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중심’ 될까? 신한EZ손보·카카오페이손보, 디지털 보험업 후발주자 출격
다양한 산업이 비대면으로 전환하며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보험 시장에서도 ‘디지털 보험업’이 점점 확장하는 모양새다.
국내 최초의 디지털 보험사는 2019년 설립한 캐롯손해보험이다. 보험업법상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로 분류되는 디지털 보험사의 가장 큰 특징은 비대면 채널을 통한 영업으로, 총 보험 계약 건수 및 수입 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 우편, 온라인 등 통신수단을 이용해 사용자를 모집해야 한다.
이러한 특징은 디지털 문화가 익숙한 MZ세대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특히 디지털 보험사의 주력 상품인 미니보험은 기존 장기보장성보험상품보다 부담이 적고 가입이 쉬워, 보험의 필요성을 느끼되 가입에는 부담을 느끼던 잠재 고객의 니즈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이에 디지털 보험산업은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다만 그간의 국내 디지털 보험사는 낮은 수익성의 한계에 부딪히며 연이은 적자를 겪고 있어, 보다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신한EZ손보·카카오페이손보가 디지털 손해보험사로서 첫걸음을 뗐다. 이에 양사가 디지털 보험업계의 한계를 뛰어넘고 새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한금융·카카오 등에 업고 디지털 손해보험 시장 ‘출격’
지난 7월에는 신한금융의 16번째 자회사인 신한EZ손보가 출범했다. 신한금융지주가 BNP파리바 카디프손보를 인수해 출범한 신한EZ손보는 ‘더 쉽고 편안한, 더 새로운 금융’을 비전으로 새롭게 시작하고자 ‘EZ(easy)’라는 단어를 사명에 담았다. 10월에는 카카오 계열 손해보험사인 카카오페이손보가 출범해 ‘함께하는 금융안심보험(금융안심보험)’을 첫 상품으로 선보였다.
신한EZ손보·카카오페이손보의 공통적인 사업 비전은 ‘일상과 함께하는 보험’이다. 강병관 신한EZ손보 사장은 출범식을 통해 “신한EZ손해보험은 고객의 실생활과 금융을 보다 쉽고 빠르게 연결하는 일상생활 리스크 관리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페이손보도 ‘일상 속 위험에서 사용자를 보호하는 생활밀착형 보험’을 선보일 것을 예고했다.
양사가 각각 신한금융과 카카오라는 거대한 기업을 등에 업고 출범한 만큼, 보험업계에서는 막대한 파급력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향후 혁신적인 상품을 선보이지 않는 한, 해당 업계에서 큰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디지털보험사가 주력으로 취급하는 미니보험(소액단기보험)의 수익성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니보험은 대부분 일회성이거나 가입 기간이 1~3년 이내로 짧으며, 보험료도 저렴하다. 아직은 소비자 중 다수가 보험 상담·가입 시 대면 형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도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디지털 손해보험 업계 선발주자로 불리는 캐롯손보와 하나손보가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이런 의견에 힘이 실린다. 캐롯손보는 올해 상반기 약 332억 원, 하나손보는 약 12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디지털 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도 약 67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한계 극복 위한 ‘무기’ 찾아야
신한EZ손보와 카카오페이손보가 앞으로 어떤 상품을 선보이게 될 지는 미지수이나, 디지털 보험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획기적인 영업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출범과 동시에 ‘함께하는 금융안심보험(금융안심보험)’을 첫 상품으로 선보였다. 이 상품은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보이스피싱·메신저피싱·중고거래 사기 등 온라인 금융 범죄를 대비할 수 있는 단체보험으로, 연내 개인보험 출시도 예정하고 있다. 혁신이나 신선함보다는 사회적 책임에 초점을 맞춘 모양새다. 출시 이후에는 아름다운재단과 협약을 통해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보험 기부를 시작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ESG 경영을 실천한다’라는 방침을 전하기도 했다.
신한EZ손보는 아직 이렇다 할 상품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현재 자동차 신용보험인 '행복두배대출상환보험'을 판매하고 있지만, 해당 상품은 이전의 카디프손보 상품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으로 신한EZ손보의 자체 개발 상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업계에서는 향후 신한EZ손보·카카오페이손보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결국 장기보장성상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다수다. 카카오페이손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질문에 “정해진 것은 없지만, 아직 장기보장성상품 출시를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라며, “현재로서는 수익성에 집중하기보다 사용자 확보를 위한 접근성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또한 디지털보험업 전망에 대해 “비대면에 적합한 보험상품과 그에 맞는 디지털보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클 것”이라며, “카카오페이손보는 사용자에게 접근성 높은 생활밀착형 보험을 우선 선보이며 국내 디지털보험 산업의 경쟁과 혁신에 기여하고 싶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