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진구, 사랑? "그 순간이 찾아온다면, 다르게 행동해봐야지…"
"잊으라 하였느냐"라는 어린 여진구의 말이 수많은 여심을 사로잡던 때가 있었다. 그런 여진구가 훌쩍 성장해서 1999년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랑은 그를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한다. 20대에 청춘 로맨스 영화 한 편을 소원으로 말하던 여진구의 사랑이 영화 '동감'에 담겼다.
영화 '동감'은 2000년 개봉한 작품을 22년이 흐른 지금,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무전기를 통해 1999년의 용(여진구)과 2022년의 무늬(조이현)이 소통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담겼다. 한국 대학교 캠퍼스를 누비는 두 사람에게는 모두 사랑이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도 있다.
여진구는 평소 누군가 하고 싶은 장르를 물으면 1초의 틈도 없이 "청춘 로맨스요"라고 답해왔다. 그런 마음을 영화 '동감'을 통해 이루게 됐다. 그는 "로맨스는 불러만 주시면 할 수 있지만, 제가 20대 때, 제 작품 목록에 청춘 로맨스라는 장르를 남기고 싶었어요. 제가 진짜 좋아하던 작품인데요. 리메이크하게 돼 너무 행복하죠"라고 소감을 밝혔다.
2000년 판 '동감'은 미래에 있는 지인(유지태)이 과거에 있는 소은(김하늘)과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게 되지만, 2022년 판 '동감'에서는 성별의 시간 설정이 뒤바뀐다. 여진구는 "남녀의 성별이 바뀐 것도 있지만, '99년과 22년에 사는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눌까'를 눈여겨봤거든요"라고 원작과의 다른 지점에 대해 말한다.
"스토리 자체에 힘이 있잖아요. 그러면서도 '사랑과 꿈'에 대해 다루고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저는 22년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무늬(조이현)과 같은 생각이 있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잖아요. 그때부터 하고 싶은 걸 찾기도 했고요. 감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일과 사랑,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런데 저는 '일'을 선택했으니, '사랑'은 접어두고 일만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동감'의 말미 '무늬'의 발표가 제 마음을 움직였어요. 용이가 사랑하는 모습이 '사랑할 때 제 모습이 이랬으면 좋겠다' 싶은 낭만이 있기도 했고요. 그래서 '동감'이 저에게 주는 영향이 좀 있어요.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용은 우연히 자신의 미래를 알게 되고,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여진구는 "처음 용이를 설정할 때, 자신의 미래나 진로에 확실한 사람이라기보다, 친구나 취업률을 따라 과를 옮기기도 하는 그냥 보통의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라며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용이가 처음 자신의 마음을 확신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난 거잖아요. 눈이 멀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럴 수 있다고요. 그런데 우정과 연결이 되면, 정말 혼란스러울 것 같았어요.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감정이 터지는 순간들을 표현할 때, 그 정도에 대해서도 고민했고요. 답을 정하지 않고 여러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며 생각했어요. 관객이 2시간 동안 몰입하게 할 수 있도록, 편집된 장면들도 많이 있어요. 원래 용과 무늬가 믿기까지도, 한솔(김혜윤)과 용의 데이트 장면도 좀 더 있었거든요. 그런데 회의를 거쳐 편집된 장면들이 있어요. 감독판이 절실합니다. (웃음)"
앞서 여진구는 용이에게서 자기 모습이 너무 많이 보여 염려되기도 했다고 했다. 어떤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한 걸까.
"평소 제가 한 가지에 꽂히면 그것에 열중을 하는 편이에요.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면, 다 같이 먹자고 데리고 가기도 하고요. 용이가 사랑을 향해 무모하게 돌진하는 모습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제 주변 친구들이 저보고 '속도 좀 줄여, 천천히 해'라고 했던 말도 생각나고요. 또, 용이가 현실을 사는 편안한 모습이다 보니, 저도 모르게 너무 편하게 크게 웃고. 그래서 좀 걱정이 됐어요. '관객들이 놀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들고, '입이 이렇게 큰 줄 아셨을까' 싶더라고요. 건치라서 괜찮은데요. (웃음)"
용이를 표현하는데, 무늬의 역할이 컸다. 시간의 차이로 만날 수 없는 두 사람은 목소리로만 다양한 감정을 주고 받아야 했다. 그리고 그 감정은 '동감'을 보는 관객에게까지 닿아야 했다. 그래서 여진구와 조이현은 현장에 있었다. 목소리 녹음이 아닌, 여진구가 촬영할 때는 조이현이 있어 줬고, 조이현의 촬영 때는 여진구가 있어 줬다.
"대화하는 느낌을 현장에서도 가지고 가는 게 중요할 것 같았어요. 서로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틀어줘도 되지만, 저도 그렇고, (조)이현 씨도 그렇고 세트 촬영할 때는 다 같이 하니까요. 자신의 촬영이 아니더라도, 현장에 와서 같이 대화하며 촬영했어요. 그때도 '이런 방식이 훨씬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이렇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995년 학번인 용이는 사실 여진구의 엄마와 나이가 같다. 여진구는 용이를 준비하면서 엄마에게 여러 가지 물어보기도 했다. 여진구는 "그때 엄마, 아빠는 저 키우시느라 육아로 바쁘셔서 그 당시의 패션이나 문화를 잘 모르시더라고요"라고 웃으며 이야기를 전한다.
"원작인 영화 '동감'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제가 90년대와 2000년대 한국 영화에 빠져있던 시기에 봤었거든요. 90년대 방송이나 이런 자료들이 아카이빙이 잘 되어있어서 찾아보기가 편하더라고요. 가장 문제는 옷이 너무 예쁘다는 점이었어요. 요즘에 유행하는 스타일이라 걱정되더라고요. 너무 현대랑 차이가 없을 것 같아서요."
여진구가 사랑이 이뤄질 때, 음악에 맞춰 환호하며 가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기분까지 좋아지게 한다. 연기가 아닌 '진짜'인 것 같은 것은 여진구 역시 "시나리오 읽으면서도 너무 좋았어요. 누군가의 연애를 응원하는 것처럼요"라고 말할 정도로 공감했기 때문이었을까.
"실제로 연기할 때, 정말 심장이 떨리고 터질 것 같더라고요. 간접경험이라고 하지만, 절대 무시 못 할 것 같아요. 그 감정을 느낀 건 용이었지만, 그 순간을 잊지 못할 정도로 짜릿했어요."
여진구 역시 사랑의 기억을 떠올린 걸까.
"경험이 있으면, 시나리오를 이해할 때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연기할 때는 상황에 몰입해서요. 그 역할과 캐릭터의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연기보다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경험이 없이도 연기는 할 수 있잖아요. 사람을 이해하고 역할을 이해하는 데 경험이 도움이 되는 건 맞죠."
그렇다면 이제는 '일과 사랑', 양자택일이 아닌 사랑에 대한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게 된 걸까 묻자 "약간 좀 가볍게 생각해보려고 하고 있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감정이잖아요.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화날 때도 있는데, 왜 사랑을 일과 같이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그래서 지나온 순간들도 기억이 나고, 제 나름대로 한 첫사랑과 짝사랑도 생각이 났고요. 이제는 또 한 번 기다리는 입장이 되었으니까, 다시 그런 순간이 온다면 지금과는 다르게 행동해보려고요. 그런데 모르겠네요. 어떻게 할지."
최근 여진구는 필름 카메라에 푹 빠져있다. 인물 사진보다는 풍경을 프레임 안에 담고 있다. 여진구는 자신이 찍은 필름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고 있다. 자신을 사랑하는 팬에게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인물 사진을 담기는 좀 어려워요. 보통 풍경을 찍는데요. 제가 자동 카메라를 구비하긴 했는데, 목측식 수동 카메라를 써요. 거리를 생각해서 한 컷 한 컷 정성스레 찍어야 하는 것이 좋더라고요. 아직 취미로 하는 작업이라 전시회는 생각도 못 하는데요. 그 정도의 퀄리티가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계정에 올라가는 사진들도 주기적이지 않고요."
새로운 취미를 갖는 그에게 배우가 아닌 새로운 꿈은 없을까.
"연출은 꿈에도 못 할 것 같아요. 막연하게 제작은 제 꿈 중 하나예요. 제가 배우로서의 길을 걸어왔고, 연기가 너무 좋은데요. 그만큼 K-콘텐츠를 사랑하고 있거든요. 연차가 더 늘어나고, 인연도 더 생겼을 때 도전해보려고요. 이번 현장에서 '형'이라는 소리도 듣고 하다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배우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작품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제 꿈 중 하나입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