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숙제를 잘 풀어낸 이재욱, '환혼'으로 입증한 가능성
스스로를 '도전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배우가 있다. 데뷔 4년 차. 아직 뜨거운 열정으로 연기에 임하고 있는 배우 이재욱이다. 이재욱은 지난 1년여간 드라마 '환혼'을 위해 온 정신을 쏟아부었다. 사극 현장도 처음인데다 한국에서는 잘 다루지 않던 무협 장르를 소화해야 했다. 파트1과 2를 통틀어 30부작 분량을 이끄는 주인공이었다. 아직 작품 경험이 많지 않은 터라 부담스러운 자리였지만, 이재욱은 도전했고 성장했다.
드라마 '환혼: 빛과 그림자' 종영을 앞두고, 이재욱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작품으로 매체 인터뷰는 처음이라 긴장했다고 말한 이재욱은 '환혼'이 큰 사랑을 받은 덕 같다며 기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은 게 오랜만이다. 댓글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뭐 하나 거를 것 없이 감사한 말들이라 너무나 감사했다. 시즌3 해달라는 반응도 있더라. 예상은 못 했다. 로맨스 판타지 활극이라는 그동안 시청자분들이 봐오지 못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여드렸고,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던 작품이다."
이재욱이 맡은 장욱은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이다. 출생의 비밀을 가진 인물이자, 사랑하는 연인에게 살해당하고, 부활하고, 그럼에도 연인을 사모한다. 세상이 자신의 앞길을 막는 일이 계속 벌어져도 장욱은 기꺼이 고난을 마주하고 이겨낸다. 그 일련의 과정을 오롯이 소화해낸 이재욱이다.
"장욱은 굉장히 애 같은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나라 전체가 나에게 하지 말라고 하는데, 매를 맞으면서까지 기문을 풀고 싶어 하지 않나. 심리적인 마음과 결핍 때문에 어린아이 같은, 그런 욕심이 있는 캐릭터였다."
"욱이 자체는 저와 비슷한 면이 굉장히 많았다. 소신이 있고 자신감이 넘치는, 언제든지 뭐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점이 비슷하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사는 게 공감이 됐다. 하나를 콕 집어서 '난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친구들을 만날 때를 생각하면 저는 그렇게 심각한 사람은 아니다. 유하고 장난기도 많다."
'환혼'은 판타리 로맨스 활극을 표방한 무협이다. 한국에선 잘 시도하지 않는 장르지만 상상 속의 시대를 배경으로 했기에 신선한 재미를 줬다. 하지만 장르적 편견 때문에 극초반에는 중국풍 사극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이재욱은 작품적으로나 캐릭터적으로나 중국 무협을 따라 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저도 무협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환혼'을 하면서 참고한 작품은 단 한 개도 없다. 저는 우리 작품이 무협보다는 '판타지 로맨스 활극'이 더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의상과 전통 가옥들을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제가 해야 할 건 캐릭터 적인 성향을 잘 그려내는 것뿐이었다. 작품 전체적으로 중국의 무협을 오마주 해서 표현한 건 아니다."
술사들의 이야기인 만큼 CG는 떼려야 뗄 수 없었다. 액션도 처음이거니와 대부분의 액션신은 전부 CG였으니 촬영 전부터 준비할 게 많았다. 연습을 했어도 실전은 달랐다. 감정 연기에 CG 액션까지 곁들여야 했기에 현장에서 여러 시도를 거칠 수밖에 없었다.
"무술 연습은 작품 들어가기 3개월 전부터 많은 시간을 들여 연습했다. CG 작업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는 작품을 처음 도전하는 거라 물리적으로 저에게 가해지는 자극이 없어서 상상하며 연기하는 게 어렵기도 했다. 다행히 CG팀과 무술팀이 잘 만들어주신 것 같다."
"4부에 세자와 대결하는 신이 있었다. 제 팔이 통제가 안 되는 장면이었는데 와이어를 팔에 걸어서 찍어야 할지, CG로 해야 할지, 현장에서도 여러 이슈가 있었다. 그래서 그냥 '제가 해보겠습니다'하고 찍었던 신이다. 하다가 중간에 (합이 맞지 않아) 맞기도 했는데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고 재밌었다. 이렇게 구현이 될 수도 있구나 싶었던 순간이었다."
파트1 마지막, 장욱은 정신을 조종당한 연인 낙수에게 살해당한다. 이후 낙수가 실종되고 장욱은 얼음돌의 힘으로 부활한다. 파트2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이야기를 다뤘다. 그동안 장욱은 연인을 잃은 사무치는 그리움에 살았다. 극 중으로는 3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실제 촬영은 일주일여 여유가 있었을 뿐이다. 이재욱은 이 짧은 시간 동안 장욱의 3년 서사를 다 담아내야 했다.
"파트가 넘어가면서 외형적으로도 살을 굉장히 많이 뺐다. 바빠서 제 생각보다도 더 빠진 것도 있지만, 욱이가 사연을 가진 남자 주인공이라 살이 포동포동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파트 1과 2 촬영 사이에 일주일 정도 시간 여유가 있었는데 거의 먹지 않았다."
"파트1에서 욱이는 잔망스럽고 모든 것을 유하게 넘기려는 특징이 있다면, 2에서는 단호하고 철저하게 본인의 틀 안에서 무언가를 해내려고 한다. 파트2 촬영에 들어가면서는 현장에서도 장난스러운 말투를 안 쓰려고 노력했다. 스스로도 무뚝뚝하고 딱딱하게 말투를 바꾸면서 톤을 잡았다."
'환혼'은 촬영 초반부터 배우 교체라는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여주인공 '무덕(진부연)' 역에 낙점된 신예 박혜은이 촬영 초반 하차를 결정했고 그 자리를 정소민이 채웠다. 정소민은 낙수가 환혼한 '무덕' 역을 맡아 두 인물을 오가는 연기를 능숙하게 소화했다. 하지만 파트1 말미, 장욱을 죽인 후 경천대호에 몸을 던진 낙수는 무덕의 몸과 기억을 잃은 채 본체 낙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 때문에 파트2에선 기존 '낙수' 역의 고윤정이 여주인공 자리를 소화해야 했다. 상대 배우 교체라는 난관을 두 번이나 겪은 이재욱은 당시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에 대해서 (제작진으로부터)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는 못했다. 그냥 연기하는 데 있어서 무덕이와 낙수를 떠나, 저는 아예 모르는 인물과 사랑에 빠진다고 생각했다. 시청자분들이 봐주시기에는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연기하는 당사자 입장에선 그리 혼란스럽지 않았다. 시즌2 들어가기 전에 (고)윤정 누나랑 리딩도 많이 하고, 저는 장욱 캐릭터를 잘 구현하려고 했다."
"우선 소민 선배는 작품을 저보다 훨씬 많이 한 선배님이시지 않나. 현장에서도 아주 노련하신 분이다. 윤정 누나는 신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현장에서 침체돼 있을 때가 있는데 (누나가) 저렇게 웃으니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밝아졌다. 연기적으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성격적인 부분에서도 많이 배웠다. 이번 현장에서는 유독 많이 배운 것 같다."
'환혼'을 마친 이재욱은 숙제를 잘 풀어낸 학생의 마음이었나 보다. 그는 30부작에 달하는 작품을 무사히 끝낸 안도감 속에서 사람 이재욱을 채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긴 시간 달려왔으니 다시 에너지를 채우고 나아갈 때다. 올해는 아시아 투어 팬미팅을 시작으로 더 활발한 행보를 예고했다.
"기존에 제가 연기한 모습과는 많이 다른 캐릭터를 구현해야 한다는 게, 배우로서 하나의 도전이었다. 도전의 성과가 어떻든지 간에 배우 이재욱으로서는 한 단계 성장했다고 하고 싶다."
"저는 올해도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할 거고, 계속 도전하고 싶다. 어떤 작품을 선택하기보다는 제가 잘 할 수 있고, 재밌고, 새로운 도전이 되겠다 싶은 걸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