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이 산화물질 박막 내 삽입된 백금 나노 입자로 인해 형성된 전류 흐름 ‘징검다리’ 효과 모식도. /포스텍

반도체 소자를 활용해 칩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포스텍(포항공대)은 손준우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반도체 소자에 징검다리 원리를 활용해 소비전력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하천에 징검다리가 있으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몇 걸음 만에 이동할 수 있는 것처럼 반도체 소자에 징검다리를 높아 소비전력을 낮추는 원리다.

이번 연구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은 백금 소자다. 손 교수 연구팀은 백금 나노 입자를 삽입해 산화물 반도체 소자의 신호 전환(스위칭)에 사용되는 전력 효율을 높였다. 여기서 사용되는 산화물 반도체는 저전력 반도체 소자를 실현할 수 있는 소재인 금속-절연체 상전이(물질이 온도, 압력, 외부 자기장 등 일정한 외적 조건에 따라 한 상에서 다른 상으로 바뀌는 현상) 산화물질을 기반으로 한다.

금속-절연체 상전이는 나노미터(nm, 10억 분의 1m) 단위의 미세한 절연체 부분들이 금속 부분으로 변하며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스위칭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소자에 가해지는 전압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백금 나노 입자로 풀었다. 이 입자를 삽입해 전압을 가하자 전류가 입자를 징검다리를 건너듯이 ‘껑충껑충’ 통과하며 빠르게 상전이가 발생하는 원리를 발견했다. 

소자의 메모리 효과(선행 작동전압보다 낮은 전압을 인가했을 때 전도성의 채널이 재연결해 선행 작동을 기억하는 현상)도 100만 배 이상 늘어났다. 일반적으로 전압을 차단한 뒤에는 곧바로 전류가 흐르지 않는 절연체 상으로 바뀌는데 이 시간이 100만분의 1초로 극히 짧았다. 하지만 백금 나노 입자 부근에 남아 있는 잔류 금속 부분으로 인해 비교적 낮은 전압으로 소자를 다시 작동시킬 수 있었고 소자의 선행 작동을 기억할 수 있는 메모리 효과도 수 초까지 늘릴 수 있음을 확인했다.

포스텍 관계자는 “이 기술은 적은 전력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지능형 반도체와 뉴로모픽 반도체 소자 등 차세대 전자소자 개발에 필요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사업, 중견연구사업, 차세대지능형반도체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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