할 때는 계속 하이톤으로 이야기하게 되고, 오히려 좋더라고요. 밝고 단순하다 보니, 자기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저는 소영이보다는 소민이에 가깝지 않을까 싶어요. 소영이랑은 가깝다기보다, 이해되고 연민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거죠. 소민이랑 가까운 것 같아요."
아이유는 영화 '극한직업', 드라마 '멜로가 체질' 등의 작품으로 '말맛의 달인'이라 불리는 이병헌 감독과의 작업이 궁금했다. 그리고 이병헌 감독은 아이유에게 "평소보다 2배 이상 빠르게 말하면 좋겠다"라는 디렉션을 줬다. 말을 한 순간도 쉬지 않으면서 잔 동작을 계속 이어가는 소민과 홍대의 어수선한 첫 만남은 그렇게 탄생했다.
"대본만 읽어도 아주 재미있었어요. 이병헌 감독님 특유의 톤이 들리는 것 같았어요. 막상 감독님 입에서 대사가 나올 때 '아, 저게 100점짜리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이 100% 구현하고자 한 건, 저 멜로디, 저 템포구나'라고요. 나중에 (박)서준 씨 이야기를 듣고 나니, (박)서준 씨도 감독님 말투를 많이 참고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저 역시도 감독님 자체가 레퍼런스 였던 것 같아요."
박서준과는 대화의 기회가 많이 없었다. '드림' 속 홍대와 소민이 절친한 사이이기보다는 서로 견제하는 긴장감이 느껴지길 바랐던 이유도 있었다. 아이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앙숙 같은 관계라서 이 텐션을 유지해도 되겠다는 서로의 암묵적으로 그런게 있지 않았나"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부터 음악, 그리고 유튜브 채널 '이지금 [IU Official]'까지 아이유는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쉬는 시간이 1초도 없을 것 같은 행보에 아이유는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각각의 일로 충전이 되는 것 같아요"라고 답변을 시작했다.
"지금 앨범을 안 낸 지 1년이 넘었거든요. 그 사이에 연기를 하면서 충전이 된 것 같아요. 상호작용이 되는 게 커요. 음악을 할 때는 제가 프로듀싱을 하기도 하고 제 생각이 많이 투영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많은 스태프들이 저만 바라보고 있을 때가 많아요. '이건 어떻게 할까' 질문을 많이 받는 편인데, 촬영 현장에 가면 제가 감독님, 작가님, 동료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편이에요. 그 상호작용이 좋은 것 같아요. 마음의 안정감도 다른 것 같고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수익 중 일부를 기부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이 무려 45억 원에 달하는 아이유는 자신의 영향력에 부담감은 없다. "그리고 만약 그게 어느 정도 부담이 된다면, 저에게 이로운 부담이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덧붙이는 아이유다.
"정말 제가 원하는 건 아닌데요. 가끔 도움을 받으시는 분 중 편지를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편지를 보면, 되게 이상한 마음이 들어요.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아는 사이는 아닌데, 제가 드린 도움이 실제로 도움이 됐다고 하는 게요. 이것도 인연이다 싶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힘이 닿는 데까지 기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시간이 흐르며 아이유도 30대에 접어들었다. 10대부터 활동을 이어온 아이유는 30대에는 '어떻게'라는 틀을 두지 않을 계획이다.
"20대 때는 제가 전반적으로 프로듀싱을 많이 했는데, 30대 때는 프로듀싱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안 해본 것 중에 시도할 것들을 고민하고 있어요. 유동적으로 그때그때 생각을 담아내고 싶어요. 앨범도 딱 정해놓고 작업하지는 않거든요. 30대 때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작품이 저를 찾아오는 시기나, 제가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는 시기를 예상할 수 없거든요. 흘러가는 대로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 팬층이 다양해요.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팬, 연기를 좋아해 주시는 팬 어느 쪽도 섭섭하지 않게 균형을 잘 맞추고 싶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