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두준 인터뷰 / 사진: 어라운드어스 제공

"'부러질지언정 굽힐 수는 없다'는 말요? 개인적으로 사람은 굽혀져야 하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는 굽혀져야 용수철처럼 튀어 오를 수 있잖아요."

데뷔 14년 차. 베테랑 아이돌이자 배우로서도 대표작을 쓰고 있는 윤두준은 부러지는 것이 굽혀지는 것보다 두렵다고 했다. 6인조 그룹 비스트로 데뷔해 지금의 4인조 하이라이트가 되기까지, 윤두준은 늘 리더로서 그 자리를 지켰다. 이 시간 속에서 윤두준은 굽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부러지진 않았다. 그는 굽혀지는 때를 기회 삼아 도약을 준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 '유연한 단단함'이 지금의 윤두준을 만들었다.

사진: KT스튜디오지니 제공

윤두준은 지난 2020년 전역 후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얼굴을 내비쳤다. ENA 채널 드라마 '구필수는 없다'를 통해서다. 그간 '식샤를 합시다' 시리즈, '라디오 로맨스' 등에서 현실적인 캐릭터로 사랑받은 그가 다시 한번 청춘의 옷을 입고 대중 앞에 섰다.

드라마 종영 후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윤두준을 만났다. 그는 "이렇게 저 혼자서 인터뷰를 하는 건 처음인 것 같다"며 "그동안 (내가 인터뷰를) 해도 되나 싶었다"고 겸손한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극 중 윤두준은 창업할 돈은 없지만, 열정만큼은 넘치는 청년 사업가 '정석'을 연기했다. '라디오 로맨스' 이후 4년 만의 차기작이라 드라마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4년 동안 윤두준은 군인에서 민간인이 됐고, 또 그룹 하이라이트로서 활동하고 콘서트도 했다. 이제 배우 윤두준의 모습을 보여줄 차례였다.

"제가 작품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좋은 타이밍에 제안이 들어왔고, 또 시기와도 잘 맞았어요. 휴먼 드라마다 보니까 다양한 연령층의 배우분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그동안은 또래 배우들과 많이 해봤으니까, 그런 부분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어요."

"4년 만에 작품을 하다 보니 제가 어떤 식으로 해왔는지 기억이 잘 안 나더라고요. (웃음) 경험치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아무래도 공백이 있다 보니까 경험치가 쓸모없어지는 느낌도 좀 있었고요. 사실은 처음엔 그런 점 때문에 되게 힘들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도 더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했고, 다행히 열심히, 또 재밌게 찍을 수 있었어요."

그는 또래인 '정석'에게 자신의 고민을 투영했고, 정석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성장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정석이와 다른 가치관 때문에 고민하기도 했지만, 정석이 덕에 자신의 지난날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정석이의 이상주의적인 부분은 공감이 안 됐어요. 초반의 설정에서 정석이는 '네가 나를 거절해? 후회할 텐데' 하는, 뭐가 없어도 그런 스탠스를 유지하니까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사람이 코너에 몰리는데도 이렇게 당당할 수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 점에서는 저와 성격이 전혀 다른 부분이다 보니까 그 마인드가 부럽기도 했어요. '난 나중에 잘될 거야'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엄청난 자신감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저와 정석이에게 차이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정석이는 설정상 진짜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을 만나고 성장하고 포용력이 생기는 인물이에요. 저도 모르게 '나도 이런 면이 있었겠구나' 싶은 생각을 다시 한번 자각할 기회가 됐어요. 저도 데뷔하고 얼마 안 돼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지금까지 감사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들이, 제 분에 넘치게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거든요. 그런 면에서 정석에게 저를 대입해서 생각해보게 된 거죠."

'구필수는 없다'는 20대 청년과 40대 중년의 성장기와 브로맨스를 동시에 보여줘야 하는 작품이었다. 윤두준은 극 중 '구필수' 역을 맡은 곽도원과 브로맨스 호흡을 맞춰야 했다. 오랜만에 현장에 온 그는 곽도원의 존재 자체가 큰 의지가 됐다고 말했다. 주연 배우로서, 그룹의 리더로서 현장을 이끌어온 그이지만, 이번만큼은 이끌리는 입장이 됐고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정석이라는 역할은 곽도원 선배님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아 탄생한 역할이에요. 제가 애매하다고 생각해서 질문을 드리면 선배님께서 정말 명확하게 말씀을 해주셨거든요. 디테일하게 설명해주시니까 촬영할 때 너무 편했어요. 기댈 곳이 있어야 했는데 선배님이 그 역할을 해주신 거죠."

"선배님과의 브로맨스는 정말 좋았어요. 다만 걱정을 좀 했던 게 '브로맨스'라 하면 세대 차이와 갈등을 극복하고 보여드려야 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정석과 필수는 상하관계가 아닌데, 개인적인 성격으로는 그런 걸 잘 표현 못 해서 걱정이 됐어요. 그것 역시 선배님이 잘 이끌어주셨고, 저를 잘 끄집어내 주신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해요."

작품 속 정석과 윤두준은 위기를 겪고 재기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수년간 몸담던 소속사에서 나와 멤버들과 새 회사를 차린 윤두준. 그런 경험이 맨땅에 헤딩을 하는 듯한 정석이에 스며들 수 있는 하나의 뿌리가 되기도 했다.

"도움이 많이 됐죠. 정석이라는 친구는 빈털터리가 돼서 길바닥에 나앉을 정도는 아니라서 제가 알 수 없는 부분이 있겠지만, 기존의 큰 둘레에서 벗어나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럴 때 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거든요. 진짜 저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 경험이 정석이를 만들어가는데 저도 모르게 큰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하이라이트는 많은 아이돌이 롤모델로 꼽는 그룹이기도 하다. 멤버들 간의 끈끈한 우정과 그 중심을 굳건히 잡고 있는 리더의 존재야말로 롱런하고픈 이들에겐 바람 그 자체 일터다. 누구나 그렇듯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이었다. 윤두준도 인기로 정점을 찍고 내리막을 걷던 때 많은 고민을 했고 그 시간을 거쳐 지금의 윤두준이 됐다.

"미약하게나마 저희가 K팝의 위상을 떨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희는 현역이라는 자부심도 있거든요.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을 때는 '남들보다 더 잘 됐어야 하나. 남들이 부럽다'하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그게 노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순환이 되는 일이더라고요. 그냥 시장이 그런 거니까요. 하지만 요새는 아이돌 수명도 길어지고 있고, K팝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친구들도 손흥민 선수 못지않게 활약하고 있잖아요. 모두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활동) 했으면 좋겠어요."

윤두준은 스스로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가수, 배우로서도, 그리고 사람으로서도 더 영글어가는 중이었다. 과정이 늘 순탄치 않겠지만, 윤두준은 기꺼이 굽혀질 준비가 된 사람이었다.

"일단은 제가 지금 성장하고 있는지 스스로 묻는다면, '그렇다'예요. 비단 여기뿐만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할 때도 '예전의 내가 너무 모르고 지나간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마음가짐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성장한 지점이에요."

"지금처럼 무대와 연기, 둘 다 할 수 있다는 게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고 싶어요. 이번에 그룹 활동과 드라마 촬영이 겹쳤는데 정말 체력적으로 힘들더라고요. 다들 배려해 주신 덕에 잘 해냈지만, 노력을 100% 쏟지는 못한 부분도 있어요. 그런 점에서 이번엔 체력적으로 휘어진 것 같아요. (웃음) 더 노력을 해서 모든 것들을 100%로 온전히 다 쏟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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