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란 작가 "소피텔 로비의 밝은 에너지가 작품의 샹들리에 '세상을 밝히는 빛' 의미와 잘 어울려"
호텔 로비는 방문객들의 왕래가 가장 잦고, 호텔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이에 호텔들이 대형 화분에 생화를 두거나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등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색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MZ세대들에게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 1층 로비 공간은 인기 포토 스팟이 되었다. 이에 디지틀조선일보가 소피텔 서울 개관 1주년을 맞아 호텔을 대표하는 주요 공간이 된 웰컴 로비에 작품을 전시한 황란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A. 5살 무렵 붓글씨를 쓰시던 아버지 옆에서 먹물로 그림을 그리고 붓글씨도 쓰던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 내성적인 성격으로 친구가 많지 않았는데, 나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방법으로 '그림'이 유일했다. 종이에 그림을 그려 색칠하고 오려서 인형 옷을 입히는 놀이를 자주 했는데 그때부터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당시 국민학생 시절에는 붓글씨나 그림을 잘 그린 학생의 작품을 교실 뒤 게시판에 붙여놨었는데, 늘 내 그림과 붓글씨가 자주 걸려있었다. 그 후 자신감이 붙어 적극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Q. 뉴욕을 베이스로 전 세계를 넘나들며 활동한다고 들었다. 많은 나라 중 뉴욕에 간 이유가 무엇인가.
A. 유학하러 가기엔 좀 늦은 30대 중반의 나이에 유학길에 올랐는데, 그 유학이 인생을 바꿨다. 당시에는 파리, 영국, 독일로 유학을 많이 갔었는데 그 나라로 유학을 다녀온 이들의 작품이 내 눈에는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내 작품 세계에 큰 변화를 주고 싶었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곳이 뉴욕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실험적인 미술을 자유롭게 받아들이는 세계미술의 중심이 뉴욕이었고, 그곳에서 작품세계를 펼쳐보고 싶어서 뉴욕에서 활동하게 됐다. 현재 뉴욕의 고층빌딩과 다양한 인종과 부딪치며 많은 영감을 받아 공간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시각 설치미술을 하고 있다.
Q. 대부분의 작가님 작품은 전통성을 기반으로 과거와 현대의 공존성을 작가님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신 것을 보았다. 특별히 단추, 핀, 실 등을 작업 재료로 한 땀, 한 땀 작품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A. 뉴욕에서 학교 생활을 마치고 생계를 위해 일한 곳이 맨해튼의 패션 자수 회사였다. 평소에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패션 자수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에 9.11 테러 사건이 터졌다. 브루클린 다운타운에 살고 있었는데, CNN 뉴스를 통해 브루클린 브리지 너머의 맨해튼의 뉴욕 세계무역센터에서 겁에 질린 사람들이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걸 보게 되면서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됐다. 그 사건을 뉴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목격하면서 인간 존엄성과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후 제 작품의 모든 테마는 '삶과 죽음의 순환', '우리의 짧은 인생', '덧없는 삶'이 되었다. 제 작품의 테마를 당시에 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소재인 단추와 실을 통해 표현하게 되었다.
Q. 주로 작품적 영감은 어디서 받나.
A. 생활하는 모든 공간에서 영감을 받는다. 97~98년도에 뉴욕 맨해튼에는 플리마켓이 매우 활성화 되어 있었는데, 뉴욕에서 다양한 재료를 가장 잘 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플리마켓이었다. 전 세계에서 온 값싼 단추, 핀, 실 등 작품의 재료로 활용할 수 있는 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해서 작품 활동을 했는데 그 당시에는 플리마켓에서 주로 영감을 많이 받았다. 최근에는 혼자 힐링하는 순간에 영감이 많이 떠오른다. 5년 전 무렵부터 직업병으로 인해 몸이 안 좋아져서 요가를 하기 시작했는데, 요가를 하는 동안에는 안 쓰던 근육을 쓰게 되면서 몸이 아주 힘들지만 좋은 에너지가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명상 요가를 할 때, 몸은 고통스러우나 정신이 맑아지는 순간에 영감이 샘솟는다.
Q. 작가님 작품이 전시된 있는 호텔 1층 웰컴 로비 공간은 꾸준히 많은 고객에게 사랑받는 포토 스팟이다. 이에 대한 소감이 궁금하다.
A. 한국 소피텔의 로비는 늘 새로운 콘셉트의 화려한 꽃 전시를 하는데, 저의 샹들리에는 빛나는 생의 아름다운 순간이어서 잘 어울리는 거 같다. 공간이 주는 밝은 에너지 때문인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제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고 하니 매우 감사한 일이다.
Q. 전 세계에 작가님 작품을 통해 한국의 미를 알리는 모습은 마치 이번에 개관 1주년을 맞은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이 프랑스 문화를 국내에 알리는 앰배서더의 모습과 오버랩 됨을 느낀다. 호텔 1층 웰컴 로비에 있는 작가님의 <The Secret Sublime(숨겨진 숭고함)> 작품 설명을 부탁한다.
A. <The Secret Sublime(숨겨진 숭고함)> 작품을 살펴보면 샹들리에 이미지에 조선시대 왕비가 궁중 대례에 사용하던 가체가 얹혀 있다. 세상을 밝게 비추는 빛과 동시에 조선시대 왕실 전체에서 가장 명예로운 여성이라는 지위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숭고했지만, 그 화려함의 아름다움에 쉽게 간과되었던 국모의 위엄을 온전히 구현하고 있다. 가체와 가시적인 빛을 상징하는 샹들리에는 '세상을 밝히는 빛'이라는 의미가 같다. 평론가 윤재갑님은 제 작품에 대해 영롱하고 화려한 작품의 살갗 속에 감춰진 핏줄과 세포를 새롭게 발견했다고 했다. 작품에는 화려함 이면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숭고함을 표현했다. 샹들리에 시리즈 작품은 뉴욕의 프라자 호텔 팬트하우스와 두바이 오페라하우스의 쉐이카 전용로비에 가로 5미터 x 세로5미터의 작품 2셋트가 영구 설치되어 있다.
Q. 작품 전시뿐만 아니라 각국에서 다양한 강연도 진행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A. 몇 년 전 미국 휴스턴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었을 때 아티스트톡을 했다. 10월 22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의 베이커미술관에서 개인전 때도 아티스트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10년부터 평면작품과 입체적인 영상이 함께 어우러지는 랩핑 비디오 작품을 시작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러한 방식의 작품 활동을 계속 이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