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 없애요”…시각장애인 위한 ‘점자 패키지’ 확대하는 유통업계
최근 식품, 화장품 등에 ‘점자 표기’가 된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14개 식품업체에서 생산하는 음료와 컵라면, 우유 제품 321개를 대상으로 점자 표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개 업체의 121개 제품(37.7%)에만 점자 표시가 돼 있었다. 식품의 점자 표시는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점자를 표기해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과 취식 편의성을 높이는 기업도 있다.
오뚜기는 사회적 약자인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과 취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컵라면 용기에 점자 표기를 도입했다. 시각장애인이 컵라면의 물 붓는 선(물선)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지난해 3월 설문조사를 토대로 패키지 디자인 샘플을 제작한 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협조를 받아 점자 위치와 내용, 가독성 등을 점검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품명과 물 붓는 선 뿐 만 아니라,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를 나타내는 기호까지 점자로 표기한 최종 패키지 디자인을 완성했으며,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점자 위치를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점자 배경은 검은색으로, 점자는 흰색으로 인쇄한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9월을 시작으로 현재 오뚜기 컵라면 전 제품에 적용 완료해 순차적으로 점자를 적용할 계획이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용기 제작 업체에 점자와 외부 물 확인선 삽입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점자 표기 용기면 출시했다.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이 점자 표기 용기면 공동 개발에 참여했다. 점자는 용기면 제품 하단에 삽입했으며 빠른 제품 확인을 위해 불닭볶음면은 ‘불닭’, 삼양라면은 ‘삼양’으로 축약 표기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아이시스 8.0’, ‘칠성사이다’에 브랜드명 점자 표기를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롯데칠성음료 본사와 강릉공장에 장애인 표준 사업장 ‘그린 위드’를 여는 등 장애인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뷰티업계도 제품 패키지 점자 표기 시행과 실명 예방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록시땅은 1997년부터 시각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고객이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제품 패키지에 점자를 추가했다. 2000년 이후로는 매년 새로운 솔리데리티 제품을 출시하고, 발생한 수익금을 전 세계 실명 예방 활동을 위한 NGO에 기부하고 있다.
아울러, 2006년에는 재단을 설립해 실명을 예방할 수 있는 활동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2017년 유니세프와 파트너십 체결해 어린이 대상 실명 예방 활동을 진행하고 약 600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을 지원했다. 이외에도 록시땅은 시각장애인 돕기 자선 바자회 진행, 시각장애 청소년을 위해 조향수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후원 및 진행하고 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의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지(Dr.G)’는 2012년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해 전 제품 패키지에 점자 표기를 적용하고 있다. 닥터지는 전 제품 단상자에 점자 표기를 위한 제품 용기 금형을 별도로 개발했으며, 포장재에도 점자 형압을 적용했다. 올해는 제품 용기에도 확대 적용하고 있으며, 점자 내용은 화장품 제형 정보 위주로 표시된다. 2021년부터 샘플 파우치에도 점자 표시를 적용하고 있다.
고운세상코스메틱 관계자는 “닥터지 전 제품에 점자 패키지를 적용하고 있다”며 “단상자를 시작으로 제품 용기와 샘플에도 점자 패키지를 확대 적용해 시각장애인분들의 구매 후 실제 제품 사용 과정에서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2009년 미쟝센의 신제품 ‘에센셜 데미지케어 린스’에 생활용품 최초로 용기에 점자 표기를 도입했다. 또한, 샴푸와 바디워시 등 욕실에서 사용하는 제품 용기에 점자 표기가 없어 구분에 어려움을 겪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 태그를 제작했다. 실리콘 재질의 점자 태그에는 각각 바디워시·바디로션·샴푸·컨디셔너를 뜻하는 점자를 한글과 영어로 표기했다. 태그 하단에는 여러 도형을 양각 표기해 제품 구분을 돕도록 만들었으며,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