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바 CIC, 네이버클라우드로 흡수 가능성 제기
AI 연구와 논문 성과 컸지만 재무 성과 미흡… B2B 강화로 수익 창출 노려
네이버의 사내 독립 기업(CIC) ‘클로바CIC’가 ‘네이버클라우드’로 흡수 합병된다는 가능성이 5일 불거졌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초거대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를 개발하고 세계 유수 학회에 연이어 논문을 올린 성과에도 불구, 투자 비용 대비 재무 성과가 미흡한 까닭이다.
클로바CIC는 네이버에서 AI 연구개발과 모델 등을 담당하는 사내 독립 기업이다. 정석근 대표를 필두로 AI 기술과 서비스 향상에 매진하고 있다. 2040억 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가진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 개발에 기여했고 코딩을 할 줄 몰라도 쉽게 AI를 만들 수 있는 개발 도구 ‘클로바스튜디오’ 등을 개발·공급했다.
네이버는 클로바CIC가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자체 서비스 강화에 사용했다. 네이버 포털에서 사용자와 대화하며 검색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지식인터랙티브’나 음성변환 서비스 ‘클로바 노트’, 노인 안부를 묻는 AI 전화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 네이버 쇼핑에서 마케팅 문구 작성 등을 자동으로 해주는 ‘클로바 MD’ 등의 서비스 품질을 높였다. 하지만 재무 부문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하며 투자 대비 가치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하이퍼클로바와 같은 초거대 AI는 ‘입장료만 1000억 원’이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구축 비용이 비싸고 운영단가가 높다. 네이버의 경우 하이퍼클로바 개발을 위해 높은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구축했다. 140개의 컴퓨팅 노드를 갖고 있고 장착된 그래픽처리장치(GPU) 수만 1120개에 이른다. 엔비디아 A100과 같은 GPU가 개당 대략 1000만 원에 달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여기에만 약 112억 원의 금액이 투자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투자에도 하이퍼클로바를 통한 큰 재무적 성과나 수익 창출 모델은 만들지 못하고 있는 점이 이번 합병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면 초거대 AI 개발을 통해 적극적으로 수익 창출에 나선 기업도 있다. LG가 대표적이다. LG AI 연구원은 약 1조 원을 투자해 개발한 초거대 AI ‘엑사원’을 활용해 구글, 우리은행, 셔터스톡, 엘스비어, 한양대병원, LG전자 등 다양한 기업과 상용화 모델 개발에 나선 후 적극적으로 수익 창출을 노리고 있다.
클로바CIC가 네이버클라우드에 흡수되면 이러한 재무적 문제를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네이버에서 B2B(기업 간 기업 거래) 서비스를 주도하는 계열사다. 클로바CIC의 클로바스튜디오도 네이버클라우드를 통해 B2B 서비스로 이용되고 있다.
초거대 AI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초거대 AI 등 AI 모델 개발은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수익화 모델을 마련하기 어려운 분야”라며 “이번에 제기된 네이버클라우드의 클로바CIC 흡수설은 비즈니스 차원에서 수익 창출을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합병이 재무적 문제보단 B2B 사업 강화 측면에 무게가 실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 등 AI 기술을 다양한 서비스에 접목하면서 B2B 매출에 기여했다”면서 “이번 합병은 재무 문제보단 B2B 서비스 강화 목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네이버클라우드 측은 현재 클로바CIC 흡수 가능성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아직 답변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